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상익 Mar 11. 2019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56년 매일 '시간통계’ 노트를 쓴 인생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저 / 이상원, 조금선 옮김 / 황소자리 / 이원종 서평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것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우리는 종종 하루에 14시간씩 공부를 하기로 결심을 했다든지, 업무시간이 12시간이라든지 하는 식으로 어떤 일에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는 경우를 볼수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을 스스로 엄밀히 측정하고 기록해 본다면 생각했던 것 보다 초라한 시간사용의 실태를 절감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시간관리에 있어서는 피터 드러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할수 있겠다.


미국의 유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모든 경영자들에게 각자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기록해보라고 권유한다. 그러면서 이 작업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끝까지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말을 덧붙인다.





"나는 내 비서에게 9개월마다 한번씩 3주라는 시간 동안 내가 일한 시간을 통계 내달라고 부탁하곤 합니다. 그리고는 그 결과가 어찌되었든 내 비서를 쫓아내지 않겠다는 각서에 사인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미 5~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그 결과를 보면 '이럴수가! 내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긴 하지만 설마 이 정도라니! 이건 말도 안돼!'라며 화를 냅니다. 나보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정말 궁금하군요." (본문 55쪽)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


그 엄청난 피터드러커조차도 이렇게 고백했던 그 일을, 이 류비셰프라는 위대한 사람은 56년 동안 해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양한 분야에 걸친 70권의 학술서적, 단행본 100권 분량의 연구 논문, 그리고 방대한 분량의 학술자료들이었다. 그의 업적들 중 일부인 곤충표본만 해도 소련의 동물연구소가 소장한 것의 6배에 해당한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더구나 하루에 10시간을 자야한다는 지침을 갖고 공연, 전시, 여행을 수시로 즐겼던 사람이.


사람을 쉽게 규정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곤충학자'로 알려져 있는 류비셰프지만,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어떤 이는 '생물학자'라고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역사학자'라고도 했으며, '수학자', '철학자', '혁명가', '이단자' 등등 그를 표현하는 말들은 모두 그의 한 측면만을 표현하는 말이었다. 그만큼 그는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학문적 성과를 남겼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그가 26세부터 실천했던 특별한 시간관리법은 바로 '시간 통계'이다. 매일 '시간 가계부'를 쓰고, 매주, 매월, 매년 통계를 내서 그래프까지 남기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나는 이 방법에 너무도 익숙해져버려서 이제 이 방법 없이는 일을 할 수가 없다네." 기업가도 아닌 학자였던 류비셰프는 왜 결코 쉽지 않은 이 길을 택했을까? 무엇이 그를 이렇게 하도록 만들었을까?


그가 자신이 사용한 시간을 그토록 철저히 분석했던 것은,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였을 것이다. 시간통계를 근거로 세웠던 그의 계획들은 놀랍게도 1%의 오차범위를 넘지 않았다. 사람들은 보통 아주 많은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자신이 실제로 사용한 시간을 돌아보지 않는다. 해야할 일의 목록을 지우는 정도까지는 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보통 하루에 14~15시간을 일한다고 말하곤 한다. 어쩌면 진짜로 그런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솔직히 그렇게 많은 시간을 일한 적은 없다. 하루 동안에 가장 많이 일한 최고 기록이 11시간 30분이다. 보통 나는 하루에 7~8시간만 연구해도 큰 만족을 느낀다. 물론 사람은 잠을 자야 하고 먹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있다. 이러한 시간을 제외하고 나면 약 12~13시간이 남는다. 바로 이것이 일을 하거나 학문을 연구하거나 인생을 즐기는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다."(본문 70~71쪽)



여러 사람에게 크게 인정받는 사람치고 이처럼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을 보지 못한 것 같다. 하루에 몇 시간씩을 일하고 공부했다고 말하기 전에 정말로 집중해서 보낸 시간을 재어 봤는가. 그것은 정말 두려운 일이다. 보통의 정신력으로는 해내기 힘든 일이다.


"자신의 시간을 측정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작업을 하려면 반성하는 마음에 앞서서 우선은 대단한 노력과 용기가 요구된다. 신 앞에서 참회하는 것보다 나 자신과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공개하는 일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약함과 허점, 실수 등을 스스로 공개하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본문 56쪽)




류비셰프의 독서법을 읽어보면, '시간 통계'라는 방법을 고안한 그의 사고체계를 이해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책을 읽는 목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젊었을 때에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독서량이 적었다. 그들은 대충 훑어보는 식으로 읽었지만 나는 매우 꼼꼼히 보았기 때문이었다. 책을 대충 읽게 되면 책이 전달하는 다양한 정보를 모두 발견하지 못하고 내용에 대해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나는 매우 꼼꼼히 책을 읽기 때문에 책 내용이 오랫동안 나의 기억 속에 남게 된다. 그래서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내가 가진 지식은 다른 사람에 비해 훨씬 더 풍부해지는 것이다."(본문 67쪽)




그의 시간통계의 형식은 그저 그날 했던 일과 소요된 시간을 기록하고 그것을 월 단위로, 연 단위로 합산한 것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단순하고 지루한 작업의 반복일 수도 있지만, 연간 통계를 보면 그 진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주업무 외에도 수영을 43번 다녀오고 친구,제자와 151시간을 보내고 논문 수준의 편지를 수백통씩 보내는 등, 한 사람이 일년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읽고 보고 알수 있는가하는 인간의 잠재력을 증명해준다.


'마치 아무 할 일이 없는' 사람처럼, 서두르는 법이 없고 바쁘다는 한탄도 늘어놓지 않지만 다른 누구보다도 많은 일을 해내는 사람. 과연 언제 일을 했을까? 알 수 없는 독특하고 비밀스런 '류비셰프류'의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또한 류비셰프가 결코 냉정한 기계와 같은 과학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 전기의 작가 그라닌은 말해주고 있다. 류비셰프는 누구보다 시간을 이해하고 사랑했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참된 의사가 단 한 명의 환자를 위해 온갖 치료법을 개발하듯 류비셰프는 누군가 자신을 원할 때면 아무 것도 아끼지 않았다. 그토록 소중한 시간조차 충분히 희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다른 모든 것을 제쳐두고 학문에만 매달리는 비인간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172쪽)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


오간지프로덕션 콘텐츠「강연의 시대」바로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살면서 반드시 넘어야할 33가지 태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