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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chun Kim Aug 11. 2024

위아 쏘[777]럭키

럭키. 럭키럭키 완전 럭키비키.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운이 좋다.


우리라 함은 여러분과 저를 말한다. 동읍면리시구군 정도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구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여러분은 실은 개이득신의 아바타이자, 운빨좆망겜의 SSR++ 사기캐이며, 럭키비키 그 자체입니다.


1. 시간


시간을 되감아보자. 지구 나이 45억 년(우수리 떼고) 동안, 우리 휴먼이 득세한 건 바로 얼마 전의 일이다. 호모 형들로 잡으면 말할 것도 없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잡아도 겨우 300만 년쯤 전이다.


먼지가 먼지뭉치가 되고 열심히 하다보니 대기가 생기고 물이 생기고 어떻게 생명도 다 생기고 다세포가 되고 능지가 생기고 육지로 나와서 (중략) 겨우겨우 출현했다. 그 후 휴먼의 삶은 어떠했는가. 긴 시간 우리 휴먼은 그냥 한솥도시락이었다. 육식동물에게 먹히고 뭐에 먹히고, 아무튼 먹혔다. 쫓기다 먹히는 게 우리 일이었다.


능지1.0이 능지2.4 정도 됐을 즈음 불을 피우고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능지3.1부터는 제법 도구도 다룰 줄  알았다. 점차 먹히는 경우보다 잡아먹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행복했을까? 그럴 리가. 지능보다 욕심의 발달속도가 더 빨랐다. 인간은 전쟁을 하기 시작했다. 영토 자원 종교 인종 등 이유는 다양했지만, 돌아보면 그냥 우린 항상 싸우면서 컸으니까 어쨌든 싸워야되는 줄 알았던 것도 같다.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게 우리 바로 직전의 일이다. 2차세계대전은 1945년 8월에 끝났다. 80년도 채 안 됐다. 깔끔히 끝난 것도 아니다. 한국이란 힙스터만 해도 아직까지 분단 상태다.


요약하면 1)생존 가능한 행성 환경에서 2)동족 외 천적이 없고 3)국지전 외 전쟁이 없는 인류의 첫 세대가 바로 우리다. 이전의 그 누구라도 간절히 원했을 삶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2. 공간


공간을 되짚어보자. 쭉쭉 머리 위로 올라가 지구마을을 내려다보자. 자, 어디 살고 싶은가.


아프리카에 살 자신은 없다. 계속 먹으면 실명할 것을 알면서 당장 먹일 음식이 없어 아이에게 독초죽을 먹이는 부모의 삶을 버텨낼 수 없을 것 같다. 남미는 어떠한가. 앗 화폐가 종이보다 싸졌다. 겨우 식료품으로 바꿨더니 집에 돌아가는 길에 AK-47을 든 옆집 중학생한테 빼앗겼다.


유럽으로 가볼까, 라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브렉시트 그렉시트, 하나 둘 유로존을 탈퇴하는 걸 알게 됐다. 한국에 사는 스페인 친구 아드리아로부터 스페인에 사는 것보다 한국에 사는 게 왜 훨씬 행복한지 자세히 듣고부터는 완전히 생각을 접었다. 유럽은 그냥 다음에 9박10일 정도 여행으로 가자.


돌아보니 선녀였다. 아시아를 살펴보자. 중동? 아 전쟁 중이구나. 머리에 천 쪼가리 안 썼다고 사람을 죽이는구나. 중동 및 서아시아 패스. 동남아시아? 필리핀에 출장가보고 이쪽에선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와 무관하게 출생배경이 삶을 결정하고 그걸 바꾸기가 한국보다 수십 배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음 그냥 동아시아로 돌아오자. 중국? 하하하. 일본? 일본의 우리 세대는 단 한 번도 부유해본 적이 없는, 태어나서 지금껏 부유한 게 뭔지 자체를 모르는 삶을 살고 있다. 아니다, 미국? 미국은 이 행성 부동의 1짱이 아닌가. 미국은 물론 좋다. 근데 함정이 있다. 확률을 뚫고 중산층 이상으로 태어나야 한다. 그걸 못했다면 무조건 건강하게라도 태어나야만 한다.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우리 세대의 한국 정도면 행성 단위에서 그래도 살만한 축에 속한다는 것이다. 헬조선인 것도 맞지만 코로나 때 알게 됐듯 이 정도 수준이 이 행성이 할 수 있는 최선에 가까운 것이다(비극이긴 하다). 물론 더 나은 곳도 분명 있다. 캐나다? 다만 한국이 중간 이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의지와 실행으로 뭔가를 이룰 수 있고 아프면 치료는 해주고 치안도 안전한 편에 속한다. 그 당연한 걸 이 행성 대부분의 국가에서 못한다. 한국은 게토에서 나고 자란 나조차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나라다.


3. 추첨


시/공간을 뚫었다고 끝이 아니다.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다. 악랄하기로 유명한 컴플릿가챠 방식의 ‘뽑기’다.

한국을 골랐어도 북한/남한 뽑기를 반드시 성공해야만 했다. 실은 우리 모두 좀 아찔했다. 개성에서 파주까지는 불과 25km밖에 안 된다. 좌표가 아주 조금만 엇나갔으면 저도 여러분도 평생 초밥맛도 모르는 채 일본을 “가련한 네 개의 섬 조각”이라 증오하면서 나무껍질 삶은 죽을 겨우 먹었을 것이다.


그마저 뚫었다. 여기까지도 확률로 보면 이미 기적이다. 근데 또 있다. 살짝 조금만 더 돌아가보자. 정자 단계의 경쟁률이 3억 분의 1이었다. 애초에 이것을 뚫었다. 참고로 로또 1등 당첨확률은 816만 5060분의 1이다.

이 모든 시간, 이 모든 공간, 이 모든 추첨 퍼널을 다 뚫고 당신은 지금 여기 태어났다. 우리는 운이 매우, 매우, 매우 좋다.


물론 고래로 태어난다거나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인간은 잘 쳐줘야 고통이 반이니까. 만약 혹등고래로 태어났으면 더 좋았겠지만, 뭐 인간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이 시대를 사는 자의 책임은 행복하게 사는 것일 수 있다. 이 행운을 온전히 누리는 건 우리 전 모든 이들의 간절한 소원이었을 것이고,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던 판타지였을 것이다. 우리는 그 행복을 최대한 누릴 의무가 있다. 그건 이 행성과 역사에 대한 예의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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