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엘과 특별 유료 강연의 묘한 상관관계
부자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하면서 강의료 명목으로 돈을 받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당신이 내는 돈으로 스스로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이다. 이런 XX들이 SNS 붐을 타고 참 많이 생겼다. 예전에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 주변에서 자주 눈에 띄었던 남수꾼들의 인터넷 버전인데 어느 시대이 건 간에 귀가 얇아 쉽게 속아 넘어가는 자들은 있기 마련이다. (세이노의 가르침, 280p 中)
'세월은 흘러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오랜 격언이 있다. 최근 전 국가대표 펜싱 선수 남현희의 결혼 예정자였던 전청조의 사기행각은 드라마 작가들이 반성해야 할 정도로 쇼킹했다. 2023년 10월 27일, JTBC에 따르면 전청조는 자신이 거주하던 롯데 시그니엘에서 특별 유료 강연을 열면서 “사실 강의를 잘 안 한다. 정말 고액을 받고 하지”라며 “고액을 받아야지만 하는 강의”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청조는 대기업을 주로 컨설팅하면서 시간당 3억원의 비용을 받는다고 블러핑 하였으나 실상은 과거 남자 행세를 하거나 그룹 회장 혼외자인 척하며 수억원을 가로채는 등 상습적인 사기 행각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나는 여기서 시그니엘과 특별 유료 강연이라는 두 단어에 주목한다.
1. 한강뷰와 시그니엘
2023년 10월 27일자 조선일보의 <전청조 사기무대 된 시그니엘은 '오피스텔' 단기임대 많아 악용됐다> 기사를 보자.
한남더힐과 나인원한남의 주거 용도가 아파트인 것과 달리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법적으로 오피스텔이다...법적으로 오피스텔인 탓에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아파트보다 대출규제가 덜 까다롭다. 담보인정비율(LTV)이 일반 아파트를 구입할 땐 최대 40%까지만 가능하지만, 시그니엘의 경우 개인 신용에 따라 2배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세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시그니엘은 월세가 다른 아파트에 비해 많다. 심지어 에어비앤비 등 형태로 일단위나 주단위로 임대하는 경우도 있다.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이 같은 불편함과 한계에도 화려한 외관과 ‘한강뷰’ 등으로 재력을 보여주기가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시그니엘 레지던스가 유독 전청조와 같은 사기꾼들의 무대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정상적으로 입주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사기꾼들이 너무 많아 나가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500만원짜리 ‘단기임대’ 매물을 찾아볼 수 있는데 물론 고가의 월세라 할 수 있지만, 최소 60억원~ 100억원이 훌쩍 넘는 매매가에 비해서는 단기 접근이 용이한 가격이다. 때문에 사기꾼들이 실제 자기 소유의 부동산이 아님에도 수강생들을 미혹하면서 '나한테 강의듣고, 컨설팅 받으면 한강뷰 혹은 시그니엘 살 수 있다' 라는 식으로 대뽀쳐서 블러핑할 공간이 생긴다.
2. 특별 유료 강연
예전부터 '강연'을 사기의 도구로 활용한 사례는 수없이 많았다. 전국에 강연을 다니며 청년 버핏으로 불렸지만 기부왕이 아닌 사기왕임이 들통난 청년부터, 39세 100억 젊은 부자, 선한부자 조슈아 등등 나는 꽤 많은 사례를 알고 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사업의 특성상, 나는 여러 강사들의 강연 동영상을 보유하고 있는데 어느날 카이스트 교수라는 60대 강사의 유료 강연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 하려다 뭔가 쎄~한 느낌이 들어 업로드를 중단하고 강사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경기고와 서울대 졸업, 미국 워싱턴대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박사 이력도 모두 가짜였고, 10년 간 카이스트 교수 행세하며 거액의 연구비 등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10개월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는 기사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 내 예감이 맞았다는 사실에 순간적으로 안도했다.
이런 전형적인 싸구려 사기꾼 강사들이 꽤 있다. 이들의 특징은 경력 분칠 덧칠하고 번지르르한 제목의 책 몇 권으로 네이버 인물 등록을 한다(네이버 인물 등록은 절대로 대단한 것이 아니며, 누구나 수법만 적당히 알면 등록할 수 있다). 이런 부류는 숨 쉬는 것도 사기와 위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인생 답답해 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잘 넘어간다. 사이비 종교의 논리가 정신 멀쩡한 상태에서 보면 뻔한 개소리임에도, 마음이 약한 사람에게는 매력적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