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서로는 없어, 결국 우린 변할 거야

2장. 멀어지고 변화하는 것들에 대하여

by 상희

긴 시간 동안 우리는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어려움을 함께 해왔고, 미래에도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가깝게 느끼던 이 마음의 거리가 영원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는 다르게, 시간은 강물처럼 흘렀다.

변하지 않을 거라 믿었던 우리는 강물에 휩쓸려 조금씩 방향을 틀었고, 각자 다른 섬에 도착했다.

그뿐이다.




"... 듣고 있어?"

"어, 응."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재잘거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교복을 입고 순수했던 시절을 공유했던 친구였다. 하지만 대화가 이어질수록 나는 기시감을 느꼈다. 무언가 달라져있다.


내 눈앞에 있는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 함께 스무디를 사 마셨던 그 친구가 맞나?

내가 기억하는 너는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잘 살피고 따스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었다.

자주 불안해하면서도 결국엔 스스로 답을 찾아내며 눈을 반짝이던, 분명한 미래를 말하던 너.

그런 네가 맞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점차 시간이 흐르며, 늘 젊기만 할 줄 알았던 우리가 나이를 먹었다.

졸업 후 다른 사회로 발을 디딘 우리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것이다.

그저 잘 살아보려고 한 거였는데, 세상이 너무 모질게 굴었던 걸까?


오랜만에 만난 너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반짝이던 눈은 생기를 잃었고, 꿈꾸는 미래를 말하던 입은 이제 목적이 분명한 현실적인 단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늘 따스한 말을 건네던 너는 때로 나에게 상처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너는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 되었다.


"너 왜 이렇게 약속 잡기가 힘들어? 예전에 비해 잘 안 만나주는 것 같아."


그리고 아마 너에게도,

나 또한 예전의 내가 아닐 것이다.




사람의 세포는 7년마다 교체된다고들 한다. 7년이 지나면 오늘의 나를 구성하던 모든 조각이 사라지고, 완전히 새로운 물질들로 채워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너와, 너를 마주하고 있는 나는, 무슨 스무디를 사 마실지 고민하며 웃던 그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인 것이다.


시간이라는 강물 위에서 우리는 각자의 생존을 위해 조금씩 방향을 틀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제는 서로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만큼 먼 섬에 도착해 버렸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우리는 각자의 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요즘 일이 바빠서 시간이 잘 안나네. 담에 또 보자, 연락 줄게."

"그래, 꼭이야."


영원한 서로는 없지만, 한때 같은 물줄기를 타고 흘렀던 그 기억만큼은 거짓이 아님을 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섬에서 또 최선을 다해 살아내다 보면, 조금씩 깎이고 새롭게 변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또 만날 지도 모른다. 그땐 꼭 반갑게 인사하자.


잘 가, 나의 옛 친구야.

그리고 잘 가, 너의 눈 속에 살고 있던 예전의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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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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