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멀어지고 변화하는 것들에 대하여
큰 변화 없이 일정했던 인생을 살다 보니, 30대가 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변화는 카톡 프로필에 보이는 사진의 1/3이 결혼사진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름 옆 동그라미 속 검고 단정한 턱시도를 입은 남성과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여성,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표정. 그렇구나, 이제 슬슬 결혼할 나이가 되었나 보다. 나는 화면 속 작은 동그라미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생이 다음 챕터로 넘어가고 있음을 체감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시간 속에서도 다들 그렇게 부지런히 인생의 다음 챕터로 나아가고 있었다.
삶에 있어 결혼만큼 큰 변화가 또 있을까.
혼자 버텨온 시간을 뒤로한 채, 평생을 함께할 단짝을 만나 미래를 약속한다는 것이 꽤나 로맨틱하게 다가왔다. 축의금을 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신부 대기실로 향했다.
"결혼 축하해."
새하얀 웨딩드레스에,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신부에게 다정히 인사를 건넸다.
새로운 앞날을 바라보는 신부의 눈동자는 티 없이 맑았다. 30대가 되었으니 이제 이런 결혼식을 자주 가게 되겠지. 앞으로의 나날들에는 여러 변화가 있겠지만, 이렇게 미소 지을 수 있는 변화라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늘 좋은 변화만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나 보다.
조의금을 넣던 도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변화는 정말 갑작스럽게 찾아와, 주위 사람들을 끔찍한 슬픔 속으로 밀어 넣는다고. 절을 마친 뒤, 빈소의 영정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진 속 할머니는 그저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 생애를 다 채우고 떠나는 마지막 인사가 이토록 고요할 줄은 몰랐다.
"와줘서 고마워요."
상주와 다정히 인사를 나눈 뒤, 적막 속에서 육개장을 먹었다.
나는 낮에 본 신부의 미소와, 밤에 마주한 영정사진 속 고인의 미소를 동시에 떠올렸다. 그리고 어쩌면 드레스를 입고 미소 지을지도 모를 나의 모습과, 언젠가 끈질기게 살아온 생애를 두고 떠날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제야 30대가 된다는 건, 누군가를 곁에 두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를 떠나보낼 수도 있는 시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은 너무나 젊은 나이였기에 몰랐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을 살다 보면,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과 남은 생을 살고 싶다는 꿈을 품기도 하고, 늘 영원할 것처럼 살아가던 생이 자신도 모르는 찰나에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늘 새로운 변화를 꿈꿀 수 있을 것만 같은 나의 삶도 사실은 유한하다는 것을.
아무리 결혼식과 장례식을 오가도, 사람의 생에 이런 온도차가 존재한다는 건 여전히 슬픈 것 같다.
그러한 지점들을 지나가듯 또 깨닫는 것이다. 수많은 파스타와, 수많은 육개장을 먹으면서.
낮과 밤이 반복되듯, 삶과 죽음 또한 우리 곁을 교차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앞으로도 수없이 반복하게 될 그 말을 미리 되뇌어본다.
'결혼 축하해',
그리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