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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Mar 16. 2019

(서평)『삼성가 여자들』

최고의 자리에서도 최고를 꿈꿔라

삼성가 여자들 - 최고의 자리에서도 최고를 꿈꿔라 / 김종원 저 / 에이미팩토리 / 이원종 서평



일단 내용을 보기 전에 책이 마음에 들었다. 독자를 무섭게 몰아치는 자기계발서와 어울리지 않는 친숙한 냄새 때문이다. 흔치 않은 이 종이의 재질은 무엇일까 한참 생각하다가 떠올랐다. 이것은 분명 만화책의 냄새이다. 반가웠다. 의도된 용지의 선택일까. 그렇다면 성공인 것 같다. 부담없이 '삼성가 여자들'을 만날 준비가 되었으니까.


삼성과 삼성의 인물들에 관한 책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도, 삼성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외면을 해온 이유는 대기업, 혹은 재벌에 대한 근거없는 피해의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그런 무지로 인해 나는 '삼성가의 여자들'이 한 30명 쯤은 나오는 줄 알았다. 기초지식이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터넷 검색을 했다. 전형적인 '엄친딸'의 첫인상을 간직한 채 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읽기로 했다.


삼성하면 이건희, 여자하면 힐러리가 자꾸 떠오르는걸 막을 수는 없었지만, '삼성'과 '여자'의 조합은 분명 의미있는 하나의 창조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여자일 뿐이지 남자가 읽어서 안될 이유가 하등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 공감했다. 우선 '욕을 잔뜩 얻어먹을 각오를 하고' 던진 저자의 서른즈음의 여성관. 목적지를 서른으로 잡느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 남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후계자의 후보에까지 오른 삼성가의 두 딸들. 그들의 파격인사에는 그에 합당한 실적과 이유가 있다는 걸 누구나 인정한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한숨쉬며 말하기'보다는 배워야 할 점을 찾는게 현명한 태도라는데 이의가 없다.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자제력, 스스로를 믿는 굳은 신념, 경험을 통해 체득하기 힘든 것들을 만회하기 위한 독서, 유추 능력, 상상력, 창조력, 열망 등등... 이런 노력들을 살펴보면, 조건이나 운을 들먹이며 자신이 시도하지 않는 핑계를 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건희는 자녀들 모두에게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랐고, 일찍부터 회사에 들여 경영수업을 시키기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공부하고 경험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자신이 누리지 못했던 평범한 삶의 기쁨을 자녀들은 맛볼 수 있기를 바랐던 듯하다."(137쪽)




삼성가의 두 딸들은 억지로 기업경영에 뛰어든 게 아니라 하고싶은 일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는 얘기인 듯 하다. 그렇다면 더더욱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이해가 된다.

이 책은 기업윤리에 초점을 맞춰야 할 책도 아니고, 삼성을 찬양하자는 의도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마치 정치인을 보기 싫다는 핑계로 정치를 외면하듯, 상대적 박탈감을 핑계 삼아 그들의 성공과 노력을 폄하하지 말자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삼성가의 며느리가 되었다가 견디지 못하고 이혼을 했던 스타, 이건희의 부인 홍라희의 삶, 그리고 삼성가 사람들에게는 정말 가슴아픈 일이겠으나 극단적인 막내딸의 자살 사건까지 들여다보면, 최고의 위치에서의 삶이 결코 쉽지 않은 것임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진 것 없고 이룬 것 없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힘들고 숨막힌 삶을 살 것도 같다. 그리고 그런 숨막히는 고통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했기에, 지금의 '삼성가 여자들'이 있었다는데 역시 공감한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부러운 것은 있다. '부모탓'을 하는 이야기와는 별개의 관점에서, '자식의 유전자는 부모가 어떤 사람들이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글을 최근에 읽었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이 사실을 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과가 자명한 결합으로부터 획기적인 '돌연변이'가 일어나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좀 냉정하긴해도, 부모들이 우월하면 거의 예외없이 자식도 우월하다. 그리고 부모가 현명하니 자연히 더 우수한 교육환경이 조성된다. 권력이나 유산같은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런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때문에 최소한 유년기에서 청소년기까지는 점점 더 서로 격이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는 사실이 부럽고 안타깝다. 나만의 생각일까.

평범한 사람이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후천적인 노력을 해낸다 하더라도, 어차피 삼성과 같은 기업을 경영할 기회를 갖기는 힘들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들에게 주어진 삶이 있고, 나름대로의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되는게 아닐까. 그들이 이미 가 있는 방향으로 일직선을 긋기보다는 각자의 길에서 그들을 매개로한 자기계발의 원칙들을 실천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이, 제목을 먼저 정하고 나서 그에 맞는 내용들을 조합한 책이 아니었길 바란다. 그것이 책이 만들어지는 '일반적인 법칙'인지는 모르겠지만. '삼성가 여자들은 위대하다'는 명제를 증명해줄 자료와 논리들을 구성하는 과정이었기 보다는, 자기계발을 누구보다 잘 실천하며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가장 적합한 표본이 결국 '삼성가 여자들'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제목을 그렇게 뽑아냈을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혹시라도 본의 아니게 삼성의 부정과 비리를 상쇄하고 미화하기 위한 도구로 쓰일 일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삼성가 여자들'의 진정한 노력을 왜곡없이 알고 배웠으면 한다. 앞으로도 이들의 성취를 흥미롭게 지켜보며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도록 다짐해야겠다.


- 자기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지는 경험을 반복해 하는 것이 바로 성장이다. (185쪽)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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