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Meetups( 밴쿠버에서 참석해볼 수 있는 모임들)
‘밴쿠버 라이프를 더 재미있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을까’라는 생각은 누구나 가지는 보편적인 질문이다.
맛집들을 찾아다닐 수도 있고, 좋은 경치를 보러 다니는 것도 좋지만 결국 여행 혹은 생활의 일상에서 가장 즐거움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영화 ‘Before Sunrise”처럼 기차안에서의 우연한 만남이 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이젠 스스로 우연한 만남을 만들어 내는데 적극적으로 참가할 수 있다. 그냥 인터넷 모임에 참가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모임, 밴드 등 여러 모임 앱이 있지만 북미에서는 meetup을 많이 쓴다. 한국에서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meetup을 쓰고 있다. 영어 모임이나 달리기 등 아웃도어 활동 관련 모임은 meetup에서 많다.
나도 한국에서 meetup을 자주 썼기 때문에 밴쿠버로 가면 더 많은 종류의 meetup이 있지 않을까 생각에 도착해서 검색해보니 훨씬 많은 meetup이 있었고, 관심사도 더 다양했다.
SJ와 나는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3~4개의 meetup에 참석했었다. SJ의 영어 실력을 위해 영어 공부 meetup 2곳을 갔었고, 주말에는 달리기 meetup을 갔었다. SJ는 가지 않았지만 IT 관련 meetup(이하: 밋업)을 2곳 갔었다.
먼저 영어 meetup부터 이야기 해보자면 2군데 중 우리는 한 곳을 확실히 더 좋아했었다.
매주 화요일 오후 4시에 열리는“Top things to do in Vancouver”라는 밋업이었다. 다운타운이지만 Robson 근처는 아닌 Davie 근처의 BC’s Best Coffee라는 커피숍에서 대략 14~2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이는 작은 규모의 밋업이다.
많은 수의 사람이 있지 않다는 것이 SJ와 나는 더 좋았었다. 수요일 Wave 커피숍에서 진행되는 밋업은 넓은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SJ와 내가 느끼기엔 산만하였다. 그래서 수요일 밋업은 한 번 밖에 가지 않았고, TTIV는 여행이나 저녁 약속만 없으면 매주 갔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TTIV의 또 다른 장점은 밋업의 호스트가 친절하고 새로온 사람들을 챙겨준다는 점이다. 우리가 처음 갔을 때 밋업 호스트인 Esteban이 의자를 마련해서 앉게 해줬고,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SJ는 이 점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수요일의 Wave 밋업은 서바이벌 느낌 같다고 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이 원래 맨땅에 헤딩이긴 하지만 서양 사람처럼 모든 사람이 extroverted 인 것은 아니니 아늑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TTIV에 가는 것을 추천 드린다.
그 다음 SJ와 같이 참석해본 밋업은 달리기 밋업이었다. 버나비에서 살 때는 주말에 어디 나갈려면 너무 멀어서 메트로 타운에만 있었는데, 다운타운으로 옮기고 나서는 주말에 호텔에만 있으니 뭔가 해보고 싶었다. 도서관은 매일 가니 가기 싫었고, 외식하러 나가자니 일을 그만두고 온 마당에 한국처럼 호기롭게 회식하러 갈 수도 없었다.
SJ의 학원 친구들은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온 일본 친구들이 많아서 일을 많이 했고, 고민 하다가 달리기 meetup을 나가봤다. 난 달리기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싫어하는 편은 아니라서 10K 대회에 참가도 해봤었다(사실 딱 한 번 참가해봤다) 하지만 SJ는 달리기를 즐기지 않아서 억지로 끌고 나가야만 가는 타입이라 안 가면 어떡하지 했는데 많이 심심했던지 선뜻 따라왔다.
토요일 오전 9시반에 모임 장소에 모여보니 첫눈에 딱 봐도 다들 달리기 잘하게 생긴 사람들만 모였었다. 우리를 제외한 다른 한국 지인 한 분도 한국에서 꾸준히 뛰시던 분이라 우리가 제일 걱정이었다. 다행이 이 밋업은 초보자들을 위해서 4K 코스도 있었다. SJ와 나만 4K를 뛰고 대부분의 사람은 8K에서 11K를 뛰었다.
우리는 Main station 근처의 Mount Pleasant Community Center에서 뛰기 시작해서 Cambie Bridge 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아래 그림과 같은 경로로 뛰지는 않았고 커뮤니티 센터에서 사이언스 월드 쪽으로 먼저 뛰다가 경치 좋은 거리를 뛰었었다. SJ와 나는 뛰다가 힘들어서 경치 좋은지도 몰랐지만….
다른 한국 지인분은 12K를 완주하셨는데, 한국에선 중간 이상으로 뛰는 편인데 여기 애들은 너무 잘 뛴다면서 평속이 빠르다고 얘기하셨다. 혹시 달리기 밋업에 참석하실 계획이 있으신 분은 참조하시면 좋을 듯하다. 평소 꾸준히 달리는 사람이라면 처음에 8K 정도 뛰면서 같이 뛰는 그룹의 페이스를 알아가시면 되고, 초보자 분들은 4K를 추천드린다. 페어로 가시는 걸 추천드린다. 혼자 가면 캠비 브릿지에서 혼자 되돌아올 확률이 높다.
이 달리기 밋업은 끝나면 바로 옆의 커피숍에 가서 간단히 커피 한 잔을 하면서 socializing을 한다. 분위기는 nice하며 진정한 캐나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느껴보고 싶다면 괜찮은 선택일듯 하다. 단, international-oriented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로컬분들은 말을 빨리 하니 감안해야 한다. 아쉽게도 SJ와 나는 LA여행, 포틀랜드 여행을 가는 일정 때문에 한 번 밖에 참석 못했지만 달리는 것을 좋아하고 캐나다 로컬과 소셜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주말에 늘어져있기 보다는 참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이하 2개의 밋업은 나 혼자 참석한 밋업이다.
먼저 매주 금요일 다운타운 혼비 st.에서 Tech & Startup Weekly @ Downtown Vancouver 이라는 밋업이 진행된다. 참석해보니 분위기는 아주 easy-going 했으며 매 주마다 오거나이저가 그 주의 IT 관련 토픽에 대해 얘기하고 서로 linkedin 프로필을 교환하며 캐주얼하게 네트워킹 하는 자리였다.
참석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스타트업을 이미 운영하거나 운영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꽤 많았다. 모임 한 켠에는 오거나이저가 직접 꾸민 마이닝 장비들도 볼 수 있었다. 사실 직접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중국의 비트코인 공장처럼 그렇게 돌리지는 않았지만 비트코인 거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IT에 종사했거나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discussion에 참석하는 것도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줄 듯 했다. 직장 경험이 있는 분들께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은 모임이었다.
그 다음 참석했었던 밋업은 밴쿠버에 있는 IT 관련 한국 모임(Vancouver KDD)이었다. 밴쿠버에 있는 한국 개발자의 모임인데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모임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자리를 잡고 계시는 분들도 계셨고,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와서 잡을 찾고 일을 하고 계셨던 분들도 있었다. 밴쿠버에서 IT 관련해서 일자리를 찾고 싶으신 분들은 참석하면 현지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과 교류도 하고 정보도 얻을 수 있는 자리가 될 거 같다.
이렇게 저렇게 길지 않은 두 달 동안 많은 밋업에 참석했었다. Introverted 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외국에 나가있는 동안 자주 사람들을 만날려고 했었다. 여러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하고, 다양한 곳에서 온 사람들로부터 듣는 그들만의 이야기는 밴쿠버에서 두 달 동안 살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여행을 가서 리프레쉬 되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 연락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고, 잠깐이나마 그들의 일상, 혹은 삶의 방식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은 외국에 나와 거주하며 얻을 수 있는 좋은 점이 아닐까 하다. 밴쿠버에 계시는 동안 여러 밋업에 참석하셔서 많은 분들을 만나서 생각의 지평선을 넓히시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