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상익 Apr 02. 2021

(서평) 당신이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

저서 : 성장을 꿈꾸는 너에게



 <성장을 꿈꾸는 너에게>의 저자 우죈의 이력은 화려하다. 중국 칭화대를 졸업하고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구글 초창기 엔지니어 출신이자 중국 텐센트 검색 부문 부사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실리콘밸리에서 벤처 투자사를 운영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듯 실무에 잔뼈가 굵은 그가 젊은 직장인들에게 말한다. 당신이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해서라고. 그는 직장인이 '내 분야만 잘 알면 되지'라는 태도를 대단히 경계한다. 이에 대한 일화를 살펴보자.





언젠가 젊은 엔지니어가 저자에게 커리어 발전 조언을 구했다. 먼저 저자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 회사 사이트에서 30분 짜리 영상을 한 번 볼 때마다 광고비를 얼마나 받나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엔지니어라 얼마를 받는지 모릅니다."


저자가 다시 물었다.


"그럼 회사 컨텐츠의 광고 클릭율은 얼마나 되나요?"


"글쎄요. 그 문제라면 채널 담당자나 사용자를 관리하는 분들이 더 잘 알 것 같은데요. 아니면 광고 제작하시는 분들이.."


저자는 말한다. 이 젊은 직원은 단 두 개의 질문만으로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저자는, 제품 개발 엔지니어라도 이 정도 기본 지식들은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회사에서 이런 걸 숙지하라는 지시도 없었는데..' 라는 마인드는 승진과 커리어 발전을 저해하는 위험한 태도라고 경고한다. 저자가 만난 유능한 직원들은 똑같은 질문에도 광고비와 클릭율은 물론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꿰뚫고 있었다. 결국 이런 직원들이 승진하고 대표 자리를 꿰차는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 엔지니어의 또다른 문제점은 질문을 했을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이 엔지니어가 광고 클릭율에 대해 즉답을 못한 이유는,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저자가 파악한 바로는 그 회사 제품의 클릭율은 최저 0,5~1%정도이고, 가장 좋을 때도 2%를 넘지 않는다. 이렇게 격차가 크지 않을 떄는 "0.5~2% 정도 입니다"라고 답하면 그만이다. 저자는 그날 상세한 수치를 기대한 것이 아니라 대략적인 범위만 알고 싶었을 뿐이니까 말이다. 우리도 이런 실수를 종종 하지 않는가? 고수는 단번에 상대방의 밑천을 금세 파악해낸다. 무서운 일이다. 


이것은 비단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적용된다. 

저자가 어느 회사의 고문변호사에게 물었다.


"요즘 국내에서는 특허 신청부터 승인까지 얼마나 걸리죠?"


변호사의 답변. 


 "저희가 주로 하는 일은 특허 명세서 작성과 특허 신청이어서요. 승인 기간에 관해서는 정확히 모르겠네요. 상황을 봐야 알겠지만 어떤 것은 굉장히 빨리 승인되고 어떤 건은 자료 보충이 필요하기도 해서 더 지연되기도 해요."


여기서 문제점은 무엇일까? 쓸데없는 정보들을 주욱 나열했다는 것이다. 저자 정도의 내공이 있는 사람은, 특허 변호사가 특허 신청만 담당하지 특허 승인을 내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다. 또한 특허 승인기간이 건마다 다르고, 어떤 특허는 명세서 자료를 보충하느라 지연될 수 있다는 것도 잘 안다.


저자는 이어서 질문을 던졌다.


"그럼 2년안에 승인이 나는 특허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평균 얼마 정도의 기간이 걸리죠? 지금까지 가장 길었을 때는 언제였는지, 이런 것들을 기록에 남기나요?"


변호사의 답변. 


"모르겠어요. 저는 특허 신청만 담당하는 사람이라 그런 데이터는 특허청에 가서 여쭤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물론 특허청에 자료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 오래 일한 변호사라면 이러한 기본적인 데이터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저자가 너무 까다롭다고 느껴지는가. 내 경험상 진짜 프로들은 저 정도의 치밀함과 까칠함은 다 가지고 있다.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지 않을 뿐이지만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이런 사람들의 문제는 자신이 현재 칠하고 있는 네모 칸만 바라보는 데 있다고. 두 발자국만 뒤로 가서 보면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는다고 한다. 전문성도 뛰어나고 일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더 높이 올라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처럼 큰 그림을 보지 못하기 떄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태도로 일을 해야 조직에서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까?

내가 속한 분야 이외에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공부해나가는 습관이 답이다.


다음은 내가 아는 미국변호사가 강의 때 주로 하는 내용 일부를 내가 발췌한 것이다.


대표이사가 실적 악화의 원인에 대해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영업팀장은 "경쟁사가 동일한 가격에 신제품을 출시하였다"라고 보고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1. 신제품 조기 출시. 2.기존 제품의 프로모션. 이 두가지를 대표에게 제시하였고, 대표는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였다.

다음 날, 영업팀장은 마케팅 팀장을 찾아가서 신제품의 조기출시와 프로모션 진행에 대해 전달했다. 마케팅 팀장이 말하길 "경영지원팀에 문의해보니 예산이 확보되어 기존 제품 프로모션은 가능하다. 하지만 신제품 조기출시는 생산팀에 문의해야 한다."라고 답하였다.

다음 날, 영업팀장, 마케팅 팀장, 경영지원팀장은 생산팀장을 찾아가 신제품 출시를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생산팀장이 말한다. "부품 재고가 없어서 생산을 못하고 있다. 구매팀장에게 구매해달라고 부탁해야한다." 

다음 날, 영업팀장, 마케팅 팀장, 경영지원팀장, 생산팀장은 구매팀장을 찾아갔다. 구매팀장은 말한다. "구매하고 싶은데 부품 품질 인증이 안 끝났다. 품질팀장에게 문의해야 한다."

다음 날, 영업팀장, 마케팅 팀장, 경영지원팀장, 생산팀장, 구매팀장은 품질팀장을 찾아갔다. 품질팀장 왈.  "이대로는 품질 인증 못 낸다. 다만 한가지 방법이 있다. 설계도를 수정하면 품질 인증을 내어줄 수 있다."

다음 날,  영업팀장, 마케팅 팀장, 경영지원팀장, 생산팀장, 구매팀장, 품질팀장은 개발팀장을 찾아간다. 개발팀장은 제품 설계도를 수정해 주겠다고 하였다. 이후 수정된 설계도로 품질팀은 인증을 냈고, 구매팀은 부품을 구매하였고, 생산팀은 무사히 신제품 생산 일정을 앞당길 수 있었고, 마케팅, 영업팀, 경영지원팀은 제품 판촉을 성공리에 진척시켰다.


자, 두 가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부서가 협력하며 일을 하였는가. 당신이 회사 대표 혹은 관리자가 되려면 이와 같은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한걸음 더 나아가 그 사람의 그릇이 앉은 자리를 보전하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남들과 다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주말도 없이 공부하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이 책은 사회 초년생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만한 '일을 대하는 자세', '의사소통', '투자와 경영','인생과 식견'에 대해 폭넓게 다루고 있다. 확실히 저자가 프로페셔널인지라 아무래도 책 내용에 신뢰가 간다. 일독을 권한다.


글쓴이. 오상익








매거진의 이전글 (서평)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