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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May 26. 2021

(서평)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네트워크 경제 입문서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이란 책을 읽었다. 플랫폼이란 단어는 수년째 여러 언론, 방송, 저서에서 떠들썩했던 키워드라 좀 식상한 감이 있지만 '그래서 플랫폼 경제가 뭐냐?'라고 대놓고 물으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즈음, 이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저자가 현직 금융위워회 서기관인지라, 금융위원회 임직원 시각에서 바라본 플랫폼 경제는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대개 서기관이 쓴 책이라면 상당히 고루한 리포트 형식의 글이 많은데 이 책은 다르다. 저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KDI, 듀크대에서 석사를 마쳤다고 하는데 왠지 젊은 나이의 저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위원회 [ Financial Services Commission , 金融委員會 ]
국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분야 최고 의사결정 기구
*출처 : 네이버 기관단체 사전



저자는 플랫폼 경제를 사는 현대인을 이렇게 묘사한다.


우리의 하루는 카카오톡으로 시작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카카오톡으로 새로운 메시지가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그리고 네이버로 뉴스를 읽는다.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친구를 만나고,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뉴스를 만난다. 그리고 출근 시간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친구들의 일상을 구경하고,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을 시청한다. 이는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콘텐츠와의 만남'들이다. 29p


1. 네트워크 경제와 플랫폼 기업 

플랫폼이라 함은 사용자와 사용자들의 연결을 뜻하는데, 플랫폼 기업은 친구 외에도 여러 사람과 기업과 언론사를 연결하기도 한다. 가령, 네이버는 뉴스 소비자와 언론사를 연결하고, 쿠팡은 상품 소비자와 소상공인을 연결한다. 유튜브는 콘텐츠 소비자와 영상 공급자를 연결하고, 신용카드사는 신용카드 소지자와 가맹점을 연결한다.

흥미로운 것은, 전혀 다른 두 경제주체를 연결하는 '양면 시장'인데, 이때는 '돈을 내는 쪽'과 '혜택을 받는 쪽'이 다르다. 카톡의 경우, 광고업체들이 돈을 내는 쪽이고, 메신저 사용자들은 혜택을 받는 쪽이다. 예를 들어 쿠팡은 상품 판매자가 돈을 내는 쪽이고, 상품 소비자가 혜택을 받는 쪽이다. 결혼중개회사는 여자가 돈을 내는 쪽이고(결혼중개시장은 대개 여초이기 때문), 혜택을 받는 쪽은 남자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특정 플랫폼에서 공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가 돈을 대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지만, 적어도 플랫폼 경제에는 공짜 점심이 존재한다.



2.경제 영역의 뉴파워, 동료생산 

내가 요즘 자주 사용하는 툴은 노션(Nortion)이다. 현재 모 기업과 노션을 기반으로 협업하고 있는데, 각자 수정한 사항이 상호 공유 및 자동 동기화되어 업무가 매우 편리하다. (비슷한 기능으로써 워크플로위도 종종 쓴다.) 이러한 툴을 오픈소스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데, 저자는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여 프로그램에 기여하는 오픈소스를 '동료생산'의 일종이라 표현하였다. 느슨하게 연결된 개인들이 명령을 받지 않고 서로 협동하여 재화나 서비스를 만드는 방식을 뜻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위키백과이다.

저자에 따르면 위키백과는 과거 브리태니커 백과서전에 버금가는 정확성을 지녔다고 한다. 동료생산의 첫 작동원리는 '모듈화'이다. 특정 주제가 잘게 쪼개지면 수많은 사람이 쪼개진 각각의 모듈에 참여하여 자료를 독립적으로 작성할 수 있게 된다. 

둘째는'위계구조'인데 최종 결과물을 분류할 결정 기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편집자-관리자-관리-조정위원회) 하지만 이들의 개입은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인하는 수준일 뿐이다.

셋째, 동료생산은 네트워크의 자율적인 '교정능력'을 작동원리로 삼는다. 동료생산방식은 어쩔 수 없이 부정확한 정보들이 많을 것이며 그로 인해 여러 시행착오가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네트워크는 오류를 스스로 교정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보는 눈이 많기 떄문에 오류를 더 잘 포착할 수 있다는 '리누스의 법칙;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런 것을 집단지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튼 여러 의문이 남지만 저자는 이 세가지를 동료생산의 작동원리로 꼽고 있다.



3.은행의 DNA가 미래에도 살아남는 방법 

'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나?'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요즘 플랫폼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흔한데 나역시 토스를 즐겨쓰고 있다. 그러다보면  은행은 곧 망하지 않을까?라는 망상을 하기도 하는데 언젠가 KB은행에 다니는 친구(그 친구 아버지가 하나은행 부회장까지 지냈다)와 술자리에서 '이제 플랫폼 기업 때문에 은행 어렵지 않냐?"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러자 그 친구는"KB가 지닌 자산규모가 얼마인 줄 아느냐?"라고 하면서 대략적 수치를 말해주었다. 취중이라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핵심은 이 게임은 머니게임 양상으로 갈 것이고, 현재의 은행은 단순히 예대매출로 먹고 사는 구조가 아니라 금융, 비금융 데이터 및 영업노하우 등을 갖추고 있고, 무엇보다 실탄(돈)을 어마어마하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도전에도 끄덕없다는 것이 그 친구의 논리였다.

현재 수많은 빅테크, 핀테크 회사들이 금융플랫폼을 꿈꾼다. 카카오와 네이버도 은행, 보험을 입점시키는 시나리오(오픈뱅킹)를 그린다. 하지만 시중 은행들은 정반대의 시나리오를 그린다. 은행이 쿠팡이 되고, 핀테크 업체들이 은행에 입점하는 시나리오를 꿈꾼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은행은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은행이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들은 입점한 핀테크 기업들이 공급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은행이 금융서비스를 판매하는 플랫폼이 된다는 의미에서 이는 '뱅킹 마켓플레이스'의 구조라 말한다.

카카오 등의 플랫폼 기업과 KB금융 등의 금융회사 중 누가 이길 것인가란 예측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은행은 '판매 플랫폼' 이 아니라 '서비스 플랫폼'이 되는 전략을 제안한다. 은행 업무가 레고블록처럼 분해가 가능하다면, 그 블록을 다른 회사에 개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하는데, 가령 네이버가 '네이버 적금'이라는 이름의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이를 운영하기 위한 실무 작업은 시중은행이 하는 식이다. 이 경우 은행은 은행 서비스와 네이버를 연결하는 '서비스 플랫폼'이 되는 것이며 여기서 발생하는 수수료는 상당할 것이다.

또한 은행 서비스의 분해가 가능하다면, 이를 재구성하는 '제조 전문기업'도 가능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상품지향적 방식'에서 벗어나 '솔루션 지향적인 방식'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이미 여러 카드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례들로 자세히 책에 다루고 있다.



끝으로 토지공개념의 헨리조지를 언급하며 글을 마무리하는데 그 시각에 대해 나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사는 동안 자본주의가 종식되긴 어렵고, 또 자본주의라는 것이 그렇게 굴러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도 저자의 따스한 시각과 희망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싶다. 

이 책은 플랫폼 경제에 대해 전혀 무지한 독자들을 위하여 아주 쉽고, 술술 읽히게 썼다. 무엇보다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기 보다는, 최대한 독자의 입장에서 담백하게 썼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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