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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과장 Mar 29. 2016

마음이 따뜻해지는 음악과 영화

영화이야기 - 비긴 어게인

좀 지난 영화입니다만 예전에 블로그에 제가 썼던 영화이야기를 다시 수정해서 끄적여 봅니다.

별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이제 봄이고 날씨도 좋고 발랄해야 하는 시기에 날씨가 흐린 관계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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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포스터와 음악만 본다면 'Once'의 헐리우드 버전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허나 영화의 분위기는 분명 더 건강하고 밝습니다. 실제 배우의 나이는 모르겠지만 캐릭터의 설정 만으로 이 영화는 생동감이 넘칩니다. Once의 여주인공은 이미 어린나이에 결혼한 유부녀였지만 이 영화의 여주인공은 아직 학교도 끝내지 않은 작곡가 지망생이니까요. 


헐리우드 버전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 영화가 흔한 cheesy 한 영화는 아닙니다. 상업적인 색깔이 짙게 깔려있지만 감독의 재치있는 뒤틀림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듭니다. 그래도 영화를 전적으로 끌어가는 건 배우들과 음악입니다. 헐리우드형 Once를 표방하고 있으니 설정 자체가 실연한 작곡가와 한물 간 프로듀서의 만남이겠죠. 그러니 당연히 음악이 중요한 재료이고 그 재료를 "연주"하는 배우들의 역할이 어쩌면 이 영화를 판가름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의 동어반복일 뿐입니다.


주연을 맡은 배우는 키이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팔로입니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러브 액츄얼리'에서 남편의 베스트 프렌드에게 사랑을 받는 매력적인 신부로 나온 후 캐러비안 베이의 해적, 어톤먼트, 안나 카테리나 등 굵직굵직한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이름에 무게감이 쌓여가는 여배우인데 이 영화에서는 힘을 뺀 듯한 연기를 하고 있어요. 힘을 많이 뺏지만 힘을 넣어주어야 하는 곳에서는 정확히 넣어주고요. 

애덤 리바인과 벤치에 앉아서 대화하는 곳에서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아 참 좋은 배우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크 러팔로와 음악을 듣다가 춤을 추러간 클럽에서 러팔로를 바라보는 키이라의 눈빛은 정말 매력적이기도 했구요. 영화에서 아니라 실제에서도 마크 러팔로란 배우가 순간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까 하는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그 순간 빠졌을 지도 모릅니다. 



마크 러팔로-어벤져스의 헐크아저씨-는 이 영화에서 가장 생동감 있는 캐릭터가 아니였을까요. 러팔로의 연기 톤이 이 영화의 톤 자체가 되버린 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러팔로에 너무 끌려가지 않도록 애덤 리바인을 적절히 활용한 건 감독의 좋은 선택이긴 하지만 후반부를 빼고는 러팔로가 영화의 흐름을 완급조절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비즈니스를 따지지 않고 음악에 취해 녹음하고 프로듀싱 하는 장면은 뛰어난 연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질투가 나게 하는 그런 연기라고 할까요. 제가 저렇게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저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어 행복하겠구나를 느끼게 해줬으니까요

음악을 빼놓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음악에는 문외한이지만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실연을 당한 후 옛 연인에게 남겨진 음악마저 분노가 담긴 락음악이나 랩이아닌 어쿠스틱한 조용한 사랑스런 음악입니다. 

Once의 음악들과는 대조적입니다. 주인공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가 마지막에 방황하는 심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그런 비슷한 심정이라면 Begin Again의 음악은 누구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고 할까요. 음악을 잘 모르지만 영화 보는 내내 따뜻함과 뭔가 잘 될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음악과 뉴욕이라는 도시가 같이 만나서일지도 모르구요.



가장 좋았던 씬 입니다. 

마크 러팔로와 키이라 나이틀리를 둘러싼 많은 트러블들이 이 음악을 연주하는 순간만큼은 그들을 방해하지는 못하는 장면이죠. 좀 건조하게 말하면 사실 큰 트러블들은 없었습니다. 한 명은 연인과 헤어졌고, 한 명은 회사에서 일을 못해서 짤린 거니까요. 사실 우리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대사처럼 그런 일상을 마술에 걸린 것처럼 만들어 주는게 음악이라고 말하는 감독의 주장은 이 장면에서 설득력이 극대화 됩니다. 왜냐면 저는 완전 설득 당했거든요. 러팔로의 딸 역할하는 배우의 진짜 연주실력인지 모르겠지만 베이스의 매력에 흠뻑 취했습니다. 


글 쓰는 내내 좋은 말만 하고 있습니다. 취향에 딱 맞는 영화였네 하고 생각해보니 Once의 감독/각본을 쓴 John Carney가 찍은 영화였네요. 그냥 제가 John Carney의 영화를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잔잔한 일상에 녹아든 좋은 음악들로 특별한 일상을 만들어 내는 감독의 능력에 반했어요.


그런데 키이라 나이틀리는 원래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지 궁금하네요. 이러다 투어라도 하면 전 꼭 갈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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