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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Dec 10. 2020

(서평) 우울함이 내 개성이라면

우울한 사람들을 위한 그림 처방전



우울함이 내 개성이라면 / 이모르 / 책비/ 오상익 서평


우울함도 개성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궁금해 책을 집어 들었다. 

저자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이자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왔으며 극심한 콤플렉스로 인해 정신병원을 두번이나 들락날락한 이력(?)도 있다. 현재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100만 조회수를 자랑하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우울증 환자가 유튜브를 한다고? 책을 다 읽기 전까지 그의 유튜브에 접속해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저자에 대한 편견없이 책을 먼저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 우울함에 대해 내가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다. 나와 가까운 이도 스키조프레니아(조현병)로 정신병원을 들락날락하기도 하였으며, 존경하는 멘토님도 손목을 3번이나 그었던 분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 분은 담배를 많이 태우시는데, 자신처럼 우울감을 심하게 겪었던 사람은 지금도 이따금씩 우울이 찾아와 담배가 없으면 안된다고 하시기도 했다.)


내가 이 책을 보고 느낀 것 중 하나는, 우울증 환자도 얼마든지 쾌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 우울증을 안고 사는 사람은 딱 봐도 환자티가 난다고 여기곤 한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편견에 일침을 가한다. 우울증 환자도 얼마든지 쾌활할 수 있다. 자해를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저자를 처음 본 사람은 그의 우울을 알아채지 못한다고 한다. 이건 마치 성범죄자는 누가봐도 흉악한 인상일거라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는 아주 평범한 얼굴이 많다. 이렇게 편견은 무섭다.


책을 통해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딱 봐도 우울한 그림들이다. 그가 약기운에 취해 그림 그리는 것을 실시간 방송에  내보낸 적도 있다고 하는데 그것을 본 시청자의 제보로 경찰이 들이닥쳤다. 이 글을 읽었을 때 나는 마약을 종류별로 복용한 후 그때 그때마다의 감정을 아주 괴상하게 그림으로 남겼던 어느 외국 아티스트가 떠올랐다. (궁금한 사람은 마약명과 함께 검색하면 나온다.)


책을 덮고, 그의 유튜브 채널을 접속해보았다. 역시나 예상보다 유쾌해보였다. 우울과 자살시도 등 여러 사연이 있는 출연자들이 그의 채널에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고, 그 감정을 함께 그림으로 그리는 컨셉이 기발했다. 이 퍼포먼스는 하나의 콘텐츠 이기 이전에, 출연자의 우울한 마음을 치유하는 하나의 의식이라고 내게는 비춰졌다. (외국에 유학간 딸이 살해된 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고, 마치 짐승과 같은 울음소리로 꺼이꺼이 목놓아 울며 가슴에 맺힌 분노와 상처, 아픔과 상실을 치유하였던 어느 어머니의 방송이 떠올랐다.)


이쯤에서 강연회사의 대표로 새로운 강사나 작가에 목말라 있는 나는 생각했다. 그가 외부 강연을 기꺼이 하고 싶을까? 그 과정을 즐기려고 할까? 혹시 갑자기 마음이 바껴서 나를 애먹이거나 하진 않을까?쯧. 이 또한 나의 편협한 편견이리라.


지난 달 죽은 친구 지선(희극인)이가 떠올랐다. 지선이의 우울도 하나의 개성이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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