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 글은 2015년 9월 5일에 쓰인 글입니다.)
내가 인격적으로 존경하는 성공학 강사가 오늘 돌아가셨다. 평소 나에게 각별한 애정을 준 분이었기에 마음이 아프다. 몇 년 전 큰 수술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하루에 2~3 차례나 강연을 하였던 것이 화근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성공학 강사였지만 정작 본인의 건강은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러나 고인은 오랜 투병생활을 통하여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닫고, 마지막까지 영혼을 불태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분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어느 기업의 강연을 주선하면서였다. 첫인상이 무척이나 자상하였던 그분이 나에게 처음으로 했던 말은 엉뚱하게도 "누구 사람이냐?"였다. 어린 나이에 강연 에이전시를 차렸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누군가가 나를 훈련시키고 있었다고 여겼던 것 같다. 그때 나는 "그냥 저 혼자 시작했는데요."라고 답하였고, 그때부터 그분은 나를 아들처럼 대해주었고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한 번은 하이모에서 협찬을 받았다며 그분이 가발을 쓰고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강사들도 협찬을 받는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또 한 번은 등산하다가 넘어졌다며 내가 준비한 강연에 지팡이를 짚고 왔는데 화장실에서 비틀거리시는 것을 내가 부축하였을 때부터는 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그 후, 차 안에서 다리를 왜 다치셨는지 재차 여쭙자 차 창밖을 바라보며 "지은 죄가 많아서인가.."라고 하였는데 그때 나는 처음으로 그분의 한숨을 보았다. 지금 생각하여 보면 이런 모든 것들이 암투병중 임을 제자들에게 감추려는 그분 나름의 노력이었던 것이다. (아. 나는 왜 그때 진작 알아차리지 못 했던 것일까..)
올해 초, 나는 그분에게 이러한 메일을 한 통 받았다. "상익아, 올해는 더 멋지게 패기 있게 살아보도록 하거라. 나는 환갑이 된 해이기 때문에 인생을 크게 한 번 정리하고 정상에서 가급적 소프트 랜딩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해의 시작이 되도록 하려고 한다. 정상에 한없이 오래 있을 수는 없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에 너와 같은 좋은 제자들을 잘 도와주어 성장시켜서 맥을 이어나가기를 희망하는 바가 더 커진다고 할 수 있지.. 복 많이 받고 하루하루에 충실하게 살아가도록 하거라." 실제로도 이렇게 누군가를 항상 격려하는 분이었다. 그러나 인생을 새롭게 정리하려는 그분에게 운명은 너무나도 야속하였다.
성공학 강사답게 그분이 나에게 입버릇처럼 해 준 말은 "진정한 성공자란 '사회적 지위', '경제적 자유', '사람들의 존경' 이 세 가지를 갖춘 사람이다."라는 것이었다. 투병 소식이 전해지자 그분의 제자들이 개최한 사은 행사가 총 2번 있었는데 말만 사은 행사이고 실제로는 임종을 앞둔 스승과 제자들의 마지막 송별모임이었다. (나는 두 번 다 참석하였는데 몰라보게 야윈 모습에 나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말았다.) 그날 제자들이 참 많이도 왔고 진정으로 가슴으로 슬퍼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분이야말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자유뿐만 아니라, 많은 제자들의 존경까지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날 밤, 그분이 잠들기 전 가족에게 "내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하루였던 것 같다"라고 말하며 웃으셨다고 한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러한 그분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정말 인생을 훌륭하게 살아오셨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마지막 순간까지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감히 해보게 되었다.
이제까지 나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을 부정해 왔다. 몸은 건강하지만 경제적 문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주변에서 뜻밖의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성공, 출세, 부자도 좋지만 지금 이 순간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치열하고, 독하게만 사는 사람들보다는 시도 읽고, 소설도 읽고 맨발로 잔디도 밟을 줄 아는 사람들이 더 멋있어 보인다.)
당신도 한창 강연이 많아지면 어깨도 으쓱해지고, 신바람도 나고 그럴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출세한다 해도 건강을 잃으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절대 무리하게 강연을 하지는 말아라. 돌아가신 성공학 강사는 자신의 뒤를 이어 강사의 길을 걸으려는 아들에게 "나를 반면교사로 삼아라."라고 하였다고 하는데 당신도 이 말을 새겨듣고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라. 거듭 강조하지만, 세상에는 명강사가 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소중히 여겨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