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의 스피치- 한국영상대학교 장진주 겸임교수
< 강연의 시대-미니인터뷰2.아나운서의 스피치- 한국영상대학교 장진주 겸임교수 >
한국영상대학교 장진주 겸임교수는 울산MBC 공채 아나운서 출신으로 SBS <출발 모닝와이드>, 2010 인천 아시안게임 홍보 아나운서 등의 경력을 지닌 프로 스피치 강사다. 현재 드림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는 장진주 교수와의 인터뷰는 실전 스피치에 대한 노하우가 담겨 있다.
1. 스피치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건 '전달력'이다. 강사에게 전달력이 없으면 안 된다. 그런데 전달력은 어디서 나올까? 바로 발음과 발성에서 나온다. 발음이 부정확해서 못 알아듣는데 어떻게 좋은 강연이 가능하겠나. 뿐만 아니라 목소리가 너무 작고, 입으로 웅얼거리면 좋은 강사가 될 수 없다. 아나운서나 방송인들이 매일 매일 연습하는 것이 발음, 발성이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제대로 발음하는 것! 이것이 스피치의 핵심이다. 책을 읽고 발음, 발성을 마스터할 수 있다면 누구나 다 아나운서가 됐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가 그 사람에게 맞는 실천법으로 교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단 1분이라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라.
2. 전문가 입장에서 발음, 발성을 잘 하기 위한 조언을 들려준다면?
나는 볼펜을 물고 발음 연습하는 것은 반대다. 볼펜을 빼고 발음할 건데 왜 볼펜을 물고 발음 연습을 하나. 장애물이 있을 때 더 발음을 정확히 할 수 있다는 것인데 나는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볼펜을 물지 않고 책이나 신문을 정확한 발음으로 낭독하는 것이다. 이때 입술은 크게 벌리고 턱은 내리되 혀를 많이 사용하여 발음해야 한다. 즉, 입술, 턱, 혀가 조화를 이루어야 정확한 발음을 낼 수 있다. 청중이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고 강의내용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발음, 발성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3. 복싱호흡도 중요한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연습해야 하나?
남자들이 군대에서 “충성!” 하듯이 배에서부터 끌어 올리는 호홉을 연습해보라. 단순히 목소리를 크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목만 아프다. 숨을 들이 마실 때 배가 불러와야 되고, 숨을 내쉬면 배가 들어가는 호흡을 해야 한다. 이때 누워서 하면 저절로 복식호흡이 된다. 나는 사극 속 양반처럼 “이리 오너라!” 같은 대사로 연습하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목소리 톤은 낮아지면서 배에서 소리가 울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호흡 연습을 꾸준히 하면 가녀린 목소리부터 중후한 목소리까지 음폭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퍼블릭 스피치를 할 때는 배 밑에서부터 끌어 올리는 복식호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로 시간을 내서 연습하기 보다 일상에서 자주 해볼 것을 권한다. 주문할 때 “여기요!”,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라고 복식호흡으로 말해보는 것이다. 그런 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하루에 한두 번은 꼭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부터 연습하지 않으면 스피치는 절대 좋아지지 않는다. 이렇게 연습을 열심히 하더라도 최소 2~3개월은 흘러야 효과가 나타난다.
4. 듣기 좋은 목소리는 타고 나는가, 만들어지는가?
목소리는 사실 타고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나는 우리 몸이 악기라고 생각한다. 대가가 연주하면 좋은 소리가 나지만 아마추어가 연주하면 깽깽거리는 소리가 난다. 마찬가지로, 목소리도 내가 잘 연주할 수 있도록 다듬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내 목소리를 사랑해야 한다. 휴대전화로 녹음한 내 목소리가 영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지만 ‘이게 내 목소리구나’ 하고 솔직하게 인지하면서 마음에 드는 목소리를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상에 안 좋은 목소리는 없다. 다만 본인이 안 좋다 안 좋다 하니까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이다.
5. 나에게 무관심한 청중과는 어떻게 소통하는가?
나는 감성적인 편이라 그런 사람들이 굉장히 신경 쓰인다. 그래서 예전에는 어떻게든 그들을 끌어오려고 했는데 요즘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마다 성격의 유형이 다르듯 청중에도 여러 유형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번은 친구가 팔짱을 낀 채 심각한 표정으로 내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강의 내용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다. 또 한 번은 다른 친구가 휴대전화를 계속 만지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강의 내용을 열심히 휴대폰에 입력하고 있던 적도 있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사람들의 유형은 다 달라서 내 강의를 들으며 다른 데를 쳐다볼 수도 있고 무표정할 수도 있구나. 그렇다면 그들에게 너무 흔들리지 말자.’라는 것이었다. 물론 청중의 반응을 잘 캐치하는 능력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정말 재미가 없어서 딴 짓을 하는 것인데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6. 평소 유머러스한 강연을 하는 편인가?
재미있게 강의를 하는 강사가 있는 반면 나처럼 웃기는 걸 못하는 강사도 있다. 내가 유머를 하면 사람들이 잘 웃지를 않던데, 오히려 별 거 아닌 데서 웃음이 터질 때가 종종 있다. 한번은 내가 스토리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려고 연기를 했는데 그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왜냐하면 아나운서 톤으로 정중하게 강의하던 사람이 갑자기 망가지는 연기를 하니까 의외의 모습에서 재미를 느꼈던 것이다. 이렇게 강사들마다 유머 포인트는 다 다르다고 본다.
나의 경우 강연의 재미를 위해 정서를 환기시킬 수 있는 장치를 항상 준비한다. 특히 학생들한테는 10분에 한 번꼴로, 성인들한테는 15~20분에 한 번꼴로 재미있는 영상을 보여준다든지, 아니면 게임을 한다든지 등 꼭 필요한 요소를 강연 흐름에 넣어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 간다. 때로는 상품을 준비하기도 한다.
7. 청중과 소통을 잘 하는 명강사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상대방에게 맞게끔 쉽게 풀어 설명하는 능력이 있다. 그렇게 하려면 비유와 사례가 중요하다고 본다. 강연 내용의 50%도 이해 못한 청중은 늘 있기 마련인데 그때는 비유와 사례를 들어 부연 설명하면 명쾌해진다. 또한 명강사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라 참신한 사례를 적재적소에 섞어서 중학생들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다. 본인의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상대방에게 설명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명강사들은 이런 것을 참 잘한다. 우리도 방송할 때 전문용어는 최대한 삼가고, 중학생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방송을 준비하고 원고도 쓴다. 전문지식을 내세우기 보다는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설명한다면 더 많은 청중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8. 파워포인트를 사용하는 것과 사용하지 않는 것의 차이를 설명한다면?
처음에 나는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선호했다. 그런데 연령대가 어려질수록 시각 자료가 너무나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요즘 중고생과 대학생들은 미디어 세대다. 움직이는 영상을 보아야 더 잘 이해한다. 언어보다 영상으로 더 많이 소통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에 요즘에는 많은 강사들이 파워포인트를 사용한다. 내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전문 지식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주는 시각적인 효과가 그래서 중요하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때문에 전문적인 강의에서는 파워포인트가 필요하고, 전문성이 필요 없는 강의 때는 시각 자료 없이 편하게 소통하는 강의가 좋은 것 같다.
9. 스피치 할 때 절대 피해야할 금기사항은?
초보자들이 괜히 겸손 한답시고 "준비를 많이 못했다."등의 부정적인 이야기를 강연 서두에 꺼내는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청중은 들으면 다 안다. 목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감기에 걸렸다는 말을 하는 것은 좀 구차한 것 같다. 또한 한쪽을 폄훼하거나, 예민한 부분(정치,젠더 이슈 등)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 말 한 번 잘못해서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10. 마지막으로, 프로 강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남에게 강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귀한 일이다. 누군가에게 나의 것을 나눠주는 셈 아닌가? 보람 있는 일이다. 그리고 나 또한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면서 얻는 에너지도 굉장히 크다. 나는 누구나 인간도서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구나 강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모든 사람마다 본인의 인생에서 누군가에게 귀감이 될 만한 것들이 있지 않을까? 따라서 이러한 부분을 잘 살리고 공부하며 다듬는다면 당신도 멋진 강사가 될 수 있다.나는 당신이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내가 깨우친 경험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겸손히 배워 나갔으면 좋겠다. 순식간에 성공해야겠다는 목표를 갖기 보다는 정말 이 일을 보람으로 삼고 즐길 때 더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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