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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혁 Oct 12. 2021

최고의 가족 여행 디즈니 크루즈

텍사스 갈베스톤, 플로리다 키 웨스터, 바하마 캐스트어웨이 케이 및 나소

* 이 글은 필자를 포함한 여러 작가들의 공저로 2022년에 출간 예정인 『크루즈로 세계여행: 나는 100세까지 세계여행 할거다』(가제)에 들어갈 글의 초안입니다. 이 책의 판매 수익금은 미얀마의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추후 책이 출판되면, 저작권 등의 문제로 인해 이 글의 일부 혹은 상당 부분을 브런치에서 삭제할 수도 있습니다.


연구공간 자유 대표

이 상 혁 (Ph.D. in Law / MBA)

(sanghyuckleephd@gmail.com)


3년 간의 미국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떠났던 가족 여행 중 하나가 디즈니 크루즈이다. 고백하자면 여행을 준비할 때만 해도 오롯이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딸아이를 위해 ‘어른들이 봉사하는’ 여행이라고 단단히 착각했다. 그런데 막상 배에 오른 이후 여행이 끝날 때까지 내내 딸아이는 물론이고 40대 중반의 아내와 필자까지도 디즈니 크루즈 여행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필자의 예상과 달리, 친구들끼리 혹은 연인들끼리 혹은 노부부만 여행을 온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특히,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 머리띠를 쓰고 어린아이와 같이 환한 미소를 띄며 오래전 잃어버렸던 동심의 세계를 마음껏 즐기시던 70대 후반 미국 노부부의 행복한 눈빛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디즈니’는 전세계 어린이들은 물론 일상에 지친 어른들의 마음도 설레이게 만드는 마법의 세계임이 틀림없다. 디즈니 크루즈는 바로 그 마법의 세계를 항해 돛을 올린 동화 속 마법선이다.



디즈니 크루즈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노선을 운영한다. 필자의 가족은 ‘디즈니 원더(Disney Wonder)’ 호를 타고 텍사스 갈베스톤에서 출발해서 플로리다 키 웨스트와 바하마 캐스트어웨이 케이를 경유하고 바하마의 수도인 나소에 도착한 후 다시 텍사스 갈베스톤으로 돌아오는 8일 일정의 여행을 했다. 아르누보 스타일로 디자인된 11개 층의 갑판, 2,400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는 875개의 객실, 그리고 약 950명의 선원을 갖춘 83,000톤의 디즈니 원더 호는 디즈니 크루즈가 운행하는 대표적인 배 중 하나이다. 일반적인 크루즈와 동일하게 디즈니 원더 호의 경우에도 식당, 극장, 영화관, 수영장, 농구장, 스포츠센터, 사우나, 상점, 술집 등 다양한 최고급 편의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다만, 모든 시설이 각종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배경과 캐릭터로 꾸며져 있다는 점이 아주 독특하다. 마치 캘리포니아의 디즈니랜드 혹은 플로리다의 디즈니월드처럼, ‘디즈니 원더’ 호 자체가 바다 위에 떠 있는 하나의 거대한 디즈니 리조트인 것이다.  



텍사스 휴스턴으로부터 약 72km 남동쪽에 위치한 갈베스톤에서 디즈니 크루즈 여행을 출발할 때만 해도 멕시코만의 12월 바닷바람이 꽤나 차가워서 야외 수영을 할 수 있으리라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디즈니 원더 호가 플로리다에 점점 가까워지자 거짓말 같이 한 여름의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디즈니 원더 호의 첫 번째 정박지는 쿠바로부터 약 145km 북쪽에 위치한 여러 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플로리다의 최남단 도시 키 웨스트였다. 아내와 딸아이, 그리고 필자는 배에서 내려 전통 시장, 기념품 상점, 레스토랑, 카페 등 키 웨스트 다운타운의 구석구석을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쿠바와의 거리가 가까워서인지 혹은 쿠바계 이민자들이 많아서인지, 도시 전체에 쿠바 혹은 중미 특유의 흥겨움과 낭만이 넘쳐 흘렀다. 12월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햇살과 푸르른 하늘, 그리고 초록빛 나무와 시원한 해변을 보고 있자니, 왜 키 웨스트가 미국의 베이비 부머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 중 하나로 자주 언급되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Castaway Cay (a.k.a. "Disney Private Island"), The Bahamas


키 웨스트에서 다시 출발한 디즈니 원더 호는 미국 국경을 벗어나 동북쪽으로 약 460km를 항해한 후 두 번째 정박지인 바하마의 캐스트어웨이 케이라는 섬에 도착했다. ‘조난자, 표류자’라는 의미의 ‘Castaway’와 ‘암초, 작은 섬’이라는 의미의 ‘Cay’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원래 이 섬은 정말 아무 것도 없는 버려진 섬이었다. 죠니 뎁이 잭 스패로우의 역할로 출연했던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의 일부가 이 곳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월트 디즈니 컴페니가 바하마 정부로부터 이 섬에 대한 사실상의 통제권을 2096년까지 총 99년 동안 넘겨 받는 토지임대계약을 1997년에 체결한 후, 이 섬은 오로지 디즈니 크루즈 여행객들만을 위한 휴양지로 개발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캐스트어웨이 케이는 일반적으로 ‘디즈니 섬’ 혹은 ‘디즈니 전용 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통계 상 이 섬의 공식 거주민은 140명인데, 모두 디즈니 크루즈 직원들이다. 아내와 딸아이 그리고 필자는 바다 수영과 모래 놀이를 하면서 하루 종일 카리브해의 낭만을 마음껏 즐겼다.


캐스트어웨이 케이에서 다시 출발한 디즈니 원더 호는 남쪽으로 약 118km를 항해한 후 세 번째 정박지인 바하마의 수도 나소에 도착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크루즈 항구인 나소는 이미 도착해 있는 여러 척의 크루즈 배들과 전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수없이 많은 여행객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간단한 입국심사를 통과한 후 ‘나소 크루즈 항구’를 벗어나자 바로 나소의 다운타운이 나타났다. 약 27만명의 인구밖에 안되는 나소 다운타운의 구석구석이 마치 몇 배나 더 많은 여행객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가까운 스타벅스에 들어갔더니 앉을 자리는 커녕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여행객들이 많았다. 미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해외 휴양지 중 하나가 바하마 나소라는 사실을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잔과 간단한 쇼핑을 마친 후 출국심사를 받고 예정 보다 빨리 배로 돌아왔다. 바하마 나소에서 다시 출발한 디즈니 원더 호는 국경을 넘어 서북쪽으로 약 1,787km를 항해한 후 처음 출발지였던 텍사스 갈베스톤으로 되돌아왔다.  



디즈니 크루즈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연령 별로 그리고 취향 별로 선택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이 매우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딸아이의 경우 어린아이들을 위한 미술, 댄스, 음악, 운동 등 다양한 소셜 클럽에 참여해서 또래의 낯선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했던 프로그램 중 하나는 하루에 여러 번 정해진 시간에 각종 디즈니 캐릭터들과 사진을 찍고 싸인을 받는 것이었다. 디즈니 공주 복장을 입고서 한껏 멋을 부린 딸아이는 엘사, 안나, 인어공주, 백설공주, 오로라공주, 라푼젤, 뮬란 등 모든 디즈니 공주 캐랙터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고 별도로 구매한 싸인북에 싸인도 받았다. 그때 함께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눈 산타할아버지 덕택에 딸아이는 지금도 여전히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게 놀아 주는 디즈니 캐릭터로 무장한 베이비시터들 덕택에 필자와 아내는 딸아이에 대한 조금의 염려도 없이 둘만의 그리고 각자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디즈니 크루즈 여행의 또 다른 장점은 디즈니가 제작한 각종 문화콘텐츠를 여행 기간 내내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수영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초대형 스크린과 최첨단 음향 시설을 갖춘 야외 영화관 외에도, 다양한 크기의 극장과 영화관에서 디즈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가 하루 종일 상영되었다. “백설공주”와 같이 요즘은 접하기 쉽지 않은 오래된 클래식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프로즌 2”와 같은 최신의 애니메이션도 관람할 수 있었다. 특히, 당시 영화관에서는 아직 개봉하지도 않은 “메리 포핀스 리턴즈”를 전세계 최초로 가장 먼저 관람하는 뜻깊은 추억도 쌓을 수 있었다. 물론 가족 영화로서 너무 재미있고 따뜻한 내용이기도 했지만, 딸아이의 경우 ‘세계 최초 관람’이라는 사실 때문에 지금도 “메리 포핀스 리턴즈”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꺼내곤 한다. 이에 더해, 매일 밤마다 대극장 무대에 올려졌던 뮤지컬, 마술, 연극 등의 화려한 공연 또한 온 가족이 행복하게 즐겼고, 그 화려함이 지금까지 필자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는 역시 먹는 것이다. 일반적인 크루즈와 마찬가지로, 디즈니 크루즈의 경우에도 잠시만 정신을 놓고 본능을 제어하지 못하면 금새 살이 찔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최고 수준의 맛있는 음식이 하루 종일 제공된다. 아침과 점심의 경우 여러 곳의 식당에서 다양한 종류의 뷔페가 제공되었다. 각자가 원하는 식당에 가서 원하는 유형의 뷔페를 즐기면 되는 방식이었다. 저녁 식사의 경우 매 번 다른 식당의 정해진 좌석에서 정해진 웨이터의 봉사로 제공되었다. 저녁 식사 때마다 진행된 디즈니 만의 독특한 ‘디너 쇼’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특히, 미키 마우스 테마로 꾸며진 식당에서 모두가 정장을 차려입고 저녁 식사를 할 때, 모든 여행객들이 각자 한 장씩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들을 모두 모아서 한 편의 미키 마우스 애니매이션을 만드는 이벤트는 아주 감동적이었다. 식사 시간 이외에는 야외 수영장 근처의 식당에서 피자, 햄버거, 핫도그, 아이스크림, 커피, 탄산음료, 술 등 결코 가볍지 않은 간식이 끊임없이 제공되었다.



꿈과 같았던 8일 간의 여행을 마치고 갈베스톤 항구에 도착하자, 12월 한 겨울의 차가운 바닷바람처럼 필자의 마음 속에도 서늘한 아쉬움이 몰려왔다. 오스틴 집으로 운전을 해서 돌아가는 내내 아내와 딸아이 그리고 필자는 디즈니 크루즈 여행에서 경험했었던 일들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리고 온 가족이 함께 ‘꼭 한번 더 디즈니 크루즈 여행을 하자!’라는 다짐도 했다. 필자의 경우 여행을 무척 많이 하지만, 기념품은 거의 사지 않는 성향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행복했던 추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액자, 컵, 펜, 셔츠, 후드티 등 적지 않은 수의 기념품을 구매했다. ‘디즈니 원더’ 호를 타고 텍사스 갈베스톤에서 출발해서 플로리다 키 웨스트와 바하마 캐스트어웨이 케이를 경유하고 바하마의 수도 나소에 도착한 후 다시 텍사스 갈베스톤으로 돌아왔던 8일 간의 디즈니 크루즈 여행은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추억되는 최고의 가족 여행이었다. COVID-19 상황이 좀 더 개선되면, 다시 한번 더 온 가족이 디즈니 크루즈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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