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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과장 Apr 04. 2023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읽고

프리랜서라는 직업은?

Intro

장강명 작가의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읽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이 작가의 책을 꽤 읽은 듯하다. ‘댓글부대’, ‘한국이 싫어서’, ‘표백’, ‘재수사’, ‘5년만의 신혼여행’ 


한 작가의 책을 지속적으로 읽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이 사람의 책을 계속 읽는 이유는 아마 나의 꿈을 대신 실현해준 사람이라 동경의 마음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나도 이 작가처럼 회사를 때려치우고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직장인들에게 비즈니스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소설가와 영어 강사, 꽤 간극이 크다.

나의 글쓰기 실력보다는 내 영어 실력이 더 뛰어난 것 같았고, 아무도 나에게 소설가가 되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내가 영어를 가르치면 잘할 것이라는 말은 회사에서 꽤 자주 들었기 때문이리라.


우리에게 집중력과 생산성이란?

간극이 있는 소설가와 영어강사지만 프리랜서라는 공통분모 때문일까 이 책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는 러닝 하이(runner’s High) 같은 라이팅 하이(writer’s high)를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감당해내야 하는지, 어떤 하루는 극단적으로 생산적이었다가, 다른 하루는 극단적으로 비생산적인 하루를 보낸다던지.


나 역시 이런 라이팅 하이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강의 자료를 만들면서 처절하게 공감한다. 참고로 나는 강의자료를 만드는데 꽤 공을 들이는 스타일이다:


1) 일단 비즈니스 영어 강의면 일반 영어회화보다 가격이 높은데 외국인 강사가 Economist나 WSJ 뉴스 한 꼭지를 프린트해서 던져주고 얘기하자 라는 걸 싫어했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강의자료를 만든다.

2) 그 뉴스를 기반으로 한 요약, 그리고 그 뉴스 내용을 기반으로 한 대화 스크립트, 그리고 이메일 형식의 디스커션 질문들. 이 정도를 한 패키지로 해야 최소한의 강의 준비라고 보고, 나에게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한다— 10년 정도 직장생활해서 그런지 저 정도 자료를 갖추지 않으면, 일을 한건가 싶다


저런 강의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도 라이팅 하이가 필요한데, 생각보다 방해요소가 많다.

책의 작가는 잠깐 동안 햄버거나 커피를 사러 갔다오는 외출에서도 방해를 받는다고 하는데,역시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우리집에 사는 고양이가 책상에 와서 ‘야옹’하면 같이 야옹 한 번 해줘야 하고, 가족이 부탁해놓은 집안 일—택배반품 등, 이런 사소한 걸 하고 나면 강의자료 만들던 집중력이 사라져버리고 만다.


결국, 이 라이팅 하이 집중력을 얻기 위해서 시간 배치를 잘해야 한다. 그러나 프리랜서 영어강사라는 특성 때문에 이 역시 쉽지 않다. 

자율 출근제 때문에, 오전에 강의를 듣는 사람들도 있고, 저녁에 강의를 듣는 사람, 점심시간에 강의를 듣는 사람들 다양하다. (오전에 들으시는 분들, 점심시간에 들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해요)


강의 시간대가 들쭉날쭉 할 수 밖에 없으니, 강의를 끝내고 나면 자료에 넣을려고 했던 찰나의 좋은 아이디어는 사라지고 만다. 중간에 메모하기도 좀 애매하다. 

저녁에 3~4개 연강을 하고난 경우는 이미 체력이 고갈되어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쓰거나 강의 자료 작성에 대한 열정보다는 소파에 쓰러져 멍만 때리고 싶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체력을 키우면 될까 싶어서 운동을 해봤는데, 운동까지 하고 나면 정말 아무 생각 안나는 깨끗한 백지 상태가 되버리고 만다.

결론은 내가 이런 Writer’s High를 얻는건 쉽지 않다는 뜻이다.


2. 작가에게 SNS란?

또한 집중력에 대한 얘기의 연장선으로 SNS과 강연을 책에서 언급하고 있다. SNS가 과연 작가에게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강연 같은 외부활동이 작가의 창작활동에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SNS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작가는 보고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나같은 프리랜서에게는? 아마 필수불가결일 것이다. 나 역시 SNS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단체 카톡방은 정보를 얻는 것 외에 들어가 있는 곳이 없고, 개인간의 카톡도 거의 없는 편이다.


카톡이 이럴지언데, 다른 SNS는 어떻겠는가?


하지만 회사를 나오고 깨달았다.

회사에서는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어도 어떻게든 나를 찾아서 일을 주지만,

회사를 나오고 나서는 아무 것도 안 하면 아무 것도 나에게 오지 않는다. 손가락만 빨면서 다음달 대출이자를 어떻게 내야하나 고민하는 상황이 찾아오는 거지.


그렇다면 나를 좀 알리는게 어떨까 싶어서 유튜브를 만들어서 올리고 있는데 이것또한 만만치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혼자 하기 때문에 하루의 반나절 이상의 시간을 잡아먹고 만다. 

물론 그 와중에 내 유튜브 채널 링크를 여기 올릴까, 이정도 텍스트 양이면 내 유튜브 링크를 살짝 올려놔도 잘 모르겠지 라는 생각도 들다가, 올렸는데도 유튜브 채널에 큰 변화가 없으면 더 마음 아플 것 같아 못 올릴 듯 하다.


여튼 이 책은 그 외에 작가라면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주제들— 인세 지급, 책 판매량 집계, 강연료에 관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작가나 소설가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소설가의 하루를 볼 수 있게끔 하는 책이다.


장강명 작가의 ‘재수사’와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거의 동시에 읽었는데,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쪽이 더 재미있었다. 소설도 좋지만 이런 에세이도 더 많이 써주시면 좋겠다.


지난 번에는 ‘5년만의 신혼여행’과 ‘한국이 싫어서’를 동시에 읽었는데 그 때는 ‘한국이 싫어서’를 더 재미있게 읽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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