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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혁 Apr 29. 2019

『Dr.LEE의 논리적 글쓰기』

0.1. 뒷담화, 언어, 그리고 사회적 협력

『Dr. LEE의 논리적 글쓰기』0.0. 목차

저자 이 상 혁은 ...


연구공간 자유 (www.TheInstituteForLiberty.com)


0.1. 뒷담화, 언어, 그리고 사회적 협력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언어능력이다. 이에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동물’ 혹은 ‘유일한 말하는 동물’이라는 의미로 호모 로퀜스 (homo loquens) 즉, ‘언어적 인간’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1] 언어의 사전적 의미는 “말 또는 글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인간의 의사소통 수단”이다.[2] 물론 동물도 의사소통을 한다. 예컨대, 개는 큰소리로 짓고, 벌은 떼지어 춤을 추고, 원숭이는 서로의 털을 만지며, 개미는 페르몬을 분비함으로써 서로 간에 의사소통을 한다.[3] 특히 군집 생활을 하는 동물에게는 그들만의 독특한 의사소통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의 단순한 의사소통과 인간의 언어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히브리대학교의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교수가 2015년에 발표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사피엔스』라는 책에 언어와 관련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인간의 언어가 Gossiping 즉, ‘뒷담화’[4]의 수단으로 진화했다.”[5]라고 주장한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소위 ‘던바의 법칙’(Dunbar’s Number)[6]으로 유명한 옥스포스대학교의 로빈 던바(Robin Dunbar) 교수가 1996년에 발표한 『구르밍, 뒷담화, 그리고 언어의 진화』라는 책에서 이미 제기된 바 있다. 문화인류학자이자 진화심리학자인 로빈 던바 교수는 사회적 그루밍으로부터 언어가 진화했으며, 그러한 언어 진화의 한 단계가 바로 뒷담화라고 설명했다.[7]


[그림-01. 뒷담화, 언어, 그리고 사회적 협력]


       뒷담화가 인간의 언어를 진화시켰다는 로빈 던바 교수의 주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유발 하라리 교수는 언어의 진화로 인해 인간의 ‘사회적 협력’(Social Cooperation)이 가능해 졌다고 주장한다. 즉,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가 사회적 협력을 실천하는 ‘사회적 동물’(Social Animal)이 될 수 있었던 원인이 바로 언어라는 것이다. 언어를 통해 전달되고 공유된 생각, 감정, 정보 등을 기반으로 더 큰 사회적 협력을 실현한 호모 사피엔스가 결국 다른 모든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지구의 지배자 혹은 주인이 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요컨대, “뒷담화 → 언어 진화 → 사회적 협력 → 지구 지배”라는 일련의 현상이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에 벌어졌다는 것이다.[8]


       우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신라 제48대 경문왕에 대한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그리고 유사한 미다스왕의 이야기가[9] 그리스 신화에 있는 것을 보면, 뒷담화가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간의 공통된 특징임을 알수 있다. ‘지구 지배’라는 거창한 담론은 제외하고, 최소한 “뒷담화 → 언어 진화 → 사회적 협력”이라는 주장의 진위 여부는 쉽게 검증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무리지어 선생님, 연예인, 친구 등에 대한 뒷담화로 웃고 떠들면서 우정이라는 사회적 협력/연대를 형성했던 경험을 생각해 보라. 퇴근 후 직장 동료들과 함께 술집/식당에 모여 앉아 상사에 대한 이런저런 뒷담화로 깔깔대며 즐거워하며 동료의식이라는 사회적 협력/연대를 형성했던 경험을 생각해 보라.

 

       결론적으로, 뒷담화라는 인간만의 고유한 특징으로 인해, 동물의 의사소통과는 전혀 다른 언어라는 독특한 의사소통 수단을 오로지 인간만이 소유하게 되었다. 이에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로퀜스 즉, ‘언어적 인간’이다. 인간의 언어는 타인과의 사회적 협력/연대를 가능하게 했고, 이로써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더 큰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오늘날 인간이 인간으로서 누리는 것들의 상당 부분이 바로 이 언어능력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언어는 말하기와 글쓰기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책의 주제는 (논리적) 글쓰기이다. 다만, 말하기와 달리 글쓰기는 단순한 뒷담화를 넘어 일정 수준의 정확한 ‘이해’와 끈질긴 ‘연습’을 통해서만 향상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저자 이상혁은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 법학과에서 ‘Trade & Environment’ 관련 국제법(국제경제법)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법학연구원에서 WTO 관련 연구를 통해 외교통상부, 산업자원부 등 각 정부부처의 WTO 관련 연구용역에 다수 참여했고, 고려대/대진대/광운대 등에서 국제법을 강의했다. 영어 교육 및 출판 업무를 주로 하는 (주) KP Education Group을 설립하여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배움에 대한 또 다른 갈증으로 마흔이 넘은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의 McCombs School of Business에서 ‘Entrepreneurship’을 중심으로 공부하여 MBA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를 취득했다. 『Dr. LEE의 용어로 풀어보는 글로벌 이슈』, 『Dr. LEE의 ‘영어’로 대학가기』 등 사회과학, 교육, 영어 등의 주제로 다수의 책을 저술했으며, 최근 ‘논리적 글쓰기’에 큰 관심을 가지고 관련 책을 집필 중이다.


[1] See Dennis Fry, Homo Loquens: Man as a Talking Animal, 1977, Cambridge University Press.

[2] “the method of human communication, either spoken or written”. Cambridge Dictionary.

[3] See “Animal Communication”, Khan Academy, available at https://www.khanacademy.org/science/biology/behavioral-biology/animal-behavior/a/animal-communication (Accessed on June 11, 2019).

[4] Gossiping이라는 단어는 ‘소문내기’, ‘험담하기’, ‘남의 애기 좋아하기’ 등 다양하게 번역될 수 있으나, 이 책에서는 편의상 ‘뒷담화’라고 표현하겠다.

[5] Yuval Noah Harari,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 2015, Harper Collins, pp. 438-442.

[6] ‘던바의 법칙’이란 진정한 사회적 관계라 할 수 있는 인맥의 최대치는 150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See Maria, Konnikova, “The Limits of Friendship”, The New Yorker, October 7, 2014, available at

https://www.newyorker.com/science/maria-konnikova/social-media-affect-math-dunbar-number-friendships (Accessed on June 11, 2019).

[7] See Robin Dunbar, Grooming, Gossip and the Evolution of Language, 1996, Harvard University Press.  

[8] 이와 관련 유발 하라리 교수의 TED 강연을 참고하라. See Yuval Noah Harari, “Why Humans Run the World” (2017), available at https://www.youtube.com/watch?v=LLucUmQVBAE (Accessed on June 11, 2019).

[9] “King Midas: The Donkey Ears”, Greek Myths, available at http://greece.mrdonn.org/greekgods/kingmidas2.html (Accessed on June 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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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ee “Animal Communication”, Khan Academy, available at https://www.khanacademy.org/science/biology/behavioral-biology/animal-behavior/a/animal-communication (Accessed on April 12, 2019).

[2] Gossiping이라는 단어는 ‘소문내기’, ‘험담하기’, ‘남의 애기 좋아하기’ 등 다양하게 번역될 수 있으나, 본고에서는 편의상 ‘뒷담화’라고 표현하도록 하겠다.

[3] Yuval Noah Harari,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 2015, Harper Collins, pp. 438-442.

[4] ‘던바의 법칙’이란 진정한 사회적 관계라 할 수 있는 인맥의 최대치는 150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See Maria, Konnikova, “The Limits of Friendship”, The New Yorker, October 7, 2014, available at

https://www.newyorker.com/science/maria-konnikova/social-media-affect-math-dunbar-number-friendships (Accessed on April 12, 2019).

[5] Robin Dunbar, Grooming, Gossip and the Evolution of Language, 1996, Harvard University Press.  

[6] 이와 관련 유발 하라리 교수의 TED 강연을 한번 시청해 볼 것을 추천한다. See Yuval Noah Harari, “Why Humans Run the World” (2017), available at https://www.youtube.com/watch?v=LLucUmQVBAE

 (Accessed on April 12, 2019).

[7] “King Midas: The Donkey Ears”, Greek Myths, available at http://greece.mrdonn.org/greekgods/kingmidas2.html (Accessed on April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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