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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과장 Oct 12. 2019

New Era of Finance

컴퓨터가 투자하는 돈의 규모가 인간을 넘어섰다?

Source: Economist


자본시장이 하는 일은 시장에서 정보를 해석해서 잉여 자원을 좋은 회사와 프로젝트에 배치시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쉽게 보이는데, 사실 복잡하고 역동적인 현상을 분석해야 하는 어려운 일인데, 요즘 같은 경우를 들면 저금리와 무역전쟁의 시대에서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찾아내야 하는 고된 작업입니다.


하지만 최신 브리핑 리포트에 나온 것처럼 머신이 투자를 조절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자본을 적정하게 배분하고 경제 현황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에 따라서 컴퓨터가 운용하는 펀드의 규모는 미국 주식시장의 35%를 차지합니다. 이 35%라는 규모는 기관투자가들 자산의 60%, 전체 트레이딩 활동의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AI는 인간이 정한 규칙이 아니라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서 투자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인간은 AI가 정한 규칙을 부분만 이해하고 있습니다. 피자가게에서 할리우드까지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지만 finance가 특별한 건 투자행위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고, 부를 재분배할 수 있으며 대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막대한 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finance는 늘 기술의 최첨단에 있었습니다. 대서양과 미국을 잇는 첫 번째 케이블은 리버풀과 뉴욕의 목화 가격을 전달했습니다. 1980년대부터 엑셀이 월스트리트에 들어오면서부터 컴퓨터가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주식거래소에 가면 트레이더의 고함소리 대신 서버가 돌아가는 소리밖에 못 들을 거예요. High Frequency Trading이라는 기법으로 소액의 마진 차이를 노리는 프로그램들이 어마어마한 횟수의 거래를 하루에 하고 있거든요.


최근 십 년 동안 컴퓨터는 포트폴리오 운영 학위를 받을 정도로 잘해왔습니다. ETF(Exchange-traded funds)와 뮤추얼 펀드는 주식 지수를 좇아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이 펀드들은 4.3조 달러를 미국 자본시장에 투자했는데 최초로 인간이 운영하는 규모보다 더 큰 금액입니다. 


이 펀드는 스마트 베타 전략이라는 주식 지수와 비슷한 논리로 따라가다가 변동성, 유동성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분석하면서 시장의 비효율적 측면(아직 주가가 시장에 덜 반영된 저평가주)을 매입해서 마진을 만들어 내는 전략을 취합니다. 퀀트들이 즐비한 미국 동부의 헤지펀드는 1조 달러를 컴퓨터를 이용해서 운영합니다. 주식 시장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 머신은 이제 파생상품, 채권시장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제 컴퓨터는 인간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AI를 이용한 컴퓨터는 스스로 투자전략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몇몇 헤지펀드 사람들은 머신러닝에 회의적이지만 처리속도와 능력이 커질수록, 투자 능력도 개선이 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정보의 흐름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리포트를 읽고 회의를 하고 이게 전부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해 만들어낸 방법이죠. 하지만 컴퓨터는 다릅니다. 끊임없이 정보가 유입되고 처리됩니다. 어떤 펀드들은 인공위성을 이용해서 화물 배송 트럭들의 주차와 이동이 증가하는 걸 분석해서 투자합니다. 펀드의 임원들이 그 정보를 얻기도 전에 컴퓨터는 먼저 알아차린다는 거죠


컴퓨터의 도입으로 수수료는 굉장히 낮아졌습니다. ETF의 수수료는 0.1% 밖에 되지 않습니다. 다른 펀드는 1%이고요. 지금처럼 ROI가 낮은 시대에선 이런 0.9%의 수수료의 차이는 더욱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컴퓨터가 지배하는 finance의 세계는 위험합니다.


먼저 재무안정성이죠. 주식과 채권의 상승 가능성을 보고 들어가는 펀드 알고리즘이 자산의 가치를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사실 인간이 시장을 망치고, 컴퓨터는 시장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flash crash’라는 시장이 난리 나는 사건들이 있었죠. 이런 혼란은 컴퓨터의 파워가 강해질수록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른 문제는 부의 집중입니다. 지금 알고리즘 트레이딩 기술은 금방금방 경쟁사들에 의해 따라 잡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펀드들은 어떤 종류의 정보에 독점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가설이지만 아마존이 e-commerce 정보를 이용해 트레이딩을 한다면, JP 모건이 신용카드 정보를 이용해 채권시장에 뛰어든다면 어떻게 될까요?


마지막은 지배구조입니다. 점점 컴퓨터가 운용하는 펀드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 컴퓨터 뒤에 있는 소수의 펀드매니저들에게 투표권이 집중될 수 있습니다. 


Finance 세계에서 기술의 도입은 지속적으로 일어나지만 시장 규제의 원칙은 계속 지켜져야 합니다. 정보의 접근에 대한 동등한 권한, 공정한 경쟁 같은 시장 규제 원칙은 컴퓨터의 시대에서는 어쩌면 한물간 원칙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헤지펀드의 투자자들은 본인이 가장 똑똑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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