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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현 Aug 26. 2018

서울페이는 카드 결제를 대체할 수 있을까? (상)

 올 하반기, 그 어느 때보다 결제 시장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거론되는 새로운 ‘페이’들 때문이다. 담론을 주도하는 건 다름 아닌 관(官). 정부, 지자체, 국회 너나 할 것 없이 자체 페이 사업 계획을 내놓은 배경엔 최저임금 인상 이슈가 있다. 2년 연속 10% 인상으로 잔뜩 뿔이 난 소상공인들을 조금이라도 달랠 묘책이 필요했던 것. 6월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소상공인 표심을 잡기 위해 결제 수수료 ‘제로’ 공약을 내놓았고, 최근 최저임금 이슈로 지지율이 하락 중인 정부와 여당은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모양새다. 논의 중인 다양한 페이 중에서도 그중 가장 앞서 나가는 건 박원순 시장의 서울페이다. 서울시는 최근 민간 기업들과 업무 협약까지 맺으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페이는 중국의 알리페이, 위챗페이와 같은 QR 결제 서비스다.  (자료 : 서울시)


 서울페이는 기본적으로 QR코드 기반의 앱투앱 결제를 지향하고 있다. 작년에 카카오뱅크가 사업 계획으로 발표해 화제가 되었던 방식으로, VAN-카드사의 기존 결제 인프라를 우회한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해 결제 수수료 절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눈에 띄는 부분은,  VAN-카드사 지배 중인 결제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다른 민간 사업자를 적극 끌어들여 일종의 반대 전선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간편결제사는 미래 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노리는 대표적 사업자이고, 은행도 과거 직불카드를 통해 결제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이처럼 서울페이는 지자체가 직접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이미 역량을 갖춘 민간 사업자들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


서울페이는 플랫폼만 제공하고, 민간 기업의 기술과 서비스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자료 : 서울시)


  서울페이의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자 벌써부터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 시장에 대한 지자체의 개입이 올바른 지, 결제 수수료를 절감한다고 뿌리 깊은 자영업 불황이 과연 해소될 것인지 등. 여러 회의 섞인 시선 중에도 눈여겨볼 건 과연 ‘서울페이를 과연 고객들이 쓰겠냐는 것’이다. 결국 아무도 쓰지 않는다면 서울페이 또한 늘 있어 왔던 정치인들의 허황된 공약 중 하나로 역사에 박제될 것이다. 국내 결제 시장 현황과 현재까지 알려진 서울 페이의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서울페이의 불안 요소들을 살펴보고, 보완점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1. 고객들에게 모바일 결제는 플라스틱 카드 결제보다 나은 서비스일까?  


 모바일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아직 잘 바뀌고 있지 않은 것 중 하나가 오프라인 결제다. 모바일 기반 오프라인 결제가 자리 잡은 곳은 중국과 인도 정도일 뿐, 대부분 나라에선 아직도 플라스틱 카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국내 또한 모바일 기반의 오프라인 결제를 성공시키려는 노력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원인은 범용성과 고객 경험에 있다.

 

대표적인 모바일 결제 방식들

 

 대다수 모바일 결제의 실패 원인으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건 범용성의 부재다. 별도 전용 결제 단말기를 필요로 하다 보니 사용처가 제한적이었던 것이다. 특히 카드사를 포함해 많은 결제 사업자들은 NFC를 차기 결제 기술로 보고 전용 단말 보급에 많은 재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투입 금액 대비 고객들의 사용액 증가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사용처 확대 또한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범용성 이슈를 해결해 국내에 유일하게 안착한 모바일 기반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가 단연 삼성페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 루프페이 인수를 통해 삼성페이의 핵심 기술인 MST 기술을 확보했다. 다른 결제 방식들이 새로운 전용 단말기를 필요로 했던 반면, MST 방식은 기존 카드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완료되었다. 전국 어디서든 사용 가능한 범용성을 갖춘 최초이자, 아직도 유일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외출할 때 갤럭시 폰만 들고나간다는 사람들도 생겼다.


 현재 삼성페이의 월 결제액은 약 1조로 추산된다. 사실, 월 결제액 1조는 카드 결제를 대체하기엔 아직 요원한 수치다. 국내 카드의 월 결제액은 67조 수준으로, 삼성페이는 1-2% 수준에 불과하다. [1] 또 삼성전자는 작년과 달리 올해부터는 중저가폰에는 삼성페이를 탑재하지 않고 있다. 삼성페이를 확대하기보다 원가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우회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지만, 삼성 내부적으로도 삼성페이의 성장에 대해 일부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출처 : Pixabay


 범용성을 갖춘 삼성페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결제 확대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고객 경험의 문제다. 결제는 근본적으로 사용 빈도가 잦은 서비스다. 하루에도 3-4회 이상 결제한다. 자주 사용할수록 중요해지는 건 서비스의 신뢰성이다. 언제, 어디서 사용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모바일 결제는 아직 플라스틱 카드보다 신뢰도가 낮다. 모바일 결제가 많이 개선된 게 사실이지만, 아직 네트워크나 단말기의 문제로 인해 App이 다운되거나 멈추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플라스틱 카드는 몇 년을 써도 거의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 단 한 번이라도 오류가 발생하면 고객들은 해당 결제 수단을 재사용할 확률은 매우 낮아진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삼성페이 오류 때문에 빵집 갔다 그냥 왔네요"
"카페에서 계산하려다 당황, 지갑 안 들고 나왔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특히 오프라인 매장에선 고객 본인 외에 다른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더 민감하다. 우리나라처럼 빨리빨리 문화가 배어 있는 곳은 더하다. 암묵적으로 결제는 적어도 10초 내에 해야 한다는 룰이 있는 것 같다. 캐셔도, 뒤에 기다리는 사람도 모두 빠른 결제를 원한다. 가끔 결제 후에 "포인트 적립하시겠어요?"라고 캐셔가 물어도 그냥 됐어요라고 말한 경험이 있지 않나. 이런 문화에서 결제가 안 되어 우왕 좌왕하는 경험은 고객에겐 끔찍한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모바일 결제가 편리하다는 말은 사실 결제 자체가 편리하다는 게 아니다. 지갑을 안 들고도 외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갑을 아예 안 들고 다니긴 어렵다. 신분증, 현금, 명함처럼 지갑 속 물건들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그게 없을 때면 종종 난처한 순간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모바일 결제를 종종 쓰다가도 결국 손이 가는 건 지갑 속 플라스틱 카드다. 그건 단지 카드 결제가 고객들에게 익숙해서만이 아니라, 아직까지는 더 나은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모바일에 기반한 서울페이 또한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하) 편으로 이어집니다.


* 참고 문헌

[1] 여신금융협회, <'18년 2분기 카드 승인 실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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