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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과장 Mar 09. 2021

비즈니스 영어 실력을 어떻게 늘릴까

'비즈니스 영어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결국 '누가 비즈니스 영어를 쓰는 걸까'라는 질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즈니스에 몸담고 있는 사람, 즉 직장인들이 회사 업무를 영어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써야 하는 영어일 것이다. 이제 비즈니스 상황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업무마다, 가지고 있는 책임에 따라 완전 다르겠지만.


만약 내가 영어를 써야 하는 업무가 물건 수령이나 샘플 요청하는 이메일이라면 구글 번역이나 파파고를 이용해서 쉽게 문장 작성이 가능할 것이다. 구글 번역기도 문장에서 주어와 목적어 동사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굉장한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만약 내가 이메일만 쓰는 게 아니고 말을 해야 한다면? 

내가 영어로 논의해야 하는 내용이 샘플 보냈냐가 아니라, 요즘 핫한 '클럽하우스' 앱에서 마케팅 캠페인 진행이 타당한지, 진행한다면 moderator 가 누가 하는 게 좋은지, 그게 왜 좋은 건지. 


이런 내용을 가지고 얘기하려면 서점에서 구입한 비즈니스 영어회화 책이 도움이 될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다. 


왜냐면 그 책의 저자가 정말 회사에서 일을 해봤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교육이나 강의가 주 업무인 프로세스와, 제품 개발/마케팅 이란 프로세스는 각자의 영역에서 접해보지 않으면 확실히 알기가 어렵다


실제 외국계 기업에서 장기간 일해본 저자가 비즈니스 영어회화 책을 쓰고 거기에는 좋은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 저자가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일을 해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IT에서 제조업으로 이직하고 그런 경험이 책에 녹아날 수 있지만, 모든 산업을 돌아다니면서 산업의 도메인 지식과 결부된 영어 표현을 습득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비즈니스 영어 실력을 늘릴 수 있을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좋은 방법은 현지 파견 가서 나의 업무 관련해서 혼자서 맨땅에 헤딩하듯 몸으로 겪고 나면 몇 달 후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걸 느낄 수 있다.


생존만큼 좋은 동기부여는 없고, 이런 동기부여라면 일정 수준까지는 어쩔 수 없이 도달하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에서 일을 하고, 비즈니스 영어회화 표현 책을 읽고 외워봐도 컨퍼런스 콜에서 나오는 Agenda랑 상관없다면? 줌으로 미팅하기 때문에 더 이상 회의실 예약을 안 해도 되는데 회의실 예약이나 Reception에서 누구를 찾는 정중한 표현 방식이 나온다면?



중요한 건 내가 일하는 회사가 속한 산업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서 실제로 미국 사람들이 쓰고, 고급져 보이는 표현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생각보다 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상장기업들은 매분기 실적 보고도 하고 투자자들과 컨퍼런스 콜을 진행한다. 그리고 산업의 대표기업들은 당연히 상장되어 있으니 내 회사가 있는 산업의 대표기업을 일단 찾으면 된다


예를 들어 Apple이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컨퍼런스콜 트랜스크립트라는 사이트를 방문해서 Apple을 타이핑하면 Apple의 실적보고 컨퍼런스 콜이 있는 녹취록(transcript)을 찾을 수 있다.


녹취록에는 회사의 대표이사, CFO, CMO 등의 경영진이 분기 당 회사의 실적을 보고하는 내용과 뒤에 투자자와의 Q&A session이 담겨있다


내가 추천드리는 부분은 transcript의 Q&A 부분이다. 실적보고를 하는 앞에 내용은 이미 CEO가 잘 준비한 내용이라서 약간 문어체스럽다. 


하지만 Q&A 부분으로 가면 투자자의 질문과 경영진의 답변이 이어지면서 보다 생동감 있는 대화가 이어진다. 이 대화에서 나오는 표현들은 어디 가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문장들을 보면


we have been ramping assortment in private label.


우리는 프라이빗 브랜드에서 제품 구비(제품 종류)를 늘리고 있다



We remain cautious as the channel may come under further pressure in the coming quarters


판매 채널이 여전히 압박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다음 분기에 여전히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Out-of-home sales declined sharply as a consequence of movement restrictions


집 밖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이동 제한 조치의 결과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회사에서 보고서로 표현되어야 할 내용 중 구글 번역으로 돌렸을 때 뭔가 아쉬움을 채워줄 수 있는 표현들이 Transcript에 아주 많이 보관되어 있다. 아쉬운 건 실적 보고에 대한 Q&A이기 때문에 질문과 답변의 내용이 지금보다는 뒤쳐진다는 것 정도.



지금까지 요약을 해보자면

- 우리가 서점에서 만나는 비즈니스 회화 책은 회의실 예약, 미팅 시간 조정 등의 일의 본질보다는 일상에 관한 표현들과 idom들이 많다

- 외국에서 오래 일한 저자가 쓴 비즈니스 회화 책은 실제 업무와 관련된 주요 내용이 많지만 모든 산업을 커버할 수는 없다

- 내가 일하는 산업, 혹은 내가 알고 싶어 하는 회사의 산업의 미국 상장된 대표회사를 선택해서 conference call transcript을 검색한 후, 해당 웹페이지를 pdf로 변환하거나 복사해서 워드에 저장한다

- transcript에서 앞부분의 speech를 넘어가고 Q&A 부분으로 가서 좋은 표현들을 읽고 이 말이 이렇게 되는구나 감탄한다



감탄에서 끝이 나면 나의 비즈니스 영어는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이걸 활용해서 어떻게 비즈니스 영어 실력을 늘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감탄한 표현들을 Notion에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하고, 데이터베이스 링크로 북마크 해서 스마트폰 크롬이나 사파리로 접속을 하던지, Notion앱으로 들어가서 보던지,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서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입으로 내뱉어야 한다.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내뱉으면 부끄러울 수 있으니 잘 판단해서 연습하면 된다.



위의 방식처럼 Transcript에서 가져온 표현, 그리고 그 문장의 의미, 마지막으로 이 문장에서 내가 감탄한 그 부분, 단어나 구, 그리고 기억하기 쉽게 한국어 키워드를 같이 적어놓으면 어떤 부분이 핵심 표현인지 바로 알 수 있고, 그 표현이 실제 미국 경영진이 어떤 식으로 문장에서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영어 초보자를 위한 학습법은 아니다.


영어 중상급, 상급 레벨의 분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이다. 매번 비슷한 표현들만 만들어내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고, 유튜브나 시중의 책을 봐도 딱 회사일과 맞아떨어지는 게 없어서 답답할 때 이 학습법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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