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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Apr 01. 2019

(서평)『비트코인 시대』정수현 지음

키워드는 역시 인간다움

비트코인 시대 - 키워드는 역시 인간다움

정수현 저 / J&J culture/ 이원종 서평


이미 비트코인 열풍이 불어닥친지 꽤 되었고,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듯 보인다. 그러나 아직 그 실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활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세계인구의 1%도 채 안될 것이다. 그냥 막연히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의지해 장밋빛 희망을 갖거나 도박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중요한 시대의 흐름인데도 말이다. 


이미 알게모르게 우리의 세상은 디지털화폐와 블록체인을 활용한 사회구조로 개편되고 있다. 꽤 강력한 규제가 있었던 우리나라에서도 코인지갑이 내장된 기기나 온라인시스템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새로운 흐름이 피부에 와닿지 못하고 그저 도박성 짙은 투기 정도로만 여겨지는 이유는, 아마도 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메커니즘이란 것이 컴퓨터공학 관련된 특정 직업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 작동원리를 일일이 다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 우리 삶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어떻게 활용하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지 배우고 연구하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과 사람에 관한 것을 연구하는 인문학의 역할은 4차산업혁명시대에 더욱 중요해진다. 



저자 역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한국인의 문화를 연구하는 인문학자로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이해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 만큼 여러 인문학적 요소들을 이용해 풀어낸 비트코인 이야기가 실제의 삶에 더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우리나라의 암호화폐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채 3년이 안 되는데 이는  미국, 일본, 중국에 비해 훨씬 늦은 것이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유난히 암호화폐 광풍이 불었던 것을 IT네트워크 인프라와 더불어 우리 고유의 '
사랑방 문화'에서 그 요인을 찾고 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세계 1위 수준이며, 그에 따라 누구나 언제든 손쉽게 SNS를 이용한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 민족 전통의 소통문화였던 사랑방의 역할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마을마다 사랑방이 있어서 누구나 저녁밥을 먹고 편하게 그냥 들러서 마을사람들과 잡담을 나눌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참여해서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는 여러 채팅방들의 모습이 바로 그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둘다 훌륭한 정보교환과 사교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금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더 폭넓은 소통이 가능하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 결속력을 다지기도 한다. 저자는 이 시대가 낳은 가장 발전된 문화 사랑방이 바로 SNS라 하면서, 이는 비트코인이라는 신문물 도입에도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 한국이 주도할 SNS는 한국인 고유의 소통과 연대방식인 '사랑방'에서 영감을 얻어야 할 것이다. (21쪽)



몇년 전 한 자치단체장이 지역발전을 위한 주력사업으로 문화시설의 개선과 확충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당장 돈이 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왜 문화에 투자를 하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누구나 이 정책의 취지를 쉽게 이해할 만한 강연을 했는데, 그 강연의 주제가 '문화는 밥이다' 였다. 얼마전 한 TV 토론에서 토론자 중 한 명이 '비트코인으로 밥을 사 먹을 수 있냐' 고 질문을 했던 것도 위와 같은 대중의 심리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지금은 비트코인으로 밥을 사 먹을 수도 있지만 아직은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현실이다. 역사적으로도 전세계 어디에서나 항상 음식은 가장 큰 관심사였으며, 그것은 생존과 직결되어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아주 오랫동안 '쌀밥과 고깃국'이 한결같은 소원의 대명사였다. 

비트코인의 첫 거래 역시 피자로부터 시작되었다. 일명 '
피자 데이'로 불리는 2010년 5월 22일의 일이다. 당시 미국에서 1만 비트코인을 내고 피자 2판을 사먹었던 역사적이고도 상징적인 사건인데, 지금의 가치로 따지면 무려 450억 원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이다. 암호화폐는 거래기록이 투명하게 남고 수수료가 거의 없이 개인간의 해외송금이 가능한 점등 여러 장점이 있지만, 가격변동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아직 지불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쓰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회적 신뢰를 얻기위해서는, 우리 한국인에게 상징적인 의미인 밥을 어느 식당에서나 비트코인을 주고 사먹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언제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혹자들은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을 예로 들어 비트코인 거품론을 주장한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튤립의 인기폭발로 인해 튤립 한 뿌리로 소 4마리, 밀 27톤을 살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거품은 꺼지고 가치가 아닌 가격만을 보고 튤립에 투자했던 많은 사람들은 파멸을 맞게 되었다. 암호화폐 역시 이와 같은 미래를 맞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암호화폐와 튤립버블은 다른 점이 많다.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 통화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는 점과, 투자의 규모가 네덜란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전세계적이라는 점과,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를 정도로 초기단계라는 점, 그리고 발생동기가 다르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튤립사태는 가격폭등에 따른 욕심이 부른 투기였지만, 암호화폐 열풍은 기존의 중앙은행식 화폐발행에 따른 폐해와 불합리성에 반발하여 만들어졌다는 명분과 그에 동조하는 신지식인들의 자발적 투자가 큰 원인을 차지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화폐의 민주화'라는 모토 역시 강력하다.

저자가 짚어주는 이야기는 한 발 더 나아간다. 네덜란드는 튤립버블로 인해 한때 상처를 입었지만 망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튤립은 낙농강국 네덜란드의 주요 수출품으로 자리잡았다. 투기의 수단이 아니라 방향을 바꿔 부가가치의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왔기 때문이다.  


- 이처럼 버블은 후유증을 남기지만 한편으로는 시대 변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43쪽)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는 많은 새로운 개념들을 받아들이거나 두려워한다. 그러나 결국 그 모든 것들은 사람을 우선시한, 사람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결과가 어찌되든 비트코인 역시 불합리를 거부하고 개인의 권리를 찾겠다는 철학이 녹아있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의 인본주의는 새로운 시대에 주어진 과제에 대한 좋은 해법이 될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온갖 새로운 기술이 난무하는 세상일수록 우리는 더더욱 사람에 집중해야할 것이다. 


- 첨단기술로 만들어진 화폐인 비트코인이 피도 눈물도 없는 차가운 기계 속에서 탄생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사람이, 사람을 위해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결국 디지털혁신의 산물인 비트코인의 키워드 역시 '인간다움'이다. (232쪽)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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