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제대로 망가지고 싶다
“완벽하게 살려고도 노력해봤습니다.
아, 내가 한 노력이 진정한 노력이 아닐 수도 있겠군요.
그럼 저라도 인정해야겠어요. 어쨌든 이젠 (되지도 않는) 여유 좀 부려볼까 합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것은 독일까, 약일까. 그래, 스스로도 모나지 않게 내 할 일은 열심히 해왔던 사람임을 부정하진 않는다. 뛰어난 능력치를 가지진 못했지만 상식적으로 살고, 누구한테 피해 끼치지 않고, 그렇다고 누구 눈에 띄지도 않고 약간은 그림자처럼 사는 사람. 그게 나였다.
어느 무리에서 빠져나와도 갑작스레 티는 나지 않고, 많지는 않더라도 누군가 전화 한 번은 해서 안부를 물을 그런 사람일 뿐. 사실 요즘은 전화도 잘 오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인맥 정리를 해서인지. 내가 인맥 정리를 당했을지도 모르지만.
직장생활 10년 차에 회사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세상으로 나온 지 몇 년이 지났다. 조직에 속하지 않아도 이렇게 입에 풀칠하고 살아가고 있는 거 보면 나름 경쟁력이 있는 걸까. 그건 아닌 것 같고. 어쨌든 내게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주기적으로 마음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정상인처럼 살다가도 심각하게 무너질 때가 있다.
병적으로 무너진다. 그런데 또다시 일상으로 언제 그랬냐는 듯 복귀한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나 자신을 믿지 못했다. 지금도 믿지 못하고. 일상과 무너짐이 반복되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마음이 요동친다는 것이다. 약간은 정상적이지 못한 사람 같다. 사실 요즘은 정상적인 마음 상태로 살아가긴 힘든 것 같다. 그것에 맞추려고 이렇게 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치열하게 사는 것을 모토로 삼고 살아가다가도 마음과 몸이 무너진다. 1주일 열심히 일하다가도 갑작스레 찾아온 무기력감은 또 1주일을 쉬게 하고, 마음의 일용직으로 살아가게 한다. 이게 대체 몇 년째 이러는지 모를 일이다. 자꾸 무너지는 나를 용서할 수 없다는 듯이 화를 내어 보아도 그때뿐이다. 시한폭탄같이 무기력, 우울감은 찾아온다. 왔다 갔다 하는 자신에게 한없이 관대해야 할까. 아니면 조치를 취해야 할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주기적으로 무너지는 나를 찬찬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채근해도 별 수 없다면 관찰은 해봐야겠지. 아등바등 살다가도 가끔은 무너지는 것이 정말 괜찮은 건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무너짐의 미학은 3화 연재로 이어집니다. 구독과 라이킷은 집필에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