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영국사회에서 가장 부러웠던 점은?

by 백작가

영국과 우리나라 사람들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삶에 대한 자세인 것 같다. 그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영국 플리머스의 랜드마크 호공원의 스미튼 등대 copyright 백작가

영국인들의 삶의 자세는 긍정적이다. 그것은 말에서 나온다.


영국에서의 일상생활 중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던 표현은 “좋다”다.


단어도 매우 다양하다.


good, awesome, brilliant, decent, fantastic, beautiful, lovely, fabulous, super, terrific ......


등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별로 좋아할 일도 아닌 것 같은데 이런 찬사를 의미하는 단어를 굉장히 많이 쓴다.


이삿짐 옮기는 일을 다 끝냈을 때, 날씨가 좋을 때, 한국인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라면을 대접받았을 때, 남으로부터 아주 간단한 호의를 받았을 때, 식당에서 주문한 식사가 나왔을 때 등등


이런 경우 무조건 "러블리(Lovely!)"를 외친다.


말수가 적은 내성적인 영국인일지라도 "좋다"란 단어는 자주 쓴다.


부정적인 말은 잘 쓰지 않는 편이다.


영국 생활 중 교통사고가 크게 난 적이 있다. 다행히 우리 가족 모두 거의 다치지는 않았지만 트라우마로 인해 한동안 운전대를 잡지 못했다.


만일, 우리나라였다면 바로 운전을 다시 하는 것을 말리는 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실제로 교포분들 중에는 "운수가 나쁜 것 같으니 올해는 조심해라, 충격이 사라질 때까지 당분간 운전은 안하는 게 좋겠다, 평생 살 것도 아니고, 몇 년 후 돌아갈테니 불편해도 그냥 택시타고 다녀라" 등등 다양한 이유로 영국에서의 운전을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영국은 운전방향도 우리나라와 반대이고, 라운드어바웃(우리식으로 로터리)이 많은 등 교통규칙도 상당히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이 운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영국의 이웃들은 "다시는 사고가 안 날 거야. 안심하고 바로 운전을 다시 시작해"라며 긍정적으로 조언해주었다. '말에서 떨어지면 곧바로 다시 타라'란 영국 속담이 있다고 알려줬다. 무섭다고 말을 다시 타는 것을 미룰 수록 더 타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라고 했다. 사고 당시의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를만한 얘기는 되도록 안 꺼냈다. 대신 '이번 경험으로 영국에서 운전을 더 안전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해주었다.


바로 옆 이웃에 사는 팜 할머니 집에 놀러갔었다. 집에는 가족 사진이 많이 걸려 있었다. 그 중 한 청년이 맏아들이라고 소개해주었다.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모습이라 난, "멀리 사나봐요?"라고 물었다. 할머니 "오래 전에 세상 떴어"라고 하셨다. 난 "아임 쏘리~"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괜찮아"라고 하셨다. 마음이야 어찌 안 쓰리시겠냐마는 겉으로는 전혀 내색치 않았다. 밝은 표정으로 아들의 살아 생전 얘기를 (자랑 위주로) 자세히 해주셨다.


영국인들은 인생에 벌어지는 여러 일에 대해서 되도록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반대다. ‘좋다’란 표현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하지 않는다. 이를 표현하는 단어도 발달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부정적인 말이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헬조선’이란 단어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졸라, 열라를 비롯해 욕이 아닌가 의심되는 표현들이 방송에까지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영국처럼 "좋다, 훌륭하다"란 표현을 남발하는 건 경망스럽다고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이런 단어들이 발달되어 있지도 않다.


또 한가지, 영국인들이 자주 쓰는 말은 “쏘리”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틈만 나면 “쏘리”란 말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치, 비즈니스, 일상생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안하다”란 사과의 말에 무척 인색한 우리나라 문화와 비교할 때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chill out, relax 도 매우 많이 사용하는 단어다.


“긴장을 풀다, 쉬다” 란 의미인데, 뭘 그리 많이 쉬어야 하는 지 틈만 나면 “릴렉스”를 연발한다. 나한테도 영국인들이 자주 해주던 말이었다.


자꾸 듣다보니 ‘스트레스 받지 마, 인생을 즐겨, 너무 아옹다옹하지 마’로 들렸다.


영국인들이 이런 말을 자주 쓰는 것은 교육에서 유래한 것 같다. 학교와 가정에서 이러한 언어생활을 매일 교육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말로 나오는 것이지만, 반대로 우리가 하는 말이 우리의 생각과 태도를 만들기도 한다. 평소 좋은 말을 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은 사고를 하게 되고, 좋은 사고를 하게 되면 좋은 행동을 하게 된다. 이것들이 모여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루고, 각각의 인생이 모여서 한 사회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인생에서 일어난 똑같은 일도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편안히 생각하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영국인들의 언어습관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lovely), 남을 배려하며(sorry), 인생을 즐겨라(relax)'란 삶의 자세를 배웠다.


우리도 "우와~ 멋지네(Lovely), 미안해(Sorry), 편하게 해(relax)"란 말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하여



- 끝 -


이전 17화안정된 사회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