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하버드대학의 정치철학자인 마이클 샌델의 "The Tyranny of Merit" (번역본: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은 후 적었던 짧은 글입니다. 얼마 전 "EBS 위대한 수업"에도 출연했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도 인터뷰를 해서 한국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인물입니다.
사실 마이클 샌델이 한국에서 처음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된 것은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입니다. 케인즈언 경제학자인 정운찬 교수를 국무총리로 임명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일부 수정해서 중도를 향해 좌클릭하면서 내세웠던 소위 '공정사회'라는 정치적 담론이 그 배경입니다.
"Justice" (번역본: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통해 마이클 샌델이 제시했던 '정의'의 관념이 실현되는 '정의로운 사회' 즉, 'Just Society'를 이명박 정부에서 '공정사회'라고 표현했습니다. 직역하면, '정의사회'이지만, 과거 전두환 정부의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부정적 표현을 피하려고 '공정사회'로 수정한 것 같습니다.
여하튼 마이클 샌델에 대한 한국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과 인기를 볼 때면, 개인적으로는 항상 한 가지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즉,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자유주의의 '혜택'을 극도로 누린 미국이라는 사회/역사를 배경으로, 자유주의의 '문제점' 또한 비판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그 사회적/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한국에는 결여되어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불편함입니다.
마치 근대화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 근대주의(Modernism)가 주는 '혜택'을 아직까지 온전히 누려보지도 못한 전근대사회에서 (이미 근대화를 완성한 서구의 담론을 맥락에 대한 이해없이 그대로 받아서) 탈근대주의(Post-modernism)를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것입니다.
결국, 마이클 샌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A Theory of Justice" (번역본: 정의론)의 저자인 John Rawls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병행' 혹은 '선행' 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 '도덕' 등에 관해 마이클 샌델이 쓴 여러 권의 책들이 한국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일요일 저녁을 독서로 보냈습니다. "Justice"라는 책으로 유명한 하버드대학의Michael J. Sandel이 작년에 발표한 "The Tyranny of Merit"이라는 책입니다.
이 분이 저작한 대중적인 책들은 모두 일관된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좀 거칠게 요약하면, 자유주의 혹은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현재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철학자의 관점에서 비판하고 ... 좀더 (평등, 공동체, 공공의 이익 등의 가치를 존중하는) 왼쪽으로 이동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늘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철학적 지지를 제공했던) John Rawls가 비판 혹은 비난의 대상으로 등장합니다. 다만, 늘 아쉬운 점은 그저 (철학자이니 ㅜㅜ) 추상적 해결책 혹은 (근거가 부족한) 대안만을 제시하고 책을 마무리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책도 'Merit' 즉, 소위 '능력주의'라는 현상적 소재만 다르게 선택했을 뿐 ... 전체적인 논리 전개와 결론은 동일합니다. 결국 Michael J. Sandel의 주장은 (John Rawls가 제시했었던 자유주의 혹은 신자유주의의) 'Equality of Opportunity'와 (사회주의, 평등주의의) 'Equality of Result'를 넘어선 'Equality of Condition'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전 책들의 문제점과 마찬가지로) 'Equality of Condition'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거의 없습니다.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할 때는 (비록 반론의 여지는 크지만) 매우 구체적 사례를 활용하는데 ... 정작 자신의 결론은 지극히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주장만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마치 내가 꿈꾸는 (관념적) '이상'과 상대편이 꿈꾸는 이상이 만들어낸 (구체적) '현실'을 비교해서 ... 내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상'과 '현실'을 비교하면 늘 '이상'이 더 아름다운 것은 당연하겠지요? 참고로 ... Michael J. Sandel이 제시하는 (몇 안되는) 구체적 정책 중에 '근로소득세'를 축소/폐지하고 이것을 '금융거래세'로 대체하자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식투자와 같은 금융거래는 부의 창출에 기여하지 못하는 투기에 불과하다는 또 다른 (반론의 여지가 매우 큰) 주장을 근거로 제시하구요. 뭐 철학자이시니 ... 금융 및 경제에 대한 이 분의 인식이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여하튼 ... 그럼에도 불구하고 ... 현재 미국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한번 고민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화두는 던져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페친 여러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