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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May 06. 2021

(서평) 당신만 모르는 인생을 바꾸는 대화법

전문가들이 발표를 망치는 이유


전문가들이 발표를 망치는 이유

 

지식의 저주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스탠퍼드대학교 엘리자베스 뉴튼 교수가 한 유명한 실험이름이다. 먼저 참가자 중 무작위로 두 명씩 뽑아 책상을 치는 사람과 듣는 사람으로 짝을 짓는다책상을 치는 사람은 이어폰을 착용하고 생일 축하 노래나 미국 국가를 들려주며 노래의 리듬에 맞추어 책상을 두드려달라고 요구한다상대방은 두드리는 리듬을 듣고 제목을 맞히는 것이다.

 

실험 결과, 120개의 노래를 테스트하는 동안 듣는 사람 쪽에서 맞힐 수 있는 노래는 고작 3곡 뿐이었고정답률은 2.5%에도 못 미쳤다고 한다실험이 종료되고 엘리자베스는 책상을 쳤던 사람에게 정답률이 몇 퍼센트나 될지 예측해보라고 했더니 너무 쉬웠죠? 50%는 될 것 같은데요?“라고 답했지만 실상은 매우 달랐던 것이다

 

책상을 친 사람들이 그렇게 자신감을 가진 이유는 자신이 듣고 있는 익숙한 노래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듣는 사람과 완벽히 분리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들이 두드린 것은 노래 느낌을 전달하는 박자라기 보단듣는 쪽 입장에서는 그저 모스 부호처럼 들렸을 것이다엘리자베스 교수가 책상을 친 사람들에게 정답률을 알려주자 아니 이걸 못 맞힌다고바보 아니야?라고 반응했다고 한다바로 이런 현상을 지식의 저주‘라 부른다. 즉 책상을 치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던 지식(노래 제목선율)에 갇혀 상대가 그 지식을 모른다는 것을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뭔가를 설명할 때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있지 않은가내가 아는 것을 설명할 때 듣는 사람의 정보 상태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말하는 것 말이다이러한 현상은 결국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전문가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인데 예를 들면, “고객님, IP주소가 충돌했거나 DNS쪽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그쪽을 살펴봤는데 RJ-45쪽 문제였네요.” 이렇게 말하면 고객이 알아들을까그럴 땐 그냥 한마디로 인터넷 연결선이 제대로 꽂혀있지 않았다는 뜻입니다라고 말하면 단번에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내가 속한 강연업계에서도 의사나 변호사를 강사로 모셔보면 전문용어를 청중도 다 알아들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청중은 하나도 이해 못한 경우가 많다. 강연 후 전문가들은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 ‘아니 일반인들이 이런 용어도 모른단 말이에요?’ 그럴 때 나는 답한다. ‘네 모릅니다’  그들 또한 지식의 저주에 빠져버린 것이다.



 

 ‘당신만 모르는 인생을 바꾸는 대화법’의 저자이자 중국 스피치 전문가 스쿤은 이런 난처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유추’를 적절히 활용하면 좋다고 조언한다.먼저 유추란 비례나 비율이 같음을 의미하는 수학적 개념을 가진 그리스어 ‘analogia’에서 비롯됐는데 긴 세월을 거치며 더 풍부한 뜻을 지니게 되었다. 유추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개의 사물이 몇몇 성질이나 관계를 공통으로 가지며또 한 쪽의 사물이 어떤 성질또는 관계를 가질 경우다른 사물도 그와 같은 성질 또는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추리하는 일(출처:두산백과)’ 이라고 정의한다쉽게 말해 유추는 일종의 수사법인데, 유추를 사용하면 모르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연결하여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요즘 가상화폐 등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설명할 것이다.


“블록체인이란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이다. P2P네트워크, 합의 알고리즘, 암호화 알고리즘 등의 컴퓨터 기술의 새로운 응용모델이다. 합의 알고리즘이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참여자들이 상호검증을 통해 통일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알고리즘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관련 분야 종사자들이나 알아들을 수 있지일반인들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이럴 때 유추를 사용하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게 해준다. 가령 이런 식이다. 


"자, 친구에게 100만원을 빌려줬다고 해보죠.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여러분과 그 친구 단 둘뿐이고 증거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친구가 돈을 빌린 적 없다고 시치미를 떼면 그 돈은 영영 잃게 됩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방식을 적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친구가 여러분에게 100만원을 빌리러 찾아온 사실이 기록되고 여러분과 친구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다른 모든 사람이 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이제 친구가 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거죠. 블록체인은 바로 모르는 사람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믿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저보다 더 투명한 거래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앞서 말한 저자 스쿤은 지구는 어떻게 만들어졌어?”라는 딸의 질문에 지구를 반으로 가른 면을 보면 밖에서부터 차례로 지각맨틀외핵 그리고 내핵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라고 말하려다가 못 알아들을 것이 뻔해서 삶은 달걀을 반으로 자르며 이렇게 설명하였다. 


이 삶은 달걀이 지구야겉은 달걀 껍데기로 둘러 싸여 있고안쪽에 흰자그리고 제일 안쪽은 노른자가 있지지구도 이렇게 한 층 한 층 쌓여 있는데 그 층들을 각각 지각맨틀외핵 그리고 내핵이라고 해


여러분도 이렇게 대답하기 어려운 것을 설명할 때는 유추라는 다리를 놓아줌으로써 상대가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거쳐 내가 말하는 쪽으로 건너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추가적으로 어떤 주제를 장황하고 난해하게 말한다는 것은 아직 본질을 꿰뚫지 못했다는 뜻이고쉽게 말한다는 것은 핵심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뜻이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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