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는 그런 공간이다. 대부분 일 년에 영화 몇 편 안 보는 사람들이 전문가 흉내내며 노는 곳. 평론가처럼 말하기 놀이를 위해 일관성도 사유도 해석도 노력도 애정도 예의도 없이 별점과 한줄평을 남기는 곳. 원래 그렇게 노는 공간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그에 화낼 이유는 없다.
새로운 일도 아니다. 왓챠 이전에도 하던 일들이다. 나도 언젠가 했던 짓이다. 블로그건 페이스북이건 흩어져서 하던 걸 한 군데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다만 속상할 뿐이다. 왜 대다수가 영화를 저렇게 대할까. 배민에 별 하나 깎는 것도, 미용실 리뷰 하나 남기는 일에도 마음을 쓰는 착한 사람들이 왜 유독 영화에만 신랄하고 가혹할까. 저런 한심한 소리를 듣고 저런 대접을 받을 영화들이 결코 아닌데.
이렇게 된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박평식으로 대표되는 게으른 평론가들의 편리한 밥벌이 수단, 별점과 한줄평 때문이다. 이 짓을 일반관객이 하면 문제가 없지만, 평론가가, 주 업으로 하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박평식은 내가 아는 가장 저질의 평론가다. 88년에 데뷔해 35년이 넘게 영화판에서 밥벌이를 했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제대로 된 평론 하나 남긴 게 없다. 아니 영화산업에 발전적으로 기여한 평론활동 자체가 없다. 사실상 영화에 기여한 게 거의 없다. 영화 관련 공공기관의 용역을 뛰고, 자극적인 한줄평들로 자기 이름을 알리며 그저 70대가 될 때까지 영화에 기생해 밥을 먹었다.
여러분은 박평식을 어떻게 아는가. 그가 지금껏 5,000개 넘는 영화에 별점과 한줄평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 말들 중에 영화판에 애정이 있어야 할 영화평론가가 했다기엔 도가 지나치게 신랄한 말들 몇 개가, 그 도가 지나친 신랄함 때문에 커뮤니티에 돌았기 때문이다.
박평식은 영화평론가라기보다 영화한줄평가자다. 그마저도 게으르고 무책임하다. 잦은 빈도로 영화를 해석하고 평론하려는 목적보다 자신의 꼬인 성격이 만든 스트레스를 푸는데 주력한다. 영화에 기생해서 밥을 먹으면서 영화에 갑질을 하고, 영화판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그의 일이다.
관객들은 오해한다. 아 영화는 저렇게 그냥 까면 되는구나. 별점을 짜게 주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신랄하게 까야 쿨한 거구나. 영화가 이런 대접을 받게 만든 게 영화평론가를 자처하는 박평식이 평생에 걸쳐 한 일이다.
평론가는 왜 욕을 먹는가. 영화평론은 왜 아무도 읽지 않는가. 쓸데없이 어렵게만 쓰기 때문이다. 지금 평론가가 배워야 하는 건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하는 일이다. 실은 필요도 없는데 자기 권위를 만들기 위해 어렵게 쓰지 말고, 배운 거 어떻게든 써먹으려고 좀 하지 말고, 무엇보다 새로운 것 좀 배우고.
정작 알맹이는 만들지 못해 주변부만 지루하고 현학적으로 건드리며 빙빙 돌아가다 한가하게 끝나는 평론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안 읽는 것이다. 어렵게 써놔서 읽는데 에너지가 드는데, 그걸 다 읽어봐야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텍스트에 대한 해석은 소홀하고 그냥 자기 하고 싶은 얘기로 분량을 채우면서 어투마저 내려다보고 있으면 누가 뭐 하러 읽겠는가.
왜 이렇게 되는가. 게으르기 때문이다. 평론가는 게으르면 절대 잘할 수 없는 직업이다. 근데 박평식 같은 평론가들은 심각하게 게으르다. 정성일이나 신형철은 왜 인정받는가? 왜 이들은 좋은 평론을 계속 써내고 산업에 발전적으로 기여하는가? 무엇보다 부지런하기 때문이다. 같은 텍스트를 수십 번 반복해서 보고 머릿속에 질문을 넣고 긴 시간 사유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동진이나 김혜리는 왜 인기가 있는가? 그걸 하면서 알아듣게 말하는 법까지 익혔기 때문이다(물론 이동진도 지금은 명징직조다). 한 마디로 여느 평론가들처럼 오로지 무식해보이는 걸 피하고자 모든 공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각본, 연기, 미술, 촬영, 의상 등 다층적 종합예술로 구성된 영화의 어느 한 구성요소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이 멋대로 평론을 써대는 반지성주의가 횡행하고 있다.” 일찍이 미셸 시망은 이런 말을 했는데, 박평식은 이 수준조차 되질 못한다. 게으르고 자질도 능력도 없는데 배는 고프므로 영화를 깎아내리면서 자기 이름을 알리는 길을 택했다. 이런 사람은 영화평론가로서의 기능이 없고, 영화판에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박평식이라는 영화한줄평가자에 대한 별점과 한줄평을 남겨본다.
—
(7월26일 추가)
영화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 글이 담긴 공간은 ‘그냥잡글의아카이브’입니다. 그냥 잡글입니다. 잘쓴 글도 잘쓰려고 쓴 글도 아닙니다.
저도 여러분처럼 영화를 좋아하고, 그러므로 영화를 아끼는 관객입니다. 영화에 고마운 게 많아서 가능하면 예의를 차리고 싶어합니다.
이 글의 내용은 맞다고 생각할 수도 틀리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며, 개개인의 생각이고 판단입니다. 옳은 건 없습니다.
나무위키 저도 당연히 봤고 영등위 칼럼의 존재 당연히 알고 있고,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박평식은 대체 뭐하는 사람이고 얼마나 대단한 평론가여서 저렇게 막말을 할까?“라는 생각에 꽤 오랜 시간 박평식이라는 인물에 관해 열심히 찾아봤고, 혹시나 해서 상암동의 한국영상자료원에 갔을 때 오프라인에선 있을까, ‘ㅂ’ 섹션만 뚫어져라 보기도 했습니다.
결론은, 없었습니다. 저는 ‘제대로 된 평론 하나 남긴 게 없다’고 썼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 칼럼들은 오랜 시간 남을 의미있는 평론이라기보다 고정수입 창구였습니다. 35년이 넘게 영화평론가를 자처한 사람의 대표작이 그 칼럼이라면 분명히 슬픈 일이겠습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그 칼럼들의 존재로 박평식이 훌륭한 평론가라 여기는 분이 있다면 그 역시 누군가의 관점일 것입니다.
다만 저는 이 글을 박평식 평론가가 평소 하는 방식 그대로, 깊게 알지 못하고 디테일은 무시하고 자신이 찾고자 하면 이해에 닿을 수 있을 영역은 모르는 체하고, 다소 신경질적으로, 막말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영화를 만든 사람들 입장에선 억울하게,
그가 오랜 시간 영화들에게 해온 방식과 아주 똑같은 방식으로 박평식 평론가에 대한 한줄평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어쨌든 불쾌하셨다면 죄송하구요. 본의는 아니었습니다. 박평식을 좋아하는 분이건 아니건 모쪼록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