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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Feb 27. 2019

(서평)『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지식의 경계를 허무는 창조적 책읽기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나루케 마코토 지음/ 홍성민 옮김/ 뜨인돌/ 이원종 서평


"당신이 어떤 책을 읽는지 말해 보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맞혀보겠다. " 


저자는 말한다. 부자 되는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나 성공 비법을 소개하는 책만 편식하듯 읽는 사람은 장담컨대 중산층 이하의 삶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심지어 "내 취미는 독서고요, 최근에 읽은 책은 '마시멜로 이야기'와 '시크릿' 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에겐 "당신은 구제불능이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터득한 요령이나 성공 비법을 따라하는 사람은 성공하기도 어렵지만, 인간을 곧잘 따라하는 원숭이 보다 나을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서른 다섯의 젊은 나이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일본 법인 사장에 오를 수 있었던 요인으로 '철저하게 남과 다르게 살고 남이 읽는 방식으로 책을 읽지 않으려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렇게 차별화를 추구하는 그의 철학은 책의 전반에 걸쳐 일관성 있게 나타난다. 특히 인생에서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은 남다른 독서법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바로 책의 제목처럼 열권을 동시에 읽으라는 '초병렬 독서법'을 가리키는 것이다.



초병렬 독서법이란, 다시 말해 물리학, 문학, 평전, 경영학, 역사, 예술 등 전혀 다른 장르의 책을 넘나들며 동시에 읽는 것을 말한다. 한권도 집중해서 읽기 힘든 현실을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런 '무모한' 독서법을 권하는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사실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그것이 합리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초병렬 독서법의 기초적 근거는 '책의 장르나 주제에 따라 자극을 받는 뇌의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투포환 선수는 날마다 포환 던지는 연습만 하지 않는다. 포환을 멀리 던지려면 온몸의 근력을 고루 단련해야 하고, 그를 위해 다양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독서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분야나 달콤한 자기계발 서적만 읽는다면 뇌의 특정 부분만 단련될 수 밖에 없고, 결국 비효율적인 뇌를 갖게 되거나 '지식의 영양실조'에 걸리고 만다. 균형감각과 종합적인 시각을 기를 수 없음은 물론이다. 전문가 조차도 자기 분야의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좁고 깊은 독서에서 깊고 넓은 독서로 나아가야 진정한 실력을 갖출 수 있다.



다시 한번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원숭이'라는 그의 주장을 통해, 초병렬 독서를 통한 독서의 필요성을 느껴 보자.   


"좀 심한 말이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원숭이와 다를 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사람은 책을 통해 쌓은 지식이 없고, 상상력이 빈곤한 데다, 자기만의 철학이나 주장도 있을 리 없으므로 그저 남의 생각을 마치 자기 생각인양 앵무새처럼 반복하거나 남의 행동을 따라 하기 바쁜 것이다 "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진짜 내 머리에서 나온 것일까라는 문제의식 조차 없었던 자신을 떠올리며 뜨끔해지는 대목이다.



저자는 초병렬 독서법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도 제시해 주었다. 우선 각기 다른 분야의 책을 세 권 읽는 것부터 시작하여 차츰 늘려간다. 중요한 것은 모든 책을 완독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것이다. 의외로 이것이 지키기 힘든 부분인데 모든 내용을 다 읽어야 할만큼 완벽한 책은 거의 없다는 말을 기억해두면 좋을 것이다.  


차별화를 강조하는 그의 독서철학답게 보통 우리가 듣던 상식과는 반대인 이야기가 많았다.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책을 읽을 때 목표를 세우지 말라', '독서를 하면서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지 말라', '책은 버리지도 말고 빌리지도 말고 빌려주지도 말라' 등이다. 보통 이런 것들을 지키며 책을 읽기는 힘들 것이다. 나는 비록 이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목표를 세우고 밑줄을 긋고 여백에 메모도 하고 가끔씩은 책을 빌려주거나 버리기도 할 것이다. 다만, 저자가 왜 그런 철학을 이야기 했는지 그 취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모든 진리에는 이율배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리 헷갈릴 필요도 없다.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인 것이다.



굳이 '초병렬 독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하루에 한 가지만 읽으며 살고있지는 않다. 신문, 인터넷 기사, 편지, 서류, 잡지 등등... 의식하지 못 하고 있을 뿐, 여러가지 다양한 글을 읽고 있다. 그렇다면 좀더 의식적으로 서로 다른 분야의 책을 세 권씩 읽어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정 힘들다면 좋은 만화책이나 영화를 끼워넣어서라도.  


이 책을 사는데 별 망설임이 없었다. 드물게 들르는 대형 서점에서 이 책이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 느껴졌던 이유는, 나의 독서관을 명쾌하게 표현해준 에필로그의 이 한 마디 때문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손전등 없이 캄캄한 동굴 속을 걷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상태로는 앞이 보이지 않아 제대로 나아갈 수도 없고, 갑작스런 위험한 상황에 대처할 수도 없다. 심지어 뭔가에 걸려 넘어져도 왜 넘어진 것인지 몰라 겁을 먹고 쩔쩔매며 당황하게 된다."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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