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좋은 차 한 대 가격 정도 수준에서 집을 찾아보자고 마음먹었다. 새 차를 사는 대신 마음 드는 두 번째 집을 구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 나와 아내가 타는 차는 생산된 지 13년, 11년 된 작은 차이지만 아직까지 큰 탈 없이 잘 달려 주고 있다. 예산은 대략 5,000만원에서 7,000만원 가량. 자동차는 구입한 직후부터 그저 세워 두더라도 감가상각이 시작되어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떨어지지만 집은, 특히 아파트는 여러 해 사용한 후에도 가격 하락이 거의 없고 잘만 고르면 도리어 가격이 오를 수도 있는 자산이다.
우선 마음에 드는 도시 혹은 지역을 고른다. 가장 중요하다. 우리에겐 살고 있는 첫 번째 집이 있다. 두 번째 집은 어디에 있으면 좋을까. 이곳저곳 다니다 보면 유난히 마음 가는 곳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저 하루 이틀 다녀가는 곳이 아니라 주말마다 내려와 살 곳이라는 생각을 갖고 보면 이전과는 다른 것들이 보인다. 평소 취미처럼 지도 들여다보는 일을 즐겼던 나는 네이버, 카카오 지도를 활용했다. 보기 모드를 바꾸어가며 일반 지도, 위성 지도, 지형도 모두를 살피면 동네 분위기를 파악하기 좋다. 마음 가는 곳이라면 구글 지도로 한 번 더 살피면 좋다. 국내 지도에는 누락된 군부대, 발전소, 국가 시설 등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설 주변은 소음이 심하거나 공기가 탁하거나 하는 예상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 쉬우니 피하는 편이 낫다.
다음은 조금 더 범위를 좁혀 동 단위를 몇 곳 정도로 압축한다. 우리 경우에는 공기 좋고, 바다가 가깝고,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마트와 상가가 있는 곳, 차 없이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곳, 외지지 않아 밤에도 안전한 곳 등 떠올렸다. 마음 드는 동네에 있는 부동산을 여럿 들러 사장님께 동네와 집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좋다. 대도시와 달리 아직까지 지역 매물들은 부동산 공동전산망에 공유되지 않는 물건들이 많다. 강릉의 경우 ‘강릉교차로’ 정보지가 유용하다. 웹에서도 볼 수 있으니 직접 현장에 내려가지 않고도 대략의 시장 분위기를 살필 수 있다.
우리는 집 관리에 가급적 품을 들이고 싶지 않았으므로 바다가 멀지 않은 곳의 옛 아파트를 구하기로 했다. 몇 백 세대 이상 되는 아파트 단지라면 언젠가 집을 처분해야 할 때에도 문제가 없다.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오래된 저층 주공아파트나 현대아파트 단지를 눈여겨본다. 그 도시에서 가장 먼저 들어선 아파트들 중 하나이므로 대개 입지가 좋고 (구도심 근처) 단지 규모 역시 몇 백 세대 이상이어서 매물이 풍부하고 환금성도 좋다. 운이 따른다면 추후 재건축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다만 오래된 집이므로 실제 사용하기 전에 도배, 조명, 창틀, 보일러, 싱크대, 화장실 등을 제법 손봐야 할 수도 있다.
부동산 사이트 등에서 지난 10년간의 실거래 가격을 확인한다. 해당 지역의 인구 변화 추이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인구가 줄고 있고 집 가격에 거의 변동이 없고 오를 기미도 없다면 성급하게 집을 구입하기보다 전세나 월세로 살아보는 편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전세의 경우 집값과 임대보증금이 별 차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세보증보험 등 보증금 보호 방법도 알아두어야 한다. 우리가 고른 강릉의 방 둘, 화장실 하나 실평수 15평 가량의 옛 주공 아파트의 경우 2018년 당시 보증금 500만원에 월 30여만 원 정도의 조건으로 빌릴 수 있었다. 여기에 매월 6만 원 정도 되는 관리비와 전기세, 수도세가 덧붙는다. 다주택 중과 등 두 번째 집 구입으로 인한 세금 문제가 염려되는 경우에도 이편이 나을 것이다. 집을 구입한다면 부동산 중개수수료 외에도 취등록세, 매년 내는 재산세 등을 더 감당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