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아주 멋진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영국의 소설가 Robert Harris가 쓴 역사 소설 <Munich> (2018: “뮌헨”)을 영화로 만든 <Munich – The Edge of War> (2021: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입니다. 제레미 아이언스가 네빌 체임벌린 전 영국 총리의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체코 주데텐란트 이외에는 더 이상 영토적 야욕이 없다.’라는 아돌프 히틀러의 거짓 약속을 믿고, 1938년 주데텐란트에 대한 독일의 불법점령을 인정하는 ‘뮌헨합의’가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간에 체결되었습니다. 뮌헨합의 직후 네빌 체임벌린은 전쟁을 막은 영웅으로 칭송을 받았지만, 결국 1년 후 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습니다. 세계사 특히, 2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은 꼭 한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제가 쓴 책에 ‘뮌헨합의’ 관련 내용이 있어 다음과 같이 인용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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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관계 단순화의 오류를 보여 주는 역사적 사례 중 하나는 2차 세계대전의 원인과 관련한 논쟁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38년 주데텐란트에 대한 독일의 불법점령을 인정하는 뮌헨합의를 체결하고 귀국한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은 런던 시민들을 향해 뮌헨합의가 평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연설했다. 이에 윈스턴 처칠은 다음과 같은 비난을 체임벌린에게 쏟아부었다. “당신에게는 전쟁과 불명예라는 선택이 주어졌다. 당신은 불명예를 선택했고, 당신은 전쟁을 하게 될 것이다.” 10년 후 처칠은 “만약 동맹국들이 초기에 히틀러에게 강하게 저항했었다면, …… 그가 움추러들었을 것이고 (전쟁을 하지 않는) 제정신의 요소가 독일인들의 삶에 주어졌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독일에 대한 전쟁을 불사하는 강경한 태도를 동맹국들이 함께 취했었다면 2차 세계대전이 일어니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단기적 평화를 위해 ‘독일의 주데텐란트 불법점령’을 승인한 체임벌린의 유화정책이 2차 세계대전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뮌헨합의’가 2차 세계대전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세계대공항, 자본주의의 위기, 배타적 민족주의, 인종주의, 제국주의의 팽창정책, 히틀러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정치인 등 수없이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2차 세계대전의 원인이 오로지 ‘뮌헨합의’ 혹은 ‘유화정책’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인과관계 단순화의 오류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