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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Mar 24. 2016

유머가 없는 강연은 2% 부족하다

프로 강사가 되려면 유머감각은 필수다.

실무에 있다 보면 "나는 유머에 소질이 없으니 콘텐츠로만 승부하겠다."고 말하는 강사들을 종종 보게 된다. 물론 체질적으로 유머가 어색한 강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이 제아무리 내공이 강해도 유머 감각이 없으면 대중 강사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믿는 사람이다. 왜 그럴까? 자기가 알고 있는 말을 뱉는 것은 쉽지만, 청중의 호응을 이끌어가면서 강연을 하려면 반드시 유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연 평가서를 받아보면 전문적인 강연을 하였던 강사보다, 청중을 유쾌하게 웃겼던 강사의 평가가 더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유머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사실 유머 감각도 어느 정도는 타고나기 때문이다. (같은 에피소드라도 어떤 강사는 코미디로 만들고, 어떤 강사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지 않는가?) 그러나 당신의 유머 감각이 신통치 않다고 해서 체념할 필요는 없다.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유머 감각을 키우는 데 성공한 강사들이 내 주변에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이다. 자, 그렇다면 프로 강사들은 어떻게 유머에 대해 감을 잡고 배워 나갔을까? 나 나름대로 유머 감각을 키우기 위한 접근방법을 세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첫째, 유머와 관련된 책을 자주 읽으라. 유머 감각이 탁월한 어느 프로 강사가 입버릇처럼 후배들에게 한 말은 유머집 10권은 통달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때 내 귀에는 '나는 소질을 타고났지만 너희도 노력하면 좋아질 것이다."는 정도의 격려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얼마 전, 그의 막내아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최근 아버지 서재를 청소하는데 낡은 유머집이 10권은 족히 나왔다.'라는 말을 듣고, 아, 남몰래 정말 노력 많이 하셨구나 라고 반성하게 되었는데, 독특한 뉴스 멘트로 알려진 최일구 앵커 역시 유머감각을 키우기 위하여 편의점에서 유머집 5권을 사서 달달 외웠다는 말을 직접 듣고는, 유머감각도 후천적 노력으로 키울 수 있다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강사들의 실전 유머기법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의 "깔깔깔 강의 유머 기법" 책을 읽어보라.)      


 둘째, KBS의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보라. 내가 아는 어느 프로 강사는 세상없어도 일요일에는 개콘을 챙겨보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니 ‘살아있는 유머를 배울 수 있다’라는 것이었다. (덤으로 가족과 화목한 시간도 보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는 방송을 유심히 본 후, 거기에 나오는 유행어를 주변 사람들에게 수시로 써먹었다고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유머에 사람들이 반응하고, 같은 유머라도 어떻게 말해야 더 큰 효과가 있는지 유머에 대한 맥을 잡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개콘 이야기 하나 더. 나는 개콘 PD의 강연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개콘은 한 번 웃겼다고 해서 다음번 출연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므로 매주가 치열한 경쟁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실제로 개콘은 사전 오디션을 보고, 수준 이하의 코너는 과감하게 퇴출시키는데 담당 PD에게는 한없이 유치한 콩트에 20대 작가들이 웃는 것을 보고 '젊은 층이 좋아하는 개그인가?' 하고 방송에 내보 내보면 틀림없이 대박을 친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가 강사들에게 주는 교훈은 뭘까? 당신이 시니어 강사라 하더라도 유머와 관련된 방송을 보는 것만으로도 젊은 연령대의 웃음 포인트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일상생활 속에서 유머 소재를 발견하라. 프로 강사들은 일상에서 '유머 거리'를 찾는데 매우 능숙하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서울대공원의 말레이 곰이 탈출했다는 기사를 당신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건을 뉴스거리 정도로만 여기지만, 어느 강사는 "이 곰이야말로 진정한 차별화를 아는 곰이다."라고 재치 있게 강연 소재로 활용하여 청중의 웃음을 자아낸 적이 있었다. (앞서 언급하였던 최일구 전 앵커는 MBC 뉴스데스크에서 “말레이 곰, 도망가지 말레이”라고 멘트를 하였다.ㅋㅋ) 이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내용을 유머 소재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편, 유머를 할 때 주의사항이 있다. 

1. 유머도 철저하게 계획적이어야 한다. 당신이 아무리 유머 감각을 타고났다고 할지라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할 수 있는 유머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치밀하게 계획된 유머를 강연 요소요소에 골고루 배치하라. (통상적으로 10분에 한번 꼴로 웃음 포인트를 주는 것이 가장 좋다.) 


2. 유머가 강연 주제와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당신이 주제와 전혀 동떨어진 유머를 하게 되면 '재미는 있는데 그래서 어떻다는 거지?" 라며 청중의 반감을 사게 되고,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기 쉽다.

3. 유머를 하더라도 품격 있게 하라. 어떤 강사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욕설을 섞어 강연을 하는데 청중의 일부는 속이 시원하다며 좋아했지만 담당자를 포함한 일부는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서 주는 교훈 : 소수의 청중이 손뼉을 치고, 좋아한다고 해서 청중 전체가 즐거워하고 있다는 착각은 하지 말라.) 따라서 유머를 구사할 때도 최대한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라.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 대학교수들이 자신만만하게 대중 강연에 나섰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매일같이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교수들이 고전한다니 좀 의외이지 않는가? 이유는 이렇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학점 때문에 강의가 지루하거나 졸려도 집중하지만, 대중들은 흥미가 떨어지면 곧바로 외면해버리고 만다. 즉, 대중 강연은 대학 강의와 달라 대중(청중)들이 강연을 지루하게 느끼지 않도록 흥미로운 주제나 유머를 요소요소에 가미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 이제 유머를 하면 가벼운 사람이라는 편견을 버리자. 로날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은 총을 맞아 쓰러진 순간에도 부인에게 농담을 던졌다. "여보. 총알 피하는 걸 내가 깜빡 잊었구려.." 이처럼, 유머란 가벼운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웃기는 강사가 우스운 강사는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과감히 유머에 도전하라. 


 (추신: 1. 아무리 그래도 당신은 도저히 웃길 자신이 없다고? 그럴 경우에는 재미있는 동영상을 활용하라. 나도 대학생들에게 강연을 할 경우가 가끔 있는데 강연 초반에 비디오 게임기 'X box'의 1분짜리 광고 영상을 틀어 놓는다. 영상의 내용은 갓난아이가 산모의 뱃속을 용수철처럼 박차고 나와, 엄청난 속도로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삽시간에 나이를 먹다가 졸지에 묘지에 쳐 박히는 내용인데 영상의 마지막에 "Life is Short, Play more! (인생은 짧다, 더 즐겨라!)라는 문구와 함께 'X box'의 로고가 나오면 학생들은 '아. 게임 광고였어?' 하면서 즐거워한다. 그때 내가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 잘 보셨나요? 이게 여러분들 4년 대학생활의 속도입니다."라고 하면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다시 말해 당신이 유머에 영 자신이 없다면 유머를 대체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동영상을 준비하면 된다.      


 2. 지루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하여 강연 도중에 노래를 부르는 강사들도 간혹 있다. '우정의 무대', '대학가요제', '일밤' 등 당대 최고의 스타 PD였던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강연 도중에 자신이 자작곡 한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우는데 노래도 좋고, 대단히 흥미롭다. (실제로 앨범을 두 개나 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노래로 표현하는 강사들도 있는데 가발공장 직공에서 하버드 박사가 된 서진규 박사, 불의의 사고를 당한 가수 클론의 강원래 단장 등도 노래를 곁들인 강연을 하여 청중에게 감동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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