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종말'이라는 논문을 내며 주목받았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가 최근 foreign affair에 'Against Identity Politics'라는 글을 기고 했습니다.
굉장히 긴 글이라서 나눠서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와 영국에 브렉시트가 선거에서 통과된 이유 등을 이 글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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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정치는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1970년부터 최근 2010년대까지 돌이켜보면 민주주의 체제는 35개에서 110개 국가로 늘어났고, GDP는 4배로 늘어났으며 극빈층 비율은 93년도 42%에서 18%로 줄어들었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런 변화로부터 혜택을 보진 않았어요. 성장의 과실은 대부분 잘 사는 사람과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돌아갔지요.
돈, 생산품, 사람들의 이주 증가는 파괴적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 전기도 없이 살던 사람들은 갑자기 도시에서 살면서 TV를 보고, 인터넷과 핸드폰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선진국의 중산층이 하던 일을 넘겨받으며 새로운 중산층이 떠올랐습니다.
제조업은 미국과 유럽에서 인건비가 낮은 동아시아로 옮겨가고, 서비스 산업에서 남자는 여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로봇과 기계에게 또한 일자리를 뺏기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진보로 가는 움직임을 늦추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직격은 2007-8년에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와 2009년의 유로존 금융위기입니다. 엘리트에 의해 주도되던 정치는 불경기와, 높은 실업율, 일반 가정의 소득 저하를 가져왔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자유 민주주의의 모법이었기 때문에 이런 위기는 민주주의 체제의 명성에 흠집을 가져오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최근 민주주의의 수는 감소하고, 거의 전세계 모든 지역에서 후퇴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변했습니다. 1990년대 성공적으로 민주주의를이룩한 헝가리, 폴란드, 태국, 터키는 권위주의 체제로 되돌아갔습니다. 2011년의 아랍의 봄은 중동의 독재자들에게 저항했지만 실질적으로 민주화를 이룩하지는 못했고 리비아, 시리아, 예멘에서는 내전이 일어났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건 미국과 영국에서 포퓰리즘이 승리한 것입니다. 영국은 EU를 떠나기로 했고, 미국에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이 가져온 경제적, 기술적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제, 기술의 변화는 다른 현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바로 identity politics 입니다. 20세기에서 대부분의 정치는 경제적 이슈로 정의 되었습니다.
진보 진영은 노동자와, 사회복지 프로그램, 부의 재분배에 촛점을 맞췄고, 보수 진영은 주로 작은 정부로의 지향, 민간분야의 활성화에 촛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이제 정치는 더이상 이념이나 경제에 의해 정의되지 않습니다. 대신 identity가 무엇이냐가 결정합니다.
최근 진보진영은 경제적으로 소외받은 사람들보다는 사회구조적 약자들을 신경쓰고 있습니다. 이민자들, 성소수자, 여성, 난민과 같은 그룹들이죠. 보수진영은 국수주의와 애국심 고취를 그들의 핵심가치로 재정의 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칼 막스 시대에서 말하던 정치적 갈등은 경제적 이유에서 온다는 관점을 전환시켰습니다. 그러나 자기 이익추구는 여전히 중요하며, 권력은 현재 상황을 더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정치 지도자들은 추종자들에게 이런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모욕받았으며, 치유받아야 한다고 말이죠.
물론 권위주의 국가에서 저런 시도는 당연한 수순입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이 나토를 확장하는 동안 소련이 몰락하면서 러시아가 약화된 순간을 이용했다고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0년이 서방이 중국을 지배한 모욕의 기간이었다고 설파하고 있습니다.
모욕이 가져온 분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강력한 힘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Black Lives Matters’운동도 경찰의 무자비함을 알렸고, 여성들은 그 동안 남성들이 자신들을 동등하게 보지 않고 성추행과 폭행을 일삼았다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관심받지 못했던 트렌스젠더의 권리도 주목받고 있구요.
트럼프에게 투표했던 사람들은 과거의 좋았던 시절을 다시 동경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이 충분한 대접을 못받고 있다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 identity는 국가일수도 있고, 종교일수도있고, 민족일수도 있고, 젠더일 수도 있습니다. Identity 정치는 더 이상 가벼운 현상이 아닙니다. 이제 identity politics는 국제 새화에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는 주요 개념입니다.
이로인해 현대 자유 민주주의는 도전에 직면해있습니다. 글로벌라이제이션는 급격한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고 주류 사회에 보이지 않았던 다양한 그룹이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요구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런 요구는 다른 그룹에게 상실감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좁은 세그먼트로 쪼개지면서 사회 전체의 합의와 집단적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 움직임은 국가를 주로 쪼갤 것이고 거대한 실패를 가져올 것입니다. 자유 민주주의가 인간의 존엄성을 재현하는 길을 찾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멸망할 것이고 끝없는 갈등을 지속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