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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Mar 13. 2019

(서평)『배려의 기술』

가장 세련된 삶의 시작

가장 세련된 삶의 시작 / 지동직 지음 / 북스토리 / 이원종 서평


책의 제목을 보며 문득 3년전 가을의 일이 떠올랐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주말을 이용해 벌초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차가 밀렸다. 끼어들기를 하면서 평소의 습관대로 비상등을 서너 차례 깜빡이고는 했는데, 끼어들 때마다 빠짐없이 비상등을 켜는 모습이 눈에 좀 거슬리셨는지 이모님께서 한 마디 하셨다. "배려도 너무 지나치면 못 쓴다." 


하긴, 어쩔땐 뒤에서 오는 차가 없을 때에도 차선을 바꾸며 깜빡이를 켤 때도 있으니 지나치다면 지나치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내가 했던 일을 '배려'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단지 뒤에서 오는 차가 혹시라도 불쾌하지 않을까, 욕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그랬던 것이니까.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마음보다는 남에게 싫은 소리나 오해를 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배려'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것들 중 상당수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지.


'배려를 잘 할수 있는 기술이 있다니 어서 배워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물론 많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어쩌면 꽤 많은 사람들은 다른 할 것도 많은데 배려라는 것을 굳이 공부해야 될지 의문을 가질 듯도 하다. 나 역시 이 책을 선물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읽어보지 않았기에 그렇게 짐작하는 것이지만.


특히 나와 별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는 별로 배려를 하지않는 것 같다. 차 한대 끼워주면 큰 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경적을 울려 대고 상향등을 쏘아대거나, 뒤에 볼일 볼 사람은 어떻게 되든 상관 않고 변기 스위치를 발로 밟는 일 등은 비일비재하다. 가까운 사람이라면 기본적인 것은 더 신경을 쓰겠지만, 그래도 배려를 못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실컷 하다가 상대의 말은 나오기가 무섭게 끊고 또 다시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것이 상대방을 얼마나 기분상하게 하는지 모른다. 오히려 자신은 말발이 좋다느니, 자기는 말하기를 좋아하지만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는 합리화까지 하니, 그런 사람과 대화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절대 손해보면 안 된다'는 맹목적인 신념으로 무장한 사람들을 많이 본다. 배려란 언뜻 보면 내가 먼저 손해를 보는 행위이니, 선뜻 베풀기 힘든 일인 것도 같다. 그렇다 보니 누군가에게 배려를 받으면 거꾸로 더 기쁨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누구나 배려해주는 사람을 원한다. 세상은 배려를 원하는데, 세상이 원하는 사람이 되어보는 것도 나쁠 것이 없다. 또한 성공의 필수요소인 인간 관계의 기본도 또한 바로 배려이다. 배려는 나를 성숙하게 하고, 나를 행복하게 한다. 배려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성공을 하면 배가 아픈' 사람이 아닌 '진심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되도록 해준다.


책의 제목이 '배려의 기술'이지만 저자는 '배려의 마인드'에 대해 더욱 강조한다. 그 핵심 중 중요한 두 가지를 꼽자면 '관심'과 '역지사지'이다. 말할 것도 없이 배려는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 학창시절에 다녔던 당구장의 주인 아주머니는 갈 때마다 항상 우리들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아주머니가 우리들에게 이름을 물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당구를 치고 있는 우리들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서 이름들을 기억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동기들은 매번 수업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10분이 넘는 언덕길을 뛰면서도 그 먼 곳까지 발걸음을 했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사실에 대해 얼마나 고마워 하는가! 상대를 잘 관찰하고, 이름을 기억하고, 명함을 소중히 다루고, 그의 말을 잘 새겨듣는 것은 충분히 할수 있는 일이다.



두번 째로, '역지사지'는 상대의 처지를 헤아리되, 먼저 자신에게 비추어 나의 마음을 읽어,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베풀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내가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는 말을 잘 기억해야겠다. 기본적으로 내가 좋은 것은 상대도 좋아할 것이고, 내가 싫은 것은 상대도 역시 싫은 것이다. 따라서 취향이 다를지도 모른다는 핑계로 나에게 필요없는 것을 상대에게 선물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다.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지만 주인공은 한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상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면 된다. 상대의 말을 끊으며 결과를 예상하지 말자. 그런다고 내가 똑똑한 사람으로 인정받지 않는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 때문에 지하철 입구를 못 벗어나고 있는 사람에게 우산을 같이 쓰자고 권해본 적이 있는가? 막상 배려를 하고 싶어도 역효과가 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 여러번 배려를 시도하다 보면, 오해를 받거나 부담을 주는 일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그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배려의 기술을 익힐 필요가 있다. 이것은 무슨 수단을 써서 상대를 조종하고자 한다기 보다는, 진심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득될게 없는 일이라도 남을 돕고싶어한다는 것을 믿는다. 망설이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배려를 하자. 그것이 진심이라면 상대도 이해해 줄 것이다. 잘 안 된다 하더라도 배려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안다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 배려야말로 궁극의 윈윈 커뮤니케이션임을 잊지말아야겠다.


- 우리는 이상하게 자신에게 실익이 없어도, 자신이 다른 사람들이나 사회에 도움이 되었을 때 행복을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길에서 무거운 짐을 든 할머니를 도와주고 스스로 대견해하거나, 길을 묻는 사람에게 성실히 길안내를 해주고 나서도 뿌듯한 마음이 생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36쪽)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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