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터지고 난 후 였을 것이다.
눈이 고장나지 않기 위해서는 3달에 한 번 정도 안과에 가서 처방을 받고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코로나라는 핑계로 근 2년 넘게 가지 않았었다.
여기서 더 얼마나 나빠지겠어 라는 생각도 있었고, 예전 회사다닐만큼 새벽까지 일을 안하니까 눈에 무리가 가지 않았겠지… 안일한 생각으로 있었던 것 같다.
테니스라는 실외 운동을 하면서 “공이 안 보여”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그 말을 너무 많이 해버러셔 였을까. 어느날 SJ가 공이 안 보여서 못 치는게 아니라 실력이 없어서 못 치는 거라고 돌직구를 날리자, 그 말에 발끈해서 내가 얼마나 공을 못 보는지 의학적으로 보여주겠어 라는 생각에 둘이 같이 안과를 갔다.
“녹내장은 상태가 더 심해졌구요. 그리고 백내장도 생겼습니다. 백내장은 수술하시면 좋아지실 거에요”
이건 내가 기대한 말이 아니였다.
내가 기대한 건, 네 녹내장 때문에 실외활동 하기 불편함이 있으시겠네요. 약 복용 잘하시면 될 거에요. 이 정도를 기대한 거였는데 백내장이라는 진단명까지 달고 왔다.
녹내장이라는 이름은 가볍지 않았는데 거기에 백내장이라니…
다행히 그 다음 말이 이어졌다.
“백내장은 수술만 받으시면 될 거에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녹내장 관리 안하시면 위험하십니다”
다행히 위안은 되었다. 안압관리를 꾸준히 하면 되는 걸 알고 있는데, 코로나 핑계로 게을러서 내가 가지 않았으니 누구를 탓하겠냐만은 그래도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눈에 걸려있는 이 질병은 아마 평생 나를 따라 다닐 것이다. 실외 운동을 하는데 불편함을 줄 것이고, 조금만 밤에 무리하면 다음날 영향을 끼치고, 심한 경우는 한쪽 눈의 시야를 잃을 수도 있으니.
병원에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으니, 기분이 유쾌할 수가 없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더 안과에 오기 싫었는 지도 모른다. 아무리 잘 해봐야 현상 유지이니 혼자서 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 어려우니까.
다행인건 이번엔 혼자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이런 말까지 들을 수가 있었다.
“그래도 오빠가 집에서 일할 수 있는 걸 찾아서 이 정도까지 밖에 진행이 안 된걸 수도 있어. 만약 회사를 다녔으면 정말 더 어떻게 되었을 지도 몰라”
만약 내가 회사를 그대로 다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을까? 아니면 새벽까지 야근 안해도 되는 편한 곳으로 보내줬을까? (사실 예전 회사 보면 그리 쉽지는 않은 것 같아서, 큰 회사라서 자르지는 못하고 이래저래 눈치 많이 줬을 거 같기는 하다) 아 맞다. 사실 이미 눈치받고 있었지.
여튼 나는 회사를 나온지 5년이 다 되어가고, 원래 하던일이 아닌 완전 다른 일을 하면서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밥벌이를 하고 있다라는게 너무 신기하다.
백내장이라는 새로운 진단명을 받았지만, 예전 회사에서 녹내장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보다는 그 충격이 덜한 걸 보면 내가 예전보다는 마음이 편해진 것일지도. 그 때보다 더 괜찮은 거 맞겠지?
P.S
처음 녹내장이란 얘길 들었을 때, 그 진단명을 말해주던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었다
“컴퓨터를 안 쓰는 직업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엑셀과 파워포인트 빼면 내 직장생활에서 남는게 없는데, 그걸 쓰지 말라니.
컴퓨터 다음엔 이제 핸드폰도 쓰지 말아야 하는 직업을 찾아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