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국민대 졸업식 연설 (2024/2/14)
여러분이 살면서 몸소 체득한 것만이 여러분 것이 될 것입니다.
나가서 많이 부딪히고 많이 다치시고 많이 체득하세요.
-이효리 축사 中
이효리씨는 항상 대인의 풍모가 느껴진다.
이번 국민대 졸업식 연설도 감탄했다.
소중한 인연에게 잠시 위안을 받더라도
결국, 홀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독고다이)이 인생의 본질이라는 것
아래는 세이노 선생님 이코노미스트 칼럼(작년 12월)에 내가 썼던 글.
● 세이노는 종잣돈을 모으라고 하면서 얼마나 모아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 쌓인 돈이 부자가 될 종잣돈이라고 말하지만, 종잣돈의 기준은 누가 정해주는 것인가, 종잣돈의 기준과 가치는 독자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몇천이 종잣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몇억이 종잣돈이 될 수 있다. 종잣돈의 금액이 다르듯이 돈을 모으는 기간도 다르다. 독자마다 수입이 다른데 어찌 모으는 기간이 같겠는가.
● 종잣돈은 독자의 가치관과 처한 환경, 우선순위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진다. 부자마다 부자가 된 과정이 다르듯, 종잣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공통된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세이노는 독자가 어떠한 상황인지, 독자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모르기에 종잣돈의 활용법에 대하여서는 침묵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종잣돈을 모으는 단계까지는 일종의 보편적 방식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가르침을 준 것이 아닐까?
●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타인에게만 의존하면 독자 생존할 수 없다. 세이노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여 주었다면 1인치씩 전진하는 걸음(종잣돈을 증식하려는 노력)은 철저히 독자의 몫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줄 아는 독자라면 누군가 알려주지 않더라도 종잣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스스로 깨칠 것이다.
● 영화 ‘위플래쉬’(Whiplash)에서 앤드류의 음악은 플래처 선생의 채찍질(Whiplash)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그와 맞서 싸우고 필사적으로 분투하면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지휘자 플래처는 앤드류가 전혀 모르는 곡으로 교묘히 바꿔 그를 함정에 빠뜨리지만, 앤드류는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카라반’(Caravan)을 당당하게 독주하며 폭군 플래처까지 흥분시킬 정도로 최고 스윙을 폭발시킨다. 즉, 영화에 나오는 앤드류처럼 독자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만의 게임(인생)’을 만들어 나가라는 것이 세이노의 진짜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
https://economist.co.kr/article/view/ecn202312070041
이효리 연설 전문
친애하는 국민대 졸업생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효리입니다.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훌륭한 졸업생 선배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이 자리에 초대해 주시고,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학교에 오면서 새삼 우리 학교가 아주 아름다운 곳에 자리하고 있었구나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 보이지 않던 멋진 북학산 줄기와 맑고 청명한 공기가 유독 시원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6년전 꼭 연기자라기보다는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 라는 꿈을 안고 입학한 <국민대 연극영화과>. 그때만 해도 저는 특출나게 연기를 잘하지도, 특출나게 노래를 잘하지도, 또 특출나게 예쁘지도 않았던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뭐 지금도 그 점은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만 운 좋게 연예계에 데뷔하여 지금까지도 사랑받으며 잘 활동하고 있습니다.대학을 졸업하는데 8년이나 걸린 제가 여러분 앞에서 뭐 떠들 자격이 있나 싶지만 여러분보다 조금 더 산 것을 자랑삼아 한번 떠들어보겠습니다. 사실 저는 이렇게 여러 사람 앞에서 연설 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는데요. 그래서 연설이 무엇일까 하고 국어사전에서 연설이라는 단어를 찾아보았습니다.
사전에 연설이란 "여러사람 앞에서 자기의 주의나 주장 또는 의견을 진술함." 이라고 되어 있더라구요. 주의. 주장. 의견. 근데 사실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누가 자기 주의, 주장, 의견을 저에게 말하는 것입니다. 특히 길게 말하는 것은 더욱 싫어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들을 수 있지만 몇 번 반복되면 그 사람 안 보고 싶습니다.
"너는 너고, 나는 난데, 도대체 왜 내가 너의 일장연설을 들어야 되지?" 머릿속에 늘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하면서 그런 사람들을 종종 만났지만 저에게 크게 임팩트 있는 분은 없었습니다.오히려 자기 주의나 주장은 뒤로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분들.누구에게 말로 장황하게 연설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의 모습으로 보여주는 분들이 저에게는 더 큰 울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서 여러분들께 연설을 늘어놓고 싶지가 않습니다. 여러분도 어차피 안 들을 거잖아요. 사랑하는 부모님의 말도, 제일 친한 친구의 말도, 심지어 공자, 맹자, 부처님같이 훌륭한 성인들이 남긴 말도 안 듣는 우리가 뭐 좀 유명하다고 와서 떠드는데 들을 이유가 있습니까.
여러분들. 그냥 여러분들 마음 가는 대로 사세요. 여러분들을 누구보다 아끼고 올바로 인도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여러분 자신이며, 누구의 말보다 귀담아 들어야하는 건 여러분 자신의 마음의 소리입니다. 나보다 뭔가 나아 보이는 누군가가멋진 말로 나를 이끌어 주길, 나에게 깨달음을 주길, 그래서 내 삶이 조금은 더 수월해지길 바라는 마음자체를 버리세요. 그런 마음을 먹고 사는 무리들이 세상에는 존재하니까요. 그런 무리의 먹잇감이 되지 마세요.
"나는 나약해", "나는 바보같애.", "나는 더 잘할 수 없는 사람이야." 같은 부정적인 소리는 진짜 자신의 소리가 아니에요. 물론 저 또한 매일 그 소리를 듣고 흔들리고 좌절하고 하지만, 그 소리 너머의 진짜 내가 최선을 다해 목청 터져라 나에게 소리치고 있다는 걸, 이제 조금씩 느낍니다. 그 너머의 소리는 늘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내가 언제나 더 좋은 길로 갈 수 있도록 늘 말해주고 있습니다.
여러분. 귀를 기울여 주세요. 지금은 너무 작아 못 들을지라도 믿음을 갖고 들으려고 노력하면 그 소리가 점점 커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나를 인정해 주고, 사랑해주는 내 안에 그 친구와 손잡고 그대로 나아가세요. 이래라 저래라 위하는 척 하면서 이용하려는 잡다한 소리에도 흔들리지 마시고, 그리고 웬만하면 아무도 믿지 마세요. 우리는 가족이다 하며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 특히 더 조심하세요. 누구에게 기대고 위안받으려 하지 마시고, 그냥 "인생 독고다이다." 생각하면서 가세요. 외로움과 친구가 되세요. 그러다 보면 정말 소중한 인연을 만날 때가 있고, 그럼 또 잠깐씩 위안받고, 또 미련없이 갈 길 가야죠.
말에는 큰 힘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살면서 몸소 체득한 것만이 여러분 것이 될 것입니다. 나가서 많이 부딪히고 많이 다치시고 많이 체득하세요. 그래서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세요.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응원하겠습니다.여러분을 위해서 이 연설문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저 자신한테 쓴 말 같네요. 지금 저에게 필요한 말들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지금까지 제가 한 말 귀담아 듣지 마세요^^ 그만 떠들고 신나게 노래나 한 곡 하고 가겠습니다. 음악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