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처음
대학생 남편과 결혼한 것도 부모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 중 하나였는데, 나는 남편더러 취업은 마음대로 하라고 말했다. 나를 먹여살릴일도, 책임져야 하는 것도 아니니 하고싶으면 하고, 다른 인생을 살고싶으면 다른인생을 살아도된다고 말했다.
그 일이 우리 불행의 시작일 줄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채 나는 이 방법이 남편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에게 나는 '대화'를 하자고 하는 것이 어려웠다. 세상 그 무엇보다 조심스러웠다. 나는 좀 독립적이고 책임감있게 컸고, 남편은 그에반해 자유롭게 자랐다. 선택에 대한 압박도 책임도 강요받지 않으면서 말이다.
우리 부모님은 모든 선택을 나에게 하라고 하셨고, 그 책임도 나에게 지라고 하셨기에 나는 결혼의 선택도 내 책임이라 생각하고 살아내려고 했따. 그런데 남편과의 시간이 하루하루 쌓일수록 어디서 부터 단추가 잘 못끼워 진것인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우리사이가 삐걱 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취업은 알아서 하라고, 그렇게 자유를 줘 놓고는 내가 힘들어 질때마다 집에오면 자기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남편이 보기 싫었다. 그러다가 남편이 사무실이라도 알아봐야지,,,, 하고 나가서 시간을 보내면 그 시간을 너무 낭비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돌아보면 내 성격은 '아등바등' 바쁘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이고, 여유있게 자기구상을 하는 사람들은 '방랑자'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그게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때는 힘들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지도 않고, 정해진 시간에 하루를 마무리하지도 않았으며, 뭔가 악착같이 해내겠다는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남편과 투닥거리며 싸울때면 '어머니는 아들을 왜 이렇게 키우셨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뭔가 하나도 맞는 구석이 없는 것 같았던 우리가 어느 포인트에 결혼을 결심했는지 갑자기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내가 가장 자주 물었던 질문이고, 남편은 그때마다 한숨을 푹 쉬곤 했다. 그랬다. 대학생인 남편에게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아내의 수고를 덜어줄 지 나름대로의 계획과 고민은 항상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남편의 태도가 나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아무생각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며 '계획따위는 있냐'는 식의 말투로 남편을 대했던 것 같다.
남편은 왜 항상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보냐며 툴툴 거렸지만, 나는 아마도 대화가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부부는 대화를 해야하고
같은 방향을 봐야 하며
같은 것을 나눠야 하고
모든것을 서로 알아야 한다고 착각 했던 것 같다.
남편에게 계획을 물어볼 수록 우리는 싸우는 횟수가 늘어났고, 그것도 잠시 내가 괜찮아지면 모든 일은 또 괜찮아 지는 방향으로 흘렀다.
결국에 나는 대학생 남편이 취업을 하는 것보다
이렇든 저렇든 내 커리어가 더 우선이었고, 남편의 성장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남편은 나를 외조하며, 아내의 성장에 발맞춰 보조하길 바랬고
내가 좀 힘들어지면 남편이 나 몰래라도 자기만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길 바랬던 걸까?
시간이 지날 수록 나는 이 모든 상황들이 내 이기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남편을 묵묵히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남편은 한큐에 취업이란 걸 했고, 우리는 그렇게 안정적으로 행복한 신혼을 보낼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