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싱가폴 출장
해외 출장을 자주 가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어린 나는 막연히 생각했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어를 쓰고, 얼굴 색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왠지 멋있어 보였다.
막상 싱가폴로 첫 출장을 다녀오니 내가 동경했던 모습과 실제 모습은 싱가폴과 한국의 온도 차만큼이나 달랐다. 난, 비행기를 타고 나서는 피곤에 절었고, 모국어가 아닌 말을 쓰면서 밥을 먹으려니 속이 더부룩했고,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빨리 이 자리가 끝나길 바랬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유년기 시절의 동경(憧憬)과 지금 내 앞에 놓인 풍경(風景)의 간극을, 발견하고 싶지 않지만 발견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그 간극 사이의 허망함을 달래기 위해 어린 나를 애써 꾸짖었다. 왜 그렇게 철이 없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