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ngchun Kim Oct 08. 2022

have fun, smile more

“gl, hf.”


어릴 때 카운터 스트라이크라는 게임을 즐겨했는데 외국인을 만나면 그들은 게임이 시작할 때 늘 이렇게 말했다. good luck, have fun.


처음엔 이 인사가 낯설었다. 적의 행운을 비는 인사말이라니. 저 양놈들 머리통을 십자가 가운데 놓고 시원하게 뚝배기 깨버릴 생각만 하고 있던 내가 좀 머쓱해지는 말이었다. 몇 천만 원의 상금이 걸린 큰 경기에서도 그들은 어김없이 그렇게 말했다. gl, hf.


이 쿨한 인사말은 분명 멋졌다. 한국 유저들도 차츰 이 말을 쓰게 됐다. 나도 gl, hf를 아예 자주 쓰는 단축키에 지정해놓았다. 서로의 자존심을 긁으며 싸우던 경쟁 클랜과 스크림(당시엔 매치라는 말을 썼다)을 할 때도, 막상 게임이 시작하면 어김없이 서로가 gl, hf라고 말했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멋진 일이다. 상대의 무운을 빌며 시작하는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은 분명히 다르다.


gl과 hf 중에, gl도 멋지지만 나는 hf가 참 좋았다. have fun이라니. 아 그렇구나, 나는 재밌자고 게임을 하는 거구나.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도, 완벽한 플레이를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었구나. 이 인사를 듣고서야 게임의 본질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OGN만 있지만, 과거엔 온게임넷과 MBC게임이 비등한 힘으로 경쟁하는 체제였다. 그 MBC게임의 슬로건은 ‘game is your life’였다. 온게임넷은 ‘it’s just a game’이었다. MBC게임은 망하고 온게임넷은 살아남았다. 게임의 본질을 더 이해한 쪽이 살아남은 건 아니었을까. 게임은 그냥 게임일 뿐이다. 게임할 때만은 다 필요 없고 그냥 즐기면 된다.



어린 시절 들었던 그 have fun 만큼이나 멋진 인사를 지난 주말에 알게 되었다. 올해 부산락페의 헤드라이너로 선 혼네가 관객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smile more”였다. 앵콜까지 마치고 서늘해진 무대 위에 이런 메시지가 펼쳐졌다.


..일단 한번 보실까요?


HONNE - smile more smile more smile more


smile more 라니. 정말 멋진 말이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음악처럼 진심이 담긴 말이다. 후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건, 후배들에게 하는 말이건, 아니면 지구가 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인류에게 하고 싶은 말이건 간에, 나는 앞으로 살면서 그 어떤 조언이라도 요구받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Have fun. And smile more.


비트겐슈타인인지 누군지가 얘기한 것처럼 유머는 세계관이다. 좋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좋을 수 있다. 행복은 무척 진부한 것이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그러니 웃음을 잃지 말자. hf, s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