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한 삶을 살기로 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잠시 포기를 하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다시 계획을 수정하고 정상생활을 이어가야 하는데,
더 이탈을 해서 어디론가 멀리 떠나게 돼요. 하하, 저, 정상은 아니죠?”
몇 권의 책을 집필했지만, 유명하지 않은 작가. 내가 가진 몇 개 직업 중의 하나다. '직업도 한 개만 가져야 할까?'라는 의문에서 직업을 몇 가지 추가하다 보니 작가도 추가하게 됐다. 직장생활에 지쳐 독립하며 직업을 내 마음대로 만들었다. 아무튼 그중 작가라는 직업에 맞춰 생각해 보면 글을 쓰는 것이 재밌을 때도 있지만 이것처럼 고역스러울 때도 없다.
마른 수건을 짜 본 적이 있는가? 소재가 없고 쓸 것이 없을 때 글을 쓰려고 하면 딱 이 느낌이다. 쥐어짜도 뭔가 나오지 않을 때 느낄 수 있는 그 본연의 짜증, 막연함, 허무함.
책을 집필할 때 계획부터 짜게 되는데 이 계획이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다. 하루에 쓸 분량을 정하곤 하는데 열심히 며칠 쓰다가도 갑자기 아침에 눈을 뜨지 않는 비상사태가 발생한다. 그럼 오늘 쓸 분량은 고스란히 내일로, 모레로 넘어간다. 글을 써보면 알겠지만 써야 할 분량이 두배 세배로 늘어나면 고단한 채워 넣기가 시작된다.
학창 시절 방학 일기를 30일 치까지 밀려 써본 경험이 생각나곤 한다.
내용보다도 지나가버린 날씨를 만들어 내는 게 일이었다. 하루 쉬고 바로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하면 사단은 나지 않을 텐데 쭉 무기력 단계로 넘어간다. 1주일 동안 열심히 했는데 1주일을 쉬어버리니 뭔가 찜찜하다. 이전 1주일 동안 만들어놨던 결과도 뭔가 허무하고 1주일 동안 쉬어버리니 다시 시작하고픈 마음이 덜하고, 쭉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다가 갑자기 새벽에 일어나 지난 1주일을 후회하며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볼 때 낯섦을 느낀다. 솔직히 ‘미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외부 사람이 볼 땐 새벽에도 일어나 열심히 무언가 해내는 사람이겠지. 하지만 들여다보면 끈을 놓을 듯 말 듯한 위태위태한 사람이다.
이상하게 누가 정해주거나 내가 정한 궤도를 잘 맞춰나가다가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 흐름이 깨지면 더 이상한 방향으로 나를 몰고 간다. 궤도 이탈을 했을 때 마음이 또 편한 것도 아니다. 내심 불안해하고 찜찜해하면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를 헤매고 있다는 것. 사실 이런 상태가 수년 동안 지속되고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이 글까지 쓰게 됐다. 이 글도 꾸준히 쓰다가 언제 또 멈춰서 버릴지 모르겠지만 일단 펜을 들었다. 나와 같은 상황을 겪는 누군가는 꼭 있을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무너짐의 미학>연재는 마음 내킬 때 몰아서 올리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올리기도 합니다.^^
포기? 혹은 열심히? 한쪽만을 강조하는 삶이 아닌 어중간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