그냥, 뭐라도 쓰고 싶은 날이 있다. 모르겠다. 가끔 그런 저녁이 있다.
좋은 글이 나오진 않는다. 이런 날은 그저 손 가는대로 생각이 지나치는 풍경을 대강 스케치할 뿐이다. 그러면 꼭 인디밴드의 노래 가사 같은, 결코 완결되지 않는 알쏭달쏭한 얘기들이 남는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묘하다. 아니, 그보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런 쪽에서 약해지는 사람인 것 같다. 마음을 주고 받고 그런 일에 방어력이 너무 약하다. 점점 더 힘들다. 도무지 늘지 않는다.
뭘까.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 같다. 체념한 듯 하다가도 또 정신차려보면 한껏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면 문득 쓸쓸한 실망이 온다.
어렵다. 잘 주는 것 잘 받는 것도. 마음이란 어려운 것이다.
일단 집에 가자. 사람의 마음이란 어렵고도 어렵구나. 하지만 오늘 밤엔 잠을 자자. 푹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