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ang Hyuk Choi
Jun 10. 2021
남아공 전역을 누빌 때쯤, 홀로 협곡에 갇힌 기억이 있다.
길을 잘못 들어 들어선 협곡에
아무도 없었다.
이 세상에 아니 이 우주에 나 혼자 있었다.
....
떨어지는 물소리, 새의 지저귐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생경했다. 겁났지만 신기했고 무섭지만 행복했다.
홀로 오랜 시간을 그 곳에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
난 먼지구나...
이 세상에 아니 이 우주에 먼지구나...
다만 먼지 중에 활발하게 움직이고 자유롭게 나부끼는 먼지구나...
까짓 먼지가 인생에 대해 아웅다웅할꺼 뭐 있냐며 호기롭게 외치고 어렵사리 협곡을 벗어나 숙소로 돌아왔다.
....
그게 벌써 7년 전이다.
한국에 돌아와 난 내가 먼지인 걸 잊고 지냈다.
일상처럼 지하철에 올라 출퇴근하고
먼지 보다는 큰 콩나물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며 하루 하루를 보냈다.
근데 다시 느낀다. 난 그저 활발한 먼지이고 싶다.
홀로 갇혔던 협곡에서의 생경함을 다시 느끼고 싶다.
그냥 생각이 많은 날이다. 그냥
꼭 떠나자 활발한 먼지야, 머지 않은 어느 날...
오늘도 고생했다. 활발 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