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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과장 Nov 25. 2017

당신이 밴쿠버에 대해 알아야 할 몇가지

#어디에서 살아야하나

만약 당신이 밴쿠버에 영어공부하러 처음 가보는 사람이라면 첫번째 질문은 ‘무슨 학교를 가야하지?’일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해결해야할 질문은 ‘어디서 살아야 하지?’가 아닐까 하다.


예전 어학연수 시절엔 홈스테이에 1달 있었고, 나머지는 아파트에서 쉐어 생활을 했었다. 처음 가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거주 형태이다. SJ와 같이간 두번째 밴쿠버 여행은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성인 부부가 가는데 홈스테이 가서 홈스테이 맘의 눈치를 보기도 싫었고, 아파트 쉐어는 방을 구할 수도 없었고 가기도 싫었다. 


그래서 AirBnB를 선택했다. 여유롭게 홈스테이를 신청할 수 있는 기간도 이미 지나버려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홈스테이를 늦게 신청하다보니 출국 이틀 전에 홈스테이가 정해지고, 정해진 홈스테이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교체할 수 없어서 그냥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AirBnB로 살만한 곳을 물색했었다.


먼저 SJ의 학원이 있는 다운타운 근처에 집을 찾아봤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나오지 않았다. 그 때 당시의 생각은 너무 늦게 찾았으니 다운타운의 집은 다 나갔겠거니 했는데 알고보니 밴쿠버 시티 내 다운타운은 AirBnB가 법제화 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다운타운에 거주하는 캐나다 사람에게 들은 내용이었는데 찾아보니 그의 말이 맞았다. 2018년부터 합법화 된다고 한다.(링크 연결) 


결국 찾고 찾다가 Burnaby(이하 버나비)를 선택했다. 급박하게 구하느라 렌탈 가격이 크게 올라있어서, 그 중에 가격이 제일 낮은 곳을 선택했는데 사실 처음 해보는 AirBnB 숙박이면서 한 번에 한 달 동안 거주해야 한다고 하니 두렵기도 했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나쁘지 않았다. 특히 SJ는 버나비에 있는 동안 북미의 중산층 사람들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호스트는 친절하고 커뮤니케이션 하기 편했다. 호스트가 super social해서 같이 저녁먹고 그러는 게 가기 전엔 좋을 것 같았지만 막상 가보니 호스트는 게스트가 필요한 사항을 빨리 해결해주는 것이 더 좋았었다. 그런 소셜은 어차피 다른 게스트들과 할 수 있다. 우리가 머물던 버나비의 집에는 우리 부부를 제외하고 2명의 게스트가 더 있었는데 그 중 한 명과 친하게 지냈었다. 


머물던 곳은 욕실은 따로 있었지만 부엌을 공유하는 구조라서 부엌에서 게스트들끼리 마주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중 Harely라는 게스트와 자주 부딪혔다. 처음 도착한날, 게스트들끼리의 냉장고 구역을 설정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보니 이 분은 너무 talkative 하셨다. 부엌에 같이 있으면서 약간 애매한 그 붕 뜬 순간에 가벼운 얘기를 던지니 거의 20분 동안 계속 얘기를 하면서 같이 저녁을 만들었다. 


사실 SJ는 학원보다 진짜 영어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아했었다. 나중에는 같이 저녁도 만들어서 먹었는데 SJ 말로는 이게 진짜 캐나다 체험 같다고 말했다. 학원에는 아무래도 캐나다 사람들보다 international students가 더 많아서 캐나다에 온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했다.


버나비에 있으면서 캐나다 사람과 소셜하는 것 말고 다른 좋았던 점은 북미 지역의 평범한 중산층 생활을 잠깐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버나비는 Suburb라고 하기는 이제 애매한 지역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밴쿠버 다운타운처럼 완벽한 urban area는 또 아닌 곳 중간 정도의 지역인데 그래도 저녁 6시에서 7시만 되면 거리는 한산해지고 주위는 어두컴컴해진다. 


우리 호스트 패밀리들도 저녁 식사는 6시에서 7시 사이에 끝내고 8시에서 9시 사이에 다들 잠자러 가는 분들이어서 게스트들이 8시 넘어서 거실에서 뭔가 얘기하기는 좀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래서 SJ와 나는 저녁 장을 보고 6시까지는 숙소로 돌아왔었다. 그래야 대충 8시까지 저녁을 만들고 해결하고, 다음날 도시락까지 만들고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을 만들어 먹을 때 SJ는 뒤뜰에 있는 테이블에서 먹는 걸 굉장히 좋아했었다. 그 집은 호스트가 매일매일 신경써서 손을 대고 있어서 관리가 잘 된 집이어서 뒤뜰에 다양한 꽃과 예쁜 테이블이 있었다. 


Harely가 돌아가고 나서는 같이 저녁을 먹을 게스트도 없어서 우리 둘이 그 테이블을 독점하다시피 잘 사용했었다. 거기서 저녁을 먹으며 늘 하는 말이 우리가 서울이나 경기도에서 이런 뒤뜰 있는 집에서 여유롭게 저녁 먹을 수 있을까? 였다. 아마 힘들 것이다.


1~2년 후에 대출없이 경기도에서 20평대 후반 아파트라도 구한다면 우리에게는 큰 축복일테니까. (대출없이는 아마 힘들겠지) 눈부신 저녁 햇살을 받으면서 단촐하게 차린 저녁상을 먹으면서 얘기하는 동안 이게 행복이 아닐까 서로 얘기했었다. 회사를 둘 다 그만두고 나왔으니 우리가 이런 호사를 부릴 수 있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면서도 이게 과연 정말 사치축에 속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맥주에 촛점이 맞혀져 있지만 뒤뜰 테이블에 찍은 것을 알리고 싶은 사진>


한국에 있을 땐 둘 다 회사다닌다고 여유롭게 앉아서 밥을 먹지도 못했다. 나는 야근이 많았고 SJ는 쉬프트 근무였기 때문에 서로 시간 맞추기도 어려웠고, 누가 정해주진 않았지만 왠지 모든 사람들이 따라가는 그 틀에 있지 못하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에 평범한 일상의 기쁨도 많이 못 누리고 살았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대학원 생활을 통해서 한국에서의 삶의 모습과는 다른 삶의 모습이 있다는 걸 봐왔었다. 그리고 이번 밴쿠버 여행에서 SJ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도 이런 것이었다. 다른 삶의 모습. 외국에 사는 한국 사람분들 중 어떤 분들은 외국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과 사는 건 다 똑같다고 말한 걸 자주 들을 수 있었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외국이나 한국이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다들 열심히 사는 것 같지만 캐나다나 미국에서의 삶의 궤도 안에는 우리나라보다는 다양한 선택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선택이 가능했기 때문에 이런 여유를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었고, 그러하기 때문에 그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행동과 생활 방식에서 여유가 자연스레 나타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SJ에게 가자고 했던 것이다. 


다른 삶의 모습, 우리가 회사를 나오자고 했던 결정이 잘못된 결정이 아니라 단지 살아가는 경로에서 내린 또 하나의 결정이라는 걸 잘 기억하자고 같이 간 여행의 의미를 뒤뜰 테이블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는 느꼈던 것 같다.



두번째로 우리가 살았던 집은 다운타운의 YWCA 호텔이었다. 사실 SJ와 나는 처음부터 YWCA 호텔에 머물고 싶어 했었다. SJ의 학원인 CSLI와도 가까웠고, 내가 자주 갈 도서관과도 걸어서 5분 거리였고, 예일타운의 산책로나 장을 볼 수 있는 H-mart, T&T, IGA등 모든 곳이 가까운 최적의 장소였다. 호텔이라고 해서 가격이 비싼게 아닐까 했지만 사실 한 달 이상 머무는 장기 투숙객들을 위한 요금제가 따로 있었다. 


가격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어떤 욕실을 쓰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공용 욕실을 쓰느냐, 2인 1욕실을 쓰느냐, 개인 욕실을 쓰느냐에 따라서 가격차가 $600 정도 차이가 난다. SJ와 나는 private bath의 2인실에 있었는데 한 달 동안 $1,650으로 1인당 $825 정도 잡았지만 실제 금액은 application fee 추가로 인해 인해 거의 $900 정도 였다. 


이전 달의 버나비도 객실 가격은 낮았지만 2명의 2존 먼슬리 패스까지 합치면 거의 비슷했었다. 동생이 밴쿠버에 잠깐 왔었을 때 이 호텔의 1인실에 머물렀는데 개인 공간은 충분했었다. 공용 욕실을 쓰는데 거부감만 없다면 충분히 지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 


YWCA 호텔에 머물면서 좋았던 점은 역시 부엌에서 누군가를 만나서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호텔은 한 달 이상 머무는 장기 투숙자들에게 요리할 수 있는 그릇과 주방도구들을 빌려주는데 구성이 뛰어나다. 프라이팬 1개, 웍 1개, 플레이트 및 컵, 수저 및 칼이 포함되어 있다. 


칼만 좀 무딜뿐 다른 구성품들은 혼자서 요리를 해먹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구성이었다. SJ가 한국에서 준비해간 간단한 주방도구들이 있었지만 칼을 제외하고는 YWCA 것들을 썼었다. SJ와 내가 YWCA에서 만들어 먹었던 것들을 보면 여러가지가 있는데 오븐을 사용해서 먹은 스테이크는 감동이었다. 한국에서는 프라이팬에 구워먹던 스테이크를 오븐에 해먹으니 그 맛이 정말 달랐다.


오븐을 사용해서 요리한 스테이크
SJ가 요리한 마파두부


YWCA 호텔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SJ같은 어학연수생들도 있지만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온 유럽 친구들도 있고, 나이가 있으신 분들도 있다. 각자 방에서 job을 구하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아님 다른 학업을 위해 있다가 저녁을 해먹을 때 키친에 모여들게 된다. 키친에 보인 사람들이 다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조용히 식사를 하고 가는 사람들도 있고, 요리만 하고 자기 방으로 들고가서 거기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한 달 정도 있다보니 늘 마주치는 사람들의 안면은 금방 익히게 된다. 그 사람들과 스쳐지나가면서 간단한 인사로만 끝낼 수도 있고, 가볍게 얘기를 시작해서 안면을 트고 각자 요리한 걸 앞에 두고 앉아 밥을 먹으며 친구가 되는 것 역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우리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밴쿠버의 맛집을 공유하면서, 친해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과연 우리가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사람들이었나 싶을 정도로 대화를 해나가고는 했다. 

특히 내가 SJ를 푸쉬를 많이 했었다. 여기 영어공부하러 온 거니까 영어 어서 써먹으라고.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영어를 하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떠밀었다. 


한 달 아니 두 달간 열심히 한다고 영어가 갑작스레 늘 일은 없지만 그래도 적극성을 가지고 시도해야 영어가 는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 어차피 모국어가 아닌 이상 꾸준히, ‘적극적’으로 하는 것 외 그 이상의 방법이 없으니 이 기회를 잘 활용하라고 싶었다. 같은 어학연수를 가도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다른 외국어 실력을 가지게 되니까….


AirBnB와 YWCA 호텔에서의 거주는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홈스테이에 있었다면 잘 먹는 우리는 홈스테이 비용에 추가 식비로 돈을 더 많이 썼을 거고, 아파트 쉐어를 했다면 프라이버시에 민감해져 편하게 지내지 못했을 거다. 만약 밴쿠버로 누군가 2~6달 정도 간다면 AirBnB나 YWCA 호텔에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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