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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현 Sep 10. 2018

서울페이는 카드 결제를 대체할 수 있을까? (하)

https://brunch.co.kr/@sanghyun-park/25

(상) 편에서 이어집니다.



2.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별난 신용카드 선호 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


 서울 페이는 결제 금액을 구매자 계좌에서 출금해 판매자 계좌에 입금하는 거래, 즉 직불 결제 구조로 구현된다. 계좌와 연결되어 있는 체크카드와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상용하는 건 신용 결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민간 소비의 51%가 신용카드로 결제된다. 신용카드로 결제되지 않는 곳이 없고, 하다 못해 세금도 낼 수 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 국민들의 신용카드 선호도가 얼마나 높은 수준인 지 알 수 있다.


출처 :  <2016년 지급 수단 이용 행태 조사 결과>, 한국은행

 

 사실 국가 별로 지급 결제 수단 이용 비중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문화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위 그래프를 보면, 독일은 금융 서비스가 매우 발달해 있을거란 기대와 달리 카드 이용 비중이 매우 낮다. 반면 현금 이용 비중은 무려 79%에 이른다. 독일인들은 자신의 금융 정보가 어딘가에 기록되는 것을 지극히 꺼린다. 기록이 남아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금융 범죄 또는 사생활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이는 어떤 정보도 남지 않는 현금 사용 선호로 이어진다. 그래프에는 나와 있지 않으나, 일본도 신용카드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대표적인 국가이다. 일본인들은 ‘부채’를 죄악시하는 뿌리 깊은 가치관이 있어, 주로 현금이나 선불카드를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과거 카드 사태 이후 신용카드가 과소비와 신용불량자를 양산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신용카드의 다양한 혜택을 잘 이용하는 것이 재테크로 권장되고 있다. 뽐뿌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떤 카드를 어떻게 써야 혜택을 많이 받을지 분석한 글들로 가득하다. 뱅크샐러드처럼 개인의 소비패턴에 따라 가장 적합한 카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인기다.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성비' 트렌드처럼, 결제 서비스 소비자들도 '혜택'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울페이도 고객 혜택을 위해 사용액의 40%를 소득 공제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체크카드 공제율(30%)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또 내후년에는 기존 신용카드 소득 공제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조세 개편 때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 시한을 1년만 유예하기로 결정되었다.) 가맹점 수수료의 지속적 인하로 카드사가 쓸 수 있는 마케팅 비용은 줄고 있고, 소득 공제마저 사라지면, 혜택을 보고 움직이는 소비자들은 서울페이를 차츰 사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페이가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주 결제수단이 되긴 쉽지 않다. 우선 카드사가 제공하는 혜택 수준을 서울페이가 따라가기 어렵다. 카드사가 사용하는 마케팅 비용은 연간 5조에 달한다. [2] 서울페이 혜택으로 거론된 지자체 시설 할인 정도로는 어림없다.


  또 신용카드의 고유 기능인 ‘외상’과 '할부'는 서울페이가 제공할 수 없는 영역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당장 지불하기 어려운 큰 금액을 결제할 때 신용카드를 쓰는 경향이 뚜렷하다. 결제 금액이 5만 원 이상인 경우, 신용카드 사용 비중은 60%에 달한다. [3] 따라서 서울페이가 성공하더라도 신용카드 사용 비중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오히려 서울페이는 객단가가 낮고, 소득 공제 혜택을 위해 사용하던 체크카드를 대체하지 않을까 싶다.



3. POS 인프라와의 연동은 누가 나설까 ?


 QR코드 결제 방식이 혁신적이라 평가되는 이유는, 별도 결제 단말기가 없이도 현금 결제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엔 거지도 QR로 구걸한다는 말은 웃프지만 이러한 QR의 효용을 정확히 대변한다. 유난히 중국과 인도에서 QR 결제가 단숨에 퍼진 것은 결제 인프라가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이미 CAT, POS와 같은 카드 결제 인프라가 전국 상점에 대부분 깔려 있다. 체감상 100% 수준이다. 오죽 하면 카드만 수납하는 카드 지갑이 따로 나왔을까.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일부 있다. 전통시장과 푸드트럭이다. QR 결제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카카오페이는 최근 남대문 시장에 직접 찾아가는 캠페인을 펼쳤다.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목적을 내세웠지만, 한편으로는 시장이 QR결제를 가장 빠르게 수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전략적 판단도 있었을 것이다. 잘 알겠지만 시장이나 푸드트럭은 수수료 때문에 대부분 카드를 받지 않는다.(세금 문제도 있다.) 카카오페이 QR 결제는 현금처럼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현금 사용의 불편함은 개선했다. 소비자도, 상인도 이용해 볼 만한 서비스다.


https://www.youtube.com/watch?v=VFFslKFkmSs 

카카오페이는 현금 결제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페이 또한 서울 시내의 전통 시장과 푸드트럭, 일부 소상공인들 위주로 사용처를 늘려갈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그곳들은 소비자들이 그리 자주 찾는 곳이 아니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가는 곳은 프랜차이즈 카페와 식당, 백화점, 마트와 같은 중대형 가맹점이다. 이런 곳을 사용처로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곳들은 소상공인들과 달리 서울페이의 수수료 절감 대상에 해당되기 어려워 참여할 동인이 낮다. 또 대부분 매장 관리를 위해 POS를 사용하는 환경이란 점도 문제다.


 특히 요즘엔 어느 매장에 가던 POS가 설치되어 있다. POS는 CAT 단말기와 달리 카드 결제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재고·매출·고객 관리 등 매장의 경영 효율성을 높여 주는 다양한 기능을 통합 제공한다. 상점주에게 필수적인 솔루션이다.


 따라서 새로운 결제 수단이 추가 될 때도 상점주는 기존에 쓰던 POS와의 연동을 필수적으로 요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게 돈이 든다는 것이다. POS시스템과의 연동 개발이 필요하고 (S/W비용), QR 리더기를 새로 깔아야 한다. (H/W 비용) 대부분 결제 사업자가 비용을 댄다.


출처 : Pixabay


 모바일 결제가 생각보다 쉽게 퍼지지 않는 이유는이처럼 기존에 깔려 있는 POS 인프라가 너무 굳건하기 때문이다. POS 인프라를 완전히 피해가려는 건, 기존에 잘 운영되던 고속도로 옆에 똑같은 고속도로를 새로 짓는 것과 같은 일이다. 돈이 많이 들지만, 그렇다고 효용성이 높지도 않다. 결국에는 기존 고속도로와 연결된 도로를 내는 수 밖에 없다.


 QR 결제도 결국 POS와 연계 되어야 한다. 하지만 연동만 하는 데도 돈이 꽤 든다. 현재 국내에 POS 단말기는 약 45만대로 추정된다. 연동에 드는 소요 비용을 1대 당 10만 원으로 잡아도 약 450억 원이 든다. 서울페이는 그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 서울시가 부담하거나, 서울페이에 참여하는 민간사업자들이 분담하는 방안이 있으나, 둘 다 쉽진 않다. 전자는 막대한 세금이 들고, 후자는 제로 수수료를 표방한 이상 민간 사업자들이 직접 나서기 어렵다.


 3년이란 시간이 걸린 IC단말기 전환 사업에서 볼 수 있듯 결제 인프라를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다. 카드사와 여신금융협회가 1,000억 원을 출현했고. 정부는 법까지 개정했다. 하지만 LPG충전소나 셀프 주유소는 아직도 전환이 안 된 상황이다. 서울페이도 결제 인프라 확보라는 어려운 숙제를 직면하고 있다. 편리하고 혜택이 좋더라도, 사용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페이, '수수료 제로'를 버려야 한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서울페이에 소액 신용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4] 국민들의 높은 신용 선호도를 보았을 때 당연히 검토되어야 할 부분이다.


 문제는 소액이더라도 신용 기능이 추가되면 자금 조달, 연체 관리 등 참여 사업자에게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페이는 사업 모델을 꼼꼼히 검토하기도 전에 결제 수수료를 0%로 공표해버렸다. 지금의 직불 구조에서도 이체 수수료와 관련해 은행과 결제 사업자 간의 잡음이 흘러 나오고 있다.[5] 이런 상황에서 신용 공여 기능에 대한 구체적 검토가 이뤄지긴 어렵다.


  신용 기능 외에도 앞서 언급한 결제 인프라를 확충하려면 많은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사업에 투자가 필요한 건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투자에 전제 되는 건 바로 기대 수익이다. 서울페이 사업에서 가져갈 몫이 없는 참여 사업자들이 과연 적극적으로 나설까. 결국 사업자들은 정부 눈치만 보며 '하는 척'만 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울페이가 정말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처음 표방했던 수수료 0%가 정말 가능한 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수수료 제로'라는 정치적 구호에 매몰되지 말고, 지금이라도 '수수료 절감'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업자에 대한 적정한 인센티브 제공과 '수수료 제로'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2] 머니투데이, <금감원, 카드사 마케팅 비용 줄이라면서 실질 절감 방안은 막아> , 2018.8.30

[3] 한국은행, <2017년 지급 수단 이용 행태 조사 결과>

[4] 경향신문, <제로페이가 소액 '외상' 가능하면, 신용카드 대신 쓰시렵니까>, 2018.8.26

[5] 조선비즈, <서울페이 계좌이체 수수료 면제 놓고 은행권 vs 결제사업자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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