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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과장 Mar 25. 2021

7개월 정도의 팟캐스트를 돌아봤을 때

일단 해보자고 시작한 팟캐스트는 2020년 7월 말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고 조금 있으면 6개월이 되어간다. 처음에 한 번 해보자고 했을 때 1년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제 반환점을 돌은 정도이다.


사실 팟캐스트를 한다고 해서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각자의 해야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시간이 쫓기기도 했고, 방송에 대해 생각하는 기준과 이유도 달랐기 때문에 초기에는 약간의 '마상'을 서로에게 남기기도 했다.


"과장님, 그 때 저한테 삐지셨죠?"


라고 물어보는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기도 쉽지 않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co-host이기 때문에 줌으로만 모든 걸 설명하기에는 뭔가 내 마음 속 이야기를 전부 털어놓기도 조금 애매했었다.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대리님이 오히려 저때매 마상을 입으셨을 거 같아요"


그렇게 서로 오해도 쌓이고 이걸 왜 하나 싶었을 때도 있지만 우리 방송을 들어주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가고, 댓글이 달리는 걸 신기해하면서 자연스레 다시 다음 방송에서 뭘 얘기할까 서로 얘기하고 있었다.


김대리와 채과장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인 "대탈스: 대기업 탈주자의 스토리"는 어느 정도까지 왔으며 무엇을 배웠을까?


먼저 숫자로 대탈스를 살펴보면,


- 대탈스는 연말을 제외하고 한 번도 쉬지 않고 매주 20분 이상의 에피소드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가장 뜻깊은 지표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했다면 매주 에피소드를 만들고 올린다는 게 가능했을까

- 현재 대탈스의 구독자는 92명이다. 생각보다 100명을 달성하기 굉장히 어렵다는 걸 느꼈다. 팟캐스트라서 그런걸까? 아니다 우리 방송이 실력이 부족해서겠지

- 대탈스가 가장 높이 올라간 순위는 카테고리 내 31위 이다.

- 지금까지 우리 방송의 모든 에피소드가 재생된 횟수는 23,509회 이다

- 대탈스 방송을 들어주는 청취자는 30대~50대가 90%를 차지한다. 팟캐스트 플랫폼이 구식 플랫폼일 수도 있고, 우리의 방송이 구식일 수도 있다

- 대탈스는 딱 한 번 팟빵 광고를 진행했었는데 노출 수 대비 유입율은 0.4%, 구독전환율은 0.02% 였다. 이 정도면 앞으로도 광고를 해야하는 것이 맞을 지 모르겠다

-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특정 에피소드 몇 개가 다른 에피소드 재생요청 수의 10배가 넘는 수치들이 나왔다. 사실 우리는 아직도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 더욱 재미있는 건 팟빵을 통해 방송된 게 아니라 다른 곳을 통해 방송된 '기타' 카테고리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숫자가 아닌 이야기를 해보면,


- 김대리와 채과장은 사운드 편집 기술이 늘었다. 한 명은 Audacity, 다른 한 명은 Logic Pro X라는 툴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채과장이 Logic을 사용하는데, 사실 음악은 하나도 모르고 그냥 트랙 자르고 붙이고 페이드 인 아웃만 할 수 있다

- 채과장은 김대리를 통해서 트렐로라는 서비스를 접했는데 지금은 노션을 통해서 김대리와 협업을 하고있다

- 편집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고, 영상이 없는 오디오편집 만으로도 2시간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데 과연 유튜브 편집이라는 걸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다. 유튜브 동영상 제작자들을 존경하기 시작했다

- 한국에서의 팟캐스트라는 플랫폼이 어떤 영향력이 있을까 고민이 들었다. 방송을 한다는 것은 김대리와 채과장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인데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 게스트와 하는 방송은 평소 호스트들끼리 하는 방송보다 부담이 훨씬 더 많이 가는 방송이다. 준비부터 Q시트를 만들어야 하고, 끝나고 편집할 때는 시간이 배로 든다


이 글을 쓰면서 김대리님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었다


"과장님 그러면 우리 방송 중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에피소드는 뭔가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은 에피소드는 '이직하고 싶을 땐 현 직장의 팀 이동부터 해보자' 입니다"


"어 그 에피소드는 최근에 나온 에피소드 아닌가요?"


"사람들이 그만큼 현재 있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은게 아닐까 싶은가 해요. 그리고 그 다음으로 많이 들은 에피소드들은 다 정보와 관련이 있는 에피소드들이에요"


"업무 생산성 높이는 방법, 재태크 전략, 계획 세우는 방법 뭐 이런거?"


그렇다.

지난 방송을 돌아본 결과 사람들은 방송을 들으면서 우리가 대기업에서 얻은 회사 생활의 노하우나 다른 꿀팁이 있을까 하고 찾지 않았을까 한다. 어떤 에피소드들은 적절한 답을 해준 것도 있을 것이고, 어떤 에피소드들은 만족한 답을 못 드렸을 수도 있다


김대리와 채과장은 과연 꿀팁과 노하우를 계속 얘기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회사에서의 노하우와 꿀팁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경험으로 얻은 결과인데 김대리와 채과장의 경험이 무한정일 수는 없으니까. 다른 눈길을 끄는 건 직장생활 실수담이라는 에피소드들이 top 10에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다시 추려보면 결국 방송은 재미있거나 도움이 되거나 둘 중 하나여지 않을까.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7개월이라는 시간을 통해서 얻은 소중한 교훈이다.


김대리와 채과장의 대탈스는 중간 점검을 마치고 다시 한 번 천천히 성실히 걸음을 내딛어볼까 하다가, 호스트들의 개인 정비와 더 나은 시즌을 위해서 얼마전 마지막 방송 후, 시즌 휴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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