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完壁 고사
: 사마천 사기열전 염파,인상여열전
청나라 말기 언론인이자 유명 정치가이고 조선말 애국계몽운동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양계초(梁启超)는 사마천 사기史記 에서 으뜸인 10편을 선정하였습니다. 1)항우본기 2)위공자열전 3)염파,인상여열전 4)노중련,추양열전 5)회음후(한신)열전 6)위기,무안후열전 7)이장군열전 8)흉노열전 9)화식열전 10)태사공자서가 그것입니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조나라에 염파廉頗라는 맹장과 인상여藺相如가 있었습니다. 당시 최대 강국은 진秦나라였습니다. 아래 전국시대 지도를 보면 진나라와 조나라가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나라가 천하통일을 목표로 동진을 시작하면서 조나라는 항상 침략을 당했습니다. 염파는 이 진나라의 공격을 막아낸 맹장이었습니다.
어느 날 진나라 소왕昭王이 조나라 왕에게 국가의 보물인 화씨벽和氏璧 이야기를 듣고 그냥 내놓으라고 하기 그러니까 성 15개와 바꾸자는 제안 아닌 협박을 해옵니다. 조나라 혜문왕惠文王은 깊은 탄식을 내쉬며 고민에 빠집니다. 화씨벽을 안 주면 진나라의 공격을 받을 것이 뻔한 상황이었으니 말입니다. 이때 인상여가 추천되어 옥을 들고 사신으로 진나라에 가게 됩니다. 진나라 소왕에게 화씨벽을 바치고 15개 성 얘기를 꺼내려고 하자 진나라 왕은 계속 딴청을 피우며 다른 얘기를 합니다. 전혀 성을 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죠. 인상여는 소왕에게 옥에 흠이 있으니 잠시 돌려달라고 하여 돌려받습니다. 여기서 나온 유명한 단어가 하자瑕疵(옥의티)입니다. 우리가 흔히 상품에 흠집이 날 경우 품질에 하자가 있다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여기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인상여는 화씨벽을 돌려받은 뒤 진나라 소왕에게 약속했던 15개 성을 돌려달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옥을 깨 드려 버리겠다고 목숨을 걸고 협박을 합니다. 그러자 마지못해 성을 주겠다고 대답을 합니다. 인상여는 5일 동안 목욕재계하고 화씨벽을 받아가라고 합니다. 성 15개를 준다는 문서와 함께 말이죠. 인상여는 화씨벽을 조나라로 몰래 무사히 돌려보냅니다. 여기서 나온 고사가 완벽귀조完壁歸趙입니다. 줄여서 완벽完壁이라고 합니다. 무사히 완전하게 국가급 보물을 고국으로 돌려보낸 고사가 완벽입니다. 인상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서슬 퍼런 진나라에 목숨을 걸고 갔으니 살아 돌아갈 생각은 안 했을 겁니다. 하지만, 진나라 소왕은 재상의 간언을 받아들여 인상여를 살려주어 조나라로 돌려보냅니다. 세상의 이목이 두려웠고 어진왕 콤플렉스로 인함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인상여는 조나라로 돌아와서 상대부라는 큰 관직을 내려받습니다. 결론적으로 진나라는 15 개성을 주지 않았고, 조나라도 화씨벽을 끝끝내 진나라에게 주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끝나나 싶었는데 조나라의 맹장 염파廉頗가 발끈합니다. 누구는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 나가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는데 인상여는 세 치 혓바닥으로 높은 관직을 받을 것에 분해합니다. 그리고 인상여를 만나면 가만두지 않고, 모욕을 주겠다고 합니다. 인상여가 이 얘기를 듣습니다. 그때부터 인상여의 식솔들은 계속 염파 쪽 사람들로부터 매 맞기 시작합니다. 인상여 하인들이 하소연을 하자 인상여는 하인들에게 얘기합니다. 내가 목숨을 걸고 진나라 소왕에게까지 가서 화씨벽을 무사히 가지고 돌아왔는데 염파를 무서워하겠는가. 하지만, 내가 염파와 다투고 반목하면 나라는 어찌 되겠는가라고 연설을 합니다. 이 얘기를 들은 염파는 사사로운 감정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인상여를 보며 매우 부끄러워합니다. 그래서 웃통을 벗고 가시나무를 짊어진 채 인상여를 찾아가 죄를 청합니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의 오해가 풀리고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어 국가에 봉사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여기서 문경지교 刎頸之交(목숨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을 우정을 나누는 사이) 고사가 나옵니다.
2300년이 지난 지금도 전국시대와 맞먹을 만큼 혼란과 격변을 우리는 겪고 있습니다. 완벽이라는 고사를 통해서 애국에 대해 생각을 되뇌게 되었고, 문경지교 고사를 통해 경쟁 프레임에 갇혀 살다 1등 아니면 모두 죽는 제로섬 게임에 힘겹게 살고 있는 지금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참고도서:사기열전1,2(김원중),사기를 읽다(김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