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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여행자 Nov 08. 2021

사마천 사기로 배우는 고사성어

인문학의 보고 사기에 빠져보기

요즘 사마천 사기를 읽는데 많은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영글지 않았던 학창 시절에 봤던 내용과는 마음에 와닿는 것이 참으로 다릅니다. 중학교 한문교재를 보면 필수단어 위주로 실었겠지만 온갖 한자를 집합시켜놓아 '참으로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영혼 없이 외우는 사자성어, 고사성어가 대표적입니다. 고사를 모르면 얄팍한 뜻만 알고 수많은 사자성어를 외운 들 마음에 와닿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고사성어 몇 개 공유하고자 합니다.

중국 한나라 무제 때 사관이었던 사마천이 저술한 사기는 총 130권입니다. 이 사기에는 600개의 사자성어와 1200개의 명언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자성어의 보고라고 볼 수 있지요, 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입니다. 사기에는 주인공이 200명, 등장인물만 해도 4000명입니다. 3000년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역사서이면서도 문학서로 불리는 것이 사기입니다.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사마천은 BC145년에 태어나서 BC90에 죽었다고 전해집니다. 집안은 줄곧 역사, 천문 등 학문을 다루는 사관 가문이었고 아버지인 사마담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것이 사마천이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중국  기록상 최초의 아버지판 조기교육이었던 것입니다. 어머니판은 맹자의 어머니가 먼저 계셨으니까요. 맹자는 춘추전국시대 공자의 사상을 발전시킨 유학자이고, 사마천은 한나라가 통일 후 초기의 인물이었으니까요. 아버지는 직업이 태사령(국립 도서관장)이었습니다. 사실 사기는 아버지가 기획을 시작했고 상당한 자료를 평생에 걸쳐 확보해둔 상태에서 유언으로 사마천에게 남긴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직업을 물려받아 태사령이 된 사마천은 한무제를 보필하며 전국을 순회하며 현장을 답습하여 역사의 현장을 세세히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문제가 터집니다. 한나라를 공포에 떨게 했던 투르계(몽골계라는 설도 있음)의 유목민족 흉노족과의 전투에서 항복한 한나라 맹장 이릉 장군을 보호하다가 한무제를 화나게 하여 사마천을 처형시키기로 합니다. 당시 사형을 면하려면 당시 돈으로 50 만전을 내고 풀려나거나 궁형(성기를 잘라내는 형벌)을 선택해야 하는데 사마천은 돈이 없었기에 궁형을 선택합니다. 사마천의 머릿속에는 사기를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궁형을 당하면 절반 이상이 합병증으로 죽었다고 합니다. 목숨을 건 도박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궁형을 당하고 잠실(누에고치 치는 곳)로 이동하여 일주일여를 머물렀다고 합니다. 누에고치를 치는 잠실蠶室이 그나마 따뜻했기 때문이죠. 찬바람이 들면 죽기 때문에 그나마 한무제가 배려해서 잠실로 갔던 겁니다. 궁형을 당하면 남성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얼굴이 노인과 같이 변하고 수염도 나지 않고 목소리는 환관(내시)처럼 변한다고 합니다. 


사마천 연구 학자들은 말합니다. 본인에게는 치욕이었지만 그 치욕스러운 사건이 있었기에 우리가 사기를 볼 수 있었다고 말이죠. 왜 그런가 하니, 궁형을 당하기 전까지 사마천의 역사 서술을 팩트에 기반한 철저한 고증 서술이었으나 궁형을 당하고 치욕스럽게 살아남은 지금 사마천은 사기를 통해 권력자를 향한 복수를 시작합니다. 바로 사기 곳곳에 황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내용들을 여기저기 흟어서 심어놓습니다. 사실에 기반을 하되 황제의 치부를 까는 것이었죠. 사기의 콘텐츠는 이때 완전히 바뀝니다.

사기는 총 130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왕을 기록한 12 본기, 연대기에 해당하는 10표, 제도를 정리한 8서, 제후를 기록한 30세가, 그리고 여러 인물 들을 기록한 70 열전이 그것입니다. 12 본기에는 황제의 기록인데, 사마천은 이곳에 한나라를 건국한 고조 유방을 기록한 고조 본기에 앞서 초나라 항우를 기록합니다. 일명 항우본기. 항우는 유방에게 패해 끝내 자결하여 황제도 아니었으나 진시황의 진나라가 무너지는 역할을 했고 실제 서초패왕을 자칭하여 한때는 중국의 황제 역할을 했던 사람이라고 판단했던 듯싶습니다.


또한, 그리고 한고조보다 항우를 앞에 두어 우회적인 비판을 했던 셈이지요. 사기열전 70권에는 코미디언, 건달부터 유명 인물까지 망라되어 있습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몇몇 왕과 정치인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라고 봤던 것입니다. 사기열전 1권은 의義를 강조한 백이열전이고 마지막 130권은 부자에 대한 열전인 화식열전이었는데 이렇게 목차를 배치한 것도 사마천의 울분이 녹아들어 간 것이라고들 얘기합니다. 내용이 길고 따분한 것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흥미진진하고 유익한 것 같습니다.

중국을 싫어하는 것과 무지無知한 것은 다른 이야기일 것입니다. 비록 미세먼지 날리고 오리발 내미는 그런 국가이며, 싸드 문제를 구실로 중국 관광객들의 한국 입국을 통제하는 말도 안 되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수천 년을 함께 한 나라이기에 더욱 알고 연구해야 또 다른 불행을 만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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