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상익 Feb 13. 2021

(서평)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Pi Arch ia


연휴 첫 책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독후감


1. 내 주면에 우울하고 음울한 유년기를 거친 분들은 거의 예외없이 핑크플로이드에 매몰되어 있었다. 나는 우울할 때 밝은 음악으로 감정을 반전시키는 편이지만, 한없이 음울한 음악으로 심연까지 깊숙하게 들어갔다가 다시 생의 의지를 다잡는 이들도 있는데 이동진씨 역시 후자이다. 내가 그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 때 “핑크플로이드에 왜 그리 천착하느냐” 물으려다 꾹 참았던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왜? 책에 이미 다 써놨는데 찾아보려는 수고도 하지 않던 나의 부족한 내공을 그대로 보여줄 뻔했으니까. (나는 그와 일적으로 한번 통화한 것 외에는 그 어떠한 인연도 없는 구독자?에 불과하다. 왠지 그의 기준에서 팬이라는 표현도 불경스러울 듯)



2. 덕질은 전혀 창피한 것이 아니라는 것.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용기있게 좋아한다고 말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결혼 전, 김태호 피디님이 결혼 화환 받으세요? 했을 때 에이 뭘 그런걸요.. 하고 쭈뼛댔는데 평생 후회한다ㅋ 그럴 땐 넙죽 받아야함)


암튼 그는 평론가로써 사뭇 도도해보이지만 청춘스타에게도 사인을 받으려 하고, 혼자 기뻐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면서 직업정신과 팬심 사이에서 갈등이 많았겠구나 싶었다. (심지어 좀 귀여운..;;) 내가 의미를 부여하는 것들에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는 것이 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3. 나만의 공간(그에겐 파이아키아)에 대한 원칙과 집착이 대단하다. 파이아키아를 설계한 국민대 봉일범 교수와 나눈 대담을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되는데 집 디자인을 모조리 한샘에 위탁하려던 내 자신이 초라하게까지 느껴진다.(아 물론 열패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심함을 내 삶의 방패로 삼고 싶지는 않다!)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에서 가장 큰 집을 방문했을 때, 건축주가 집 대문을 몬드리안 양식으로 하려고 고생고생했다는 이야기와 이태리에서 공수해온 바닥과 그리스 기둥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그저 달나라 얘기로 여겼던 나의 무신경함도 반성하게 된다. 그런 컬렉션은 허영을 채우기 위한 부자들 얘기 아니냐고? 돈만 있다고 컬렉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그의 책을 보면 다 알 수 있다.


암튼 쓸게 정말 많은 책인데 아이폰으로 쓰려다보니 더 못 쓰겠다. 이번 연휴 읽을 다음 책은 <리추얼>인데 나온지 7년은 되었다.


베스트셀러를 역행하는 나의 독서습관을 혼자 칭찬해보면서... to be continued..




출처 : 한겨레 신문





매거진의 이전글 (서평) 우울함이 내 개성이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