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Food at Vancouver
SJ와 나는 밴쿠버에서 음식을 거의 해 먹었다.
첫 달은 Airbnb로 찾은 버나비 지역의 베이스먼트, 두 번째 달은 YWCA 호텔에서 지내는 동안 식비를 아끼기 위해서 장을 보고 해 먹었지만 가끔 기분전환으로 SJ와 나는 소소한 외식을 하고는 했다.
외식을 할 때 우리는 나름 원칙을 세웠다. 먼저 한국 음식점은 가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외식을 많이 했는데 굳이 밴쿠버까지 와서 한국음식을 사 먹고 싶지는 않았다. 다음은 너무 비싼 곳은 가지 않기로 했다. 제한된 돈으로 와있는 거니 한국처럼 비싼 음식을 먹으러 가는 외식은 자제하기로 했다.
둘이 합쳐서 한 끼에 최대 6만 원을 넘기지 말자고 했다. 마지막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만 외식을 하기로 했다. 당연한 소리지만 가격을 적게 책정했다고 한들 자주 먹으면 의미가 없는 얘기였다. 마지막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참조하지 말자였다. 현지 사람들이 많이 가보는 혹은 많이 알려진 맛집이 아니라도 우리가 가볼 수 있는 가까우며 아늑한 곳이 더 좋다고 생각해서였다.
이런 원칙을 세우고 외식하다 보니 자연스레 Yaletown을 자주 갈 수밖에 없었다. SJ 학교가 그 근방이다 보니 예일타운을 어슬렁 거리다 보면 눈길을 끄는 곳을 발견하고 자연스레 나중에 발걸음이 가는 집을 발견하고 했다.
처음 찾은 집은 Yale Brewing Co.라는 곳이었다. 이름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이 곳의 주력은 맥주를 파는 곳이다. 94년에 문을 연 곳으로 다양한 Craft Beer가 Draft로 준비되어 있으며 Yaletown의 터줏대감 같은 곳이었다. SJ가 학교에서 쪽지 시험을 보고 난 후, 잘 보지 못했다고 기분이 안 좋은 날 우리는 Happy Hours에 맞춰서 가볍게 맥주 한 잔과 스낵을 먹었었다. 이 곳의 좋은 점은 맥주 종류도 다양하고 날씨가 좋을 때는 파티오에 앉아서 Yaletown을 서서히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곳은 Craft Beer Market이다. 이 곳은 Main St. 근처에 있는 펍인데 이름 그대로 정말 많은 크래프트 비어를 파는 곳이다. 처음에 누가 알려줬을 때는 동네 작은 펍인 줄 알았는데 실제 가보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150명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았다. SJ의 학교 친구들 2명과 우리 2명 총 4명이 가서 side dish 3개 시키고 맥주 1잔씩 먹으니 양은 적당했지만 가격은 인당 2만 원 정도 나왔던 거 같다.
주말에 오후 정도 시간대에 가면 가볍게 맥주를 먹고 나와서 Main St. 근방 산책로에서 Science World를 끼고 천천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옵션이다. 단 저녁에 먹고 나와서 그 근방을 걷는 거는 안전상의 문제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사실 처음에는 이 곳이 굉장히 특색 있고 멋진 곳인 줄 알았는데 밴쿠버 곳곳에 특색 있고 맛있는 집이 많으니 Downtown에 주로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화창한 7~8월 주말이라면 가보시는 걸 추천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곳은 Central City이라는 곳이다.
어느 날 SJ와 나는 늦은 점심을 먹은 나머지 저녁 9시에 배가 고파와서 먹으러 Yaletown을 갔었는데 금요일이다 보니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 기간에 마침 Taste of Yaletown이라는 행사를 진행 중이어서 예약을 하지 않은 우리가 갈 곳이란 어디 한 군데도 없었다. 왜 진작 나올 생각을 못 했냐고 서로를 질책하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우연히 들어간 곳이 Central Pub이란 곳이었다.
여기도 금요일이라 사람은 많았지만 두 명 정도는 들어갈 자리가 있었는데 여기도 브루어리가 직접 경영을 하는 곳이라 그런지 Craft Beer Market처럼 Draft의 종류도 다양했었다. Red Racer라는 맥주를 마셨는데 맛은 Craft Beer Market 만큼 훌륭했고 Side dish는 더 훌륭했다.
가격을 고려해보면 훨씬 더 좋은 선택이었다. 아쉽게도 어두운 조명이라 사진이 그렇게 잘 나오지는 못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이 날 SJ와 나는 엄청나게 돌아다녔는데, 그 피로를 풀어주는 아늑한 분위기의 펍이라서 더 마음에 들었었다.
금요일의 Yaletown을 가보면 사람이 굉장히 붐비고 뭔가 가로수길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 피곤했던 우리가 갔다면 더 피곤했을지도 모르겠다. 동생이 왔을 때 한 번 더 찾아갔었는데 주중이라 사람이 없어서 더 편안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처음 갔을 때랑 offer 하는 맥주의 종류도 달라져서 다른 맥주를 마셔볼 기회도 있었다. 처음 갔을 때의 맥주가 더 좋았다…. 화장실이 좀 특이한데 직접 가봐야만 알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Yaletown에서 외식을 하며 가장 좋았던 곳 중 하나는 Flying Pig라는 곳이었다.
SJ와 점심 도시락을 먹고 소화를 시키면서 잠깐 걷다가 여기 좀 특이하다고 SJ가 말한 곳이 있었다. 그 안은 한국의 fancy 한 음식점처럼 비슷했는데 눈길을 끄는 것은 Flying Pig라는 가게 이름이었다. 처음엔 ‘나는 돼지’인가 하고 이름 좀 귀엽네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Idiomatic expression으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지칭한다거나, 누군가가 밑도 끝도 없는 ambition을 가지고 있을 때 놀린다” 정도의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Flying Pig 음식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경영자가 왜 이런 이름을 지었는지 알 수 있다. 자기 음식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매 번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감명받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끔 하는 열망으로 이 이름으로 음식점을 지었다고 한다. 이름도 재미있고 뭔가 특색 있는 곳일 거 같아서 SJ와 꼭 한 번 가보자고 마음먹었다가 밴쿠버에 놀러 온 동생과 SJ의 학교 친구들과 같이 갔었는데 정말 Flying pig 했었다. 사람이 5명이라서 앙트레를 2개 시키고, 애피타이저를 3개 시켰는데 약간 모자란 듯했다. 남자는 1명밖에 없어도 모자란 듯했으니 혹시 남자가 더 많아진다면 앙트레는 3~4개를 시켜야 할 정도의 양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칭찬을 하던-여기서 모든 사람들이란 trip advisor나 yelp의 사람들을 뜻한다-Andrew’s pulled pork poutine은 말 그대로 훌륭했고, 와인을 바른 short rib도 정말 맛있었다.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아서였는지 다른 앙트레였던 Trout은 보통 수준이었다. 그리고 생각하지 않았던 해피아워 메뉴였던 salmon cake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개인적으로는 salmon cake이었다. 아마 어른 입맛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감명받았을 수도 있다. 맥주는 Central Pub의 Red Racer의 특색 있는 자체적인 Draft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 요리와 같이 먹을 수 있는 일반적 수준의 Draft Beer들이 있었다. Yaletown의 다른 Fancy 한 음식점을 다 가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SJ의 학교 친구 커플과 갔었던 이탈리안 음식점보다는 Flying Pig가 더 특색 있고 좋았었다.
마지막으로 추천해볼 만한 곳은 Jam Cafe라는 곳이다.
멀고 먼-우리 기준에선- 버나비에서 SJ와 같이 학교로 가기 위해선 Stadium station에서 내렸었다. 여기서 내려야 Cambie st. 에 있는 CSLI로 가기 편해진다. 우리가 개찰구에서 나오면 Beatty st. 오른편에는 이른 오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곳이 있었다. 그냥 뭐지 하면서 그렇게 지나쳤는데, 근 한 달 동안 지나가면서 사람들이 서있는 걸 보며 늘 궁금했었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아침 시간이라 우리는 굳이 줄이 왜 있는지 확인하러 가지는 않았다. 궁금증은 출국 전 날 풀렸다.
오기 하루 전 날, 어학원도 이미 졸업한 SJ가 할 것도 없으니 그동안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보자고 했다. 이미 가볼만한 곳은 다 가봤는데 어디가 남았으려나. 한 곳이 있었다. 나도 어학연수생 시절에 가보지 않았던 곳. China Town이었다. 그렇게 China Town을 가기 위해서 Stadium station을 끼고 내려가면서 우리는 한 달 동안 봐왔던 그 줄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바로 Jam Cafe라는 곳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여기 유명한 곳인가 싶어서 SJ가 검색을 해보니 구글에서 평점도 좋았고 정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그런 곳이었다. 특히 trip advisor, yelp 같은 데서는 Charlie’s Bowl 애기 박에 없었다.
우리는 결국 출국하는 날, 아침을 먹으러 Jam Cafe에 가서 Charlie’s Bowl을 시켰다. 일단 눈에 들어오는 건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SJ와 나는 1개의 Bowl을 시켜 같이 먹었는데도 절반 정도를 겨우 먹었다. 물론 내가 보통 한국 남성 먹는 양의 절반 정도밖에 먹지 못한다.
그렇다 해도, 혼자서 그 bowl을 다 먹을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 같았다. 다 먹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맛집 하나를 발견해서 먹고 오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다. 마치 귀국하는 공항 면세점에서 득템 한 것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 이 곳은 저녁에는 하지 않고 오후 3시 정도면 영업이 끝나는 곳이라 오후까지 어느 정도 사람들이 다 줄을 서고 있으니 가보고 싶다면 구글에서 검색해서 언제 사람이 적은 지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주 가보는 Robson st. 의 일본 라멘집인 Danbo, Santouka 중에서는 Danbo가 더 좋았었고, Granville Island의 Go Fish는 가격도 합리적이고 맛있긴 한데 40~50분을 기다려서 먹어야 할 정도인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호텔 근처의 멕시칸 펍인 Patron Tacos와 Bogart’s Bar가 있는데 Bogart’s Bar는 추천드리지 않는다.
Robson st. 에 trip advisor나 yelp에 좋은 음식점들이 추천되어 있지만, touristic 한 장소보다 Yaletown에 가서 현지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밴쿠버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