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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Nov 18. 2019

(서평)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종교의 기반은 두려움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 종교의 기반은 두려움

버트런드 러셀 지음 / 사회평론/ 이원종 서평


철학자이자 문필가였던 버트런드 러셀은 불교, 힌두교, 기독교와 같은 위대한 종교들에 대해 진실이 아니며 사람들에게 해로운 것이라고 보았다. 대부분의 종교들은 그 교리가 서로 일치하는 점이 없기 때문에 그중 하나만 진리일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받아들이는 종교는 거의 환경의 영향을 받는데, 실제로 특정 국가나 지역에 특정 종교인의 비율이 높은 것을 보면 이것은 사실이다. 종교의 진실성과는 별개로 종교가 과연 우리에게 유익하거나 유용한 것인가 하는 면에서도 그는 그렇지 않은 정도를 지나쳐 해악을 끼친다고 말하는데, 그 해악은 믿음의 성질에 관한 것특정 신조들에 관한 것, 이렇게 두 가지다. 



수원의 맛집, 보리네 주먹고기(돼지고기) 위 무슬림 마트

여러 종교에 있어서 믿음의 성질이란 것은 바로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이라는 걸 말한다. 어떤 신앙에서 믿도록 요구되는 것에 대해 반대증거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그에 개의치않고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갖는 것이 도덕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배타주의로 연결되어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증오와 적의를 품게 되고, 그들을 억압하기까지 한다. 또한 대부분의 종교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특정 윤리적 교의들이 존재하는데, 소를 신성한 동물로 여기거나 돼지고기를 금하거나 과부의 재혼을 금하기도 하고, 소수의 광신자에 의한 독재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기도 한다. 러셀은 이런 것들을 종교의 해악으로 규정하며, 정신의 자유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그것은 낡은 체제든 새로운 체제든 이미 굳어버린 체제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다고 말한다.




기독교인이란 것은 그 범위가 정해져있지 않지만, 러셀의 생각에 따르면 교리 차원에서 하나님과 영생을 꼭 믿어야 하고, 예수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신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절대선,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는 정도까지는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러셀이 기독교인이 아닌 이유는 바로 이 두 가지, 즉 하나님과 영생을 믿지 않는 것과 예수를 아주 높은 수준의 도덕과 선을 행한 사람을 넘어선 절대선, 절대현자였던 인간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가장 단순한 이론은 '제1 원인론'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원인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최초의 원인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데 그 원인이 바로 하나님이란 이론이다. 저자 역시 오랫동안 믿어왔던 제1원인론에 오류를 제기한 것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서전에 나온 한 구절이었는데, 모든 것에 원인이 있다면 하나님에게도 원인이 있어야 하고, 무언가가 원인 없이 존재할 수 있다면 지금의 세상 역시 하나님처럼 원인 없이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물과 세상의 시초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이론에는 타당성이나 당위성이 없다. 


또 한 가지는 목적론이다. 흔히들 말하는 지구와 태양간의 인력과 공전속도의 절묘한 조화 등 세상만물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맞도록 만들어졌고 그것은 하나님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이 지금의 상태에서 조금만 달라져도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러셀은 환경이 생물에 맞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생물이 환경에 맞춰 변화한다는 진화론의 입장을 견지하며, 그것이 적응의 기본원리라고 한다. 또한 온갖 모순과 고통이 가득한 지금의 세계가 수백만 년에 걸쳐 만들어놓은 최선의 것인가 하는 사실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는다. 


예수를 최선최현의 인물로 인정하지 않는 한 가지 이유는 그가 지옥을 믿고 있었다는 점이다. 러셀은 진정한 자비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영원한 형벌 따위를 믿을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또한 복음서에 나온대로의 예수는 자신의 설교에 집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대목이 여러 번 나오는데, 그럴 수도 있는 일이긴 하지만 소크라테스와 대비시켜보더라도  성자로서의 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옥의 저주와 성령을 거역한 죄에 대해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란 구절은 세상에 많은 불행을 야기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로 인해 공포와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다. 

여러 근거와 논리를 들어 이야기했지만, 러셀은 사람들이 종교를 받아들이는 이유가 이론이나 논리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생각처럼 사람들은 정서적인 이유로 종교를 받아들인다.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는 것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그래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며, 그 다음으로 강력한 이유는 안전에 대한 갈망이라고 하면서 그것을 '큰 형님이 계시는 것 같은 느낌'이라 표현했다. 근 백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생각과 주장과 세상이 여전히 곳곳에서 의미를 던져주는 듯 하다. 


- 여러분은 이 기묘한 사실, 즉 어떤 시대든 종교가 극렬할수록, 독단적인 믿음이 깊을수록, 잔인성도 더 커졌고 사태도 더 악화되었다는 점을 발견할 것이다. 누구나 기독교를 철저히 믿었던 소위 신앙의 시대에는 고문기구를 갖춘 종교 재판소가 존재했으며, 수백만의 불운한 여인들이 마녀로 몰려 불태워졌다. 종교의 이름으로 온갖 종류의 잔인한 폭력이 온갖 부류의 사람들에게 가해졌던 것이다. (38쪽)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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