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눈을 뜨니, 모든 언론 매체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의 부고 소식을 전하고 있더군요. CNN은 그녀를 "최초의 여성 미국 국무장관이자 냉전 이후 서구 외교를 이끄는데 조력한 인물"로 소개하더군요. 147cm의 작은 키에 마음씨 좋은 할머니의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그녀는 '자유'라는 가치를 위해 평생을 헌신했던 말뜻 그대로 '작은 거인'입니다.
"When an old man dies, a library burns to the ground."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라는 속담의 의미가 깊이 공감되는 날입니다. 1937년 체코에서 태어난 매들린 올브라이트와 그녀의 가족은 파시즘의 광기를 피해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자유를 찾아 고향을 떠난 '난민'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경험이 '자유'라는 가치에 대한 그녀의 철학과 열망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UN을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Multilateralism) 외교와 '자유'의 확산을 통한 세계평화(Liberal Peace)로 상징되는 Bill Clinton 행정부 외교정책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 바로 매들린 올브라이트입니다. 미국 주류 사회의 유리천장(Glass Ceiling)을 깨고 체코 이민자의 딸이 여성 최초로 미국 외교 정책의 수장인 국무장관의 직에 올랐습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한국 혹은 한반도와도 많은 인연이 있습니다. 특히, 북핵 위기의 해결을 위해 2000년 10월 23일 평양을 직접 방문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양자회담을 진행했던 사건은 아주 유명합니다.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당시로서는 북한을 직접 방문한 미국의 최고위급 현직 관료였습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마지막으로 쓴 책이 2018년에 출간된 Fascism: A Warning입니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이 책은 '자유'에 대한 매들린 올브라이트의 평생에 걸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일종의 자서전 같은 책입니다. 유명 방송인 Tyler Rasch 등에 의해 한국어로 번역되어, 《파시즘》이라는 동일한 제목으로 한국에서도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평생 '자유'를 위해 헌신하고 투쟁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현재 그리고 미래 세대들에게 여전히 '자유'를 위협하고 있는 파시즘에 대해 경고하는 책입니다. 즉,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눈에 보이는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유형의 파시즘으로부터 '자유'라는 소중한 가치를 제발 지켜줄 것을 호소하는 책입니다.
(그녀의 눈에는 일종의 '파시즘'으로 평가되는) '자유'가 없는 북한에 대한 매들린 올브라이트의 언급이 오랫 동안 제 마음 속에 남아 있습니다. "Visitors to North Korea often report that the people there seem happy. ... "Look around," I was told. "Everyone is smiling." I thought, well, sure, but people often smile out of fear."
치열했던 84년 동안의 '자유'를 향한 긴 여정을 마친 매들린 올브라이트 여사의 영면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