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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혁 Aug 12. 2021

『군주론』

(마키아벨리. 김운찬 옮김. 현대지성. 2021)

<서평>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김운찬 옮김, 현대지성, 2021)


연구공간 자유 대표

이 상 혁 (Ph.D. in Law / MBA)

(sanghyuckleephd@gmail.com)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1532)이다. 약 500년 전 공직에서 쫓겨나 감옥에서 형벌을 받은 후 불우하게 지냈던 마키아벨리는 당시 이탈리아 피렌체의 권력을 장악했던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에게 ‘큰 기대’를 품고 이 책을 헌정했다. ‘큰 기대’란 이 책을 읽고 감동 받은 로렌초가 자신을 등용하고, 자신이 제시하는 방향과 방법에 따라 피렌체의 부국강병을 넘어 분열과 혼란에 휩싸인 이탈리아 전체를 통일하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마키아벨리의 ‘큰 기대’는 결국 좌절되었다. 그러나 『군주론』에 담긴 인간, 권력, 정치, 국가, 동맹, 역사 등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예리한 통찰은 저자가 전혀 의도하거나 상상하지 못했던 후대의 독자들에게 여전히 큰 감동과 교훈을 주고 있다. 예컨대, ‘군주’라는 단어를 ‘리더’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리더십’ 교과서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인간의 본성을 끔찍할 만큼 부정적으로 그러나 현실적으로 묘사한 대목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현실주의 세계관에 기반한 권력 정치의 본질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많은 독자들이 『군주론』을 어려워한다. 아마도 ‘16세기 이탈리아에 살던 독자들’을 위해 마키아벨리가 쓴 예시가 ‘21세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쉽게 이해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가장 유명한 제17장의 주제는 ‘군주는 사랑 받기보다 두려움 받는 것이 좋다.’ 즉, ‘군주의 자질로 자비로움보다 잔인함이 더 좋다.’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논증하기 위해 ‘잔임함’이라는 자질 때문에 성공한 예시로 ‘체사레 보르자’를 그리고 ‘자비로움’이라는 자질 때문에 실패한 예시로 ‘피렌체인들’을 각각 제시한다. 이 두 예시는 ‘16세기 이탈리아 독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쉽게 이해되는 것이지만, ‘21세기 대한민국의 독자들’에게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약 500년이라는 시간적 간극과 약 9,000km라는 공간적 간극으로 인해 적지 않은 한국의 독자들은 여전히 이 책이 어렵다고 오해한다. 만약 비판적 독서 즉, ‘예시’보다 그 예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혹은 ‘개념’에 집중해서 『군주론』을 다시 읽어 본다면, 마키아벨리의 감동적인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것이다. 


다만, 비판적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다수의 독자들에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여전히 부담스러운책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최근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의 38번째 작품으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새롭게 출판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특히, ‘움베르토 에코의 제자’인 대구가톨릭대학교 프란치스코칼리지의 김운찬 교수님께서 이탈리아어 원전을 완역했다는 소식에 큰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어 보았다. 결론적으로 기대 이상의 꼼꼼하고 성실한 번역이어서 매우 놀랐다. 특히, 번역자가 정성스럽게 표기한 각주와 미주의 내용을 꼼꼼하게 읽기만 하면, 심지어 비판적 독서 능력이 부족한 독자들도 『군주론』을 보다 쉽게 그러나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본문에 삽입된 수많은 그림들 또한 『군주론』을 보다 풍성하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마치 ‘이문열의 삼국지’와 같이, ‘김운찬의 군주론’이라고 표현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가독성 측면에서, 미주의 내용을 모두 각주로 표기하는 것이 좀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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