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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Mar 28. 2019

(서평)『생각버리기 연습』

생각하지 않고 오감으로 느끼면 어지러운 마음이 서서히 사라진다

생각하지 않고 오감으로 느끼면 어지러운 마음이 서서히 사라진다 /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이원종 서평


'베스트 셀러'에 대한 약간의 편견과 믿음이 있다. 마케팅과 상술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별 볼일 없는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뭔가 있겠지'하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그런 마음으로 오랜만에 베스트 셀러 한권을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게 된 강력한 동기는 바로 이 책의 제목 덕분이었다. 생각을 버릴 수 있는 방법을 정말 알고 싶었다. 


명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은 아무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 즉 마음의 진공 상태에 도달할 수 있어야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무리 의도적으로 생각을 없애려고 해봐도,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확신만 굳히고 나서 결국 생각을 멈추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 이 책이 해답을 줄 수 있을까. 큰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왜 '생각 버리기' 인가? 물론 사람은 생각을 안 하고 살수는 없으며, 생각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하루하루가 충만해야 할 우리의 인생을 현실감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쓸데없는 생각'들이다. 우리는 언제나 '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간다'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시간이 '빠르다'는 기준이 뭘까. 당연히 각자의 인생에 있어서 유년 시절 정도의 시간의 흐름이 기준일 것이다. 물리적인 시간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빠르기로 지나가고 있을 것이라고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시간이 점점 빨리 흘러간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설들이 있겠으나 여기서는 '현실의 인식 감각 저하'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 1초 동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도, 0.1초만 그 이야기를 듣고 나머지 0.9초는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나 과거의 잡음이 남긴 메아리에 휘둘린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오감으로 들어오는 정보에 둔해지고, 멍청한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10초 중 9초는 현실감이 사라지고, 한 시간에 54분은 멍청히 있게 된다. 결국 나이를 먹어 과거를 돌아보면, '몇 년이 한 순간에 지난 것 같다'는 기분이 들 것이다. (22쪽)



그러고 보면,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확실히 생각보다 시간이 덜 지났음을 느낄 때가 많다. 우리의 마음은 평범한 일상은 별 볼일 없게 느끼고, 그로 인해 새로운 자극을 얻기 위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몰고 가도록 프로그램화되어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것을 '생각병'이라 한다. 생각병은 지금 이 순간에 의식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어떤 사고가 소용돌이 치고 있는지를 알 수 없게 해서 신체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는  그렇다고 이런 '생각병'을 당장 극복할 수는 없다.  꾸준히 '생각 버리기 연습'을 해야 가능한 것이다.


쓰키요미지 주지스님인 저자는 불교의 핵심 이론들을 근거로, 8가지 행동 유형별 실천지침들을 알려주고있다. 어떻게 생각을 멈추고 오감을 사용하여 말하고, 듣고, 보고, 쓰고, 먹어야 하는지 등에 관한 것인데 공통적인 핵심개념은 두 가지로 볼 수 있겠다.  


첫 번째는 오감에 충실하는 것이다.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감각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오감이란 눈, 귀, 코, 혀, 몸을 통해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접촉하는 감각을 말한다. 쓸데없는 생각이 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감각에 집중해야 한다. 어떤 풍경이 눈 앞에 보인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응시함으로써 '보이는' 것이 아닌 '보는' 것에 집중한다. 듣는 것에 집중하면 평소에 잘 들리지 않던 작은 소리들도 들리게 된다. 


이렇게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감각에 집중하면 기분 좋은 느낌을 받게 된다. 그 느낌은 정보처리를 그만 두고 감각 그 자체에 머물며 정신통일을 한 덕분에 얻어지는 상쾌함을 말한다. 오감에 집중하는 연습을 통해, 강렬한 자극이 없어도 미세하고 소소한 일상의 자극을 즐길 수 있게 된다.


흡연자라면, 담배를 피울 때 가장 감각에 충실하지 않을까 싶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빨아들이고 내뱉으며, 연기의 모양을 보고 냄새를 맡고, 연기가 목구멍과 폐를 거쳐 다시 나가는 것을 촉각을 통해 느끼고... 흡연시에는 비교적 쉽게 근심,걱정이나 다른 잡생각들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느끼는' 행위에 집중을 하게되는 것 같다. 담배를 끊기가 어려운 이유는 물론 그 중독성도 있겠지만, 어쩌면 이렇게 오감에 충실하고 난 후에 오는 충족감도 있지 않을까.




한 강사에게 들었던 '즐겁게 빨래 널기'도 한번 실천해 볼만하다. 원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자는 의미에서 예로 든 사례이다. 이걸 따라서 실천해 봤는데, 정말 효과가 있었다. 처음엔 지겨운 마음이 들다가도 차차 이 과정을 즐기게 되었는데 아마 여기서 말하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감각에 집중하기'가 작용한 듯하다. '이걸 빨리 해치워야지'라고 마음먹거나, 다른 해야할 일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 빨래 널기는 정말 지겹다. 그저 다양한 빨래감들의 촉감과 스며들어있는 세제의 냄새를 느끼고, 빨래가 열을 맞춰 좁은 공간의 건조대에 널려 있는 모습을 감상하다보면 알수 없는 뿌듯함이 밀려 온다.




두번 째 핵심은, 마음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려는 자세이다. 내 맘대로 통제가 안 되는 생각들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우선 내 마음을 객관적으로 솔직히 들여다 볼수 있어야 한다. 스님인 저자가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예를 든 것이 흥미로웠는데, 씁쓸하면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 다른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블로그를 시작했기 때문에 막상 자신이 올린 일기에 댓글이 붙지 않거나, 블로그에 대한 칭찬을 듣지 못하면 쓸쓸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다. 괜히 블로그를 만들어 자존심에 상처 입은 것 같기도 하다. 이처럼 블로그로 인해 오히려 번뇌를 키울 수도 있음을 항상 자각해야 한다. (121쪽)



'악플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이란 이야기도 있다. 혹시 나만 그런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동호회나 까페 게시판에 수시로 드나들며 어떻게 해야 많은 조회수와 댓글을 유도할 수 있을까를 고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직접 보면서 이것은 참 심각한 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요즘엔 더욱더 피드백이 즉각적인 SNS가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어지고 있지 않은가. 사실상 이런 커뮤니케이션에는 별 의미가 없는'쓸데없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 배경에는 '상대에게 받아들여지고 싶다', '상대가 나를 싫어하면 안 된다'라는 욕망이 있다고 한다. 이런 욕망이 결국 고통을 부르는 것이다.


이것이 고통인지 자각하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는 새에 중독이 되어버린다면 문제다. 점점 자신을 속이며 자신의 참모습을 보지 못하게 된다. 곤경에 처한 친구에게 별도움을 주지도 못하는 자기만족적인 충고를 한다든지, 서먹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쓸데없는 말을 하다가 점점 겉도는 대화가 된다든지 하는 상황들은 모두 자기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 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자신의 감정상태를 따옴표 안에 넣어보는 방법은 아주 유용하다. '나는 지금 화를 내고 있구나', '나는 이 사람에 대해 뭔가 섭섭해하고 있다' 와 같이 제 3자의 시점에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면 좀더 정확한 마음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감정반응과 상관없이 객관화할 수 있어야 하겠다. 이렇게 파악된 자신의 마음상태가 잘못된 것이라고 느끼는 것이 하나의 깨달음이며, 우리의 마음은 깨닫는 것만으로도 이미 올바른 방향으로의 수정이 시작된다고 한다. 비로소 원하지 않는 생각을 다스릴 수 있는 열쇠를 얻는 것이다.



마치 모르는 문제가 너무 많아서 아는 문제에 표시를 하는게 더 빠를 것 같은 수학 문제처럼, 거의 모든 페이지에 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오감에 집중하고,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는 것으로서 이 책의 본질을 전부 소개했다 할 수는 없지만, 단 한가지라도 실천해보면 그 의미를 알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명상 같은 것이 아니다. 당장 점심을 먹으면서 습관적으로 보는 일간지나 TV를 보는 대신에 밥알과 반찬의 촉감에 집중을 해보았다. 늘 지나던 길을 걸으면서도 때로는 보는 것에, 때로는 얼굴에 부딪히는 공기에 집중해 보았다. 아주 조금의 변화이긴 하지만 분명 어린 시절의 생생한 감각이 떠올랐다. 그 시절엔 무료하거나 지루할 틈이 있었을까. 아마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흥미로웠을 것이고, 그런 충만한 하루하루의 삶이 지금에 와서는 무척 길었던 시간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버리기를 연습하다보면, 지금이라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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